주52시간 상한제, 중소기업 차례가 돌아왔다
주52시간 상한제, 중소기업 차례가 돌아왔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12.07 03:56
  • 수정 2019.12.07 0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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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코앞… 여전히 근심 가득한 중소기업, 이유는?
정부, 시행 한 달여 앞두고 노동시간 단축 ‘브레이크’

커버스토리 ① 프롤로그

주52시간 상한제 X 중소기업

우리 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매번 진통을 겪어왔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앓는 소리와 현장의 혼란 더욱 크다. <참여와혁신> 12월호 커버스토리에서는 2020년 1월 1일 50~299인 사업장 주52시간 상한제를 앞두고 중소기업의 이유 있는 앓는 소리를 모아봤다. 또한, 선제적인 논의와 노사 합의로 이미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펴봤다.

2020년 1월 1일부터 50~299인 사업장에서도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다.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중소기업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시기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는 한발 물러서 노동시간을 어기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시행과 안착을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반발한 반면, 경영계는 여전히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매번 진통을 겪어왔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그 앓는 소리와 현장의 혼란은 더욱 크다. <참여와혁신> 12월호 커버스토리에서는 50~299인 사업장의 주52시간 상한제를 앞두고 중소기업의 이유 있는 앓는 소리를 모아봤다. 또한, 그럼에도 선제적인 논의와 노사 합의로 이미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펴봤다.

ⓒ 고용노동부 카드뉴스
ⓒ 고용노동부 카드뉴스

법정노동시간 주40시간은 그대로,
행정해석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된 주52시간 상한제는 일주일에 최대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없도록 만든 제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행을 지양하고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52시간 상한제 도입 이전 근로기준법은 법정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제한하고 주12시간 한도로 연장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전 근로기준법에서도 이론상 가능한 노동시간은 주52시간이었지만, 초과노동 산정에서 휴일노동을 제외하는 행정해석으로 인해 주68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장시간 노동 체제가 유지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기존 행정해석이 일주일을 5일로 계산했던 것을 7일로 명시했다. 휴일노동을 별개로 보지 않고 휴일을 포함해 12시간을 넘게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된 것은 아니지만 연장노동과 휴일노동 등 초과노동시간을 주12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정부는 실노동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했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제도 도입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인 시행을 결정했다.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도입했으며, 2020년 1월 1일부터는 50~299인 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어서 2021년 7월 1일부터는 5~49인 사업장에도 제도가 도입된다.

시행 한 달 남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영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걱정하며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내년부터 제도가 도입되는 중소사업장의 우려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제도가 도입됐을 때보다 더욱 크다. 상대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여력을 지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상당수가 인력난, 노무관리 부담 가중 등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50~299인 사업장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약 45%는 소속 노동자들이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중소기업 소속 노동자 중 40.1%가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노동시간이 주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의 연간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59시간으로 조사돼 법정상한보다 평균 7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준비 상태는 ‘준비 중’이 58.4%, ‘준비할 여건이 안 됨’이 7.4%로 조사됐다. ‘준비 중’이라 응답한 중소기업에 올해 연말까지 준비가 완료되느냐를 물었을 때 ‘시간 불충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중 58.4%는 노동시간 단축 시행시기 유예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기간은 1년(52.7%), 3년(27.4%), 2년(19.9%) 순으로 높았다.

노동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근로자 추가 고용으로 인건비 상승(70.4%) ▲구인난 등 인력 부족(34.4%) ▲조업일수 단축 및 생산차질(33.8%)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노동시간 단축 시행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제도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및 요건 개선’이라고 응답한 사업장이 69.7%,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및 요건 개선’이라고 응답한 사업장이 24.2%, ‘재량 근로시간제 대상 업무 확대’라고 응답한 사업장이 12.1%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가연장근로 허용사유 완화 필요 여부에 대해 중소기업 78.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 52시간 도입의 행방은?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8일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중소기업 구인 지원 등의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사실상 연기했다. 중소기업의 앓는 소리에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시행 연기를 발표한 정부에 쏟아지는 노동계의 반발도 일면 타당성이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인 시행을 결정했음에도 현장에서 이 같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혼란이 가중되는 것일까?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노동시간 단축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모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