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부동산 투자의 그림자, ‘방치된’ 건국대충주병원
무리한 부동산 투자의 그림자, ‘방치된’ 건국대충주병원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06 18:27
  • 수정 2019.12.0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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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재단, ‘본원’ 건국대충주병원은 뒷전 … ‘의전원 수업’도 서울병원으로 이관
2003년 야구장 부지개발 수익, 오래전 ‘구멍’ … 충주병원 “방치” 배경
지난 10월 17일 오후 2시 건국대학교 행정관에서 열린  '건국대학교법인 유자은 이사장 규탄집회' 현장. ⓒ 보건의료노조

충주지역의 의료 인프라가 부실해지고 있다. 충주지역의 종합병원 중 하나인 건국대충주병원을 건국대재단이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건국대재단의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인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2월 6일 건국대재단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건국대재단이 ‘건국대충주병원(본원)’을 방치하고 부동산 투자에 몰두했다는 주장이다.

지역의료 활성화 위해 건국대병원 설립됐지만...

지난 1985년 11월 건국대 의과대학은 수도권 환자 분산과 지역의료 서비스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어 1996년 건국대의료원(현 건국대충주병원)을 설립됐다. 또한 2005년 의과대학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체제로 전환했다. 건국대재단은 2005년 당시 건국대충주캠퍼스 인근 부지에 신규 병원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취소하고 대신 건국대서울병원(분원)을 2006년 설립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985년 건국대충주병원 건립 이후 시설하자 보수 등 건물유지 이외에는 신규투자를 지금까지 거의 진행치 않았다”며, “한때 500병상까지 운영해오던 건국대충주병원은 현재 200병상 초반 대까지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국대재단은 지난 10월 교육부로부터 현재 건국대서울병원에서 운영되는 의전원 수업이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충주지역에서 의과대학 인가를 받은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본래 본원인 건국대충주병원에서 의전원 수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꼼수’ 운영을 벌여왔던 것이다.

양승준 보건의료노조 건국대충주병원지부 지부장은 “2013년 교육부 감사에도 이 문제가 제기됐었다”며, “잠시 충주병원에서 수업과 실습을 진행하다가 잠잠해지니 또다시 서울병원으로 완전히 옮겼다”고 지적했다. 건국대재단이 건국대충주병원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보는 정황이다.

건국대재단 경영 악화 불러온 부동산 투자

하지만 현재 건국대재단도 건국대충주병원에 투자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지난 2013년부터 건국대재단은 부동산 임대 보증금 예치금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건국대재단은 광진구 자양동 야구장 부지 개발로 ‘스타시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복합 상가, 시니어 주택, 골프장 등 부동산 사업을 벌였는데 자금 상황이 좋아지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의 ‘학교법인 기본 재산 관리 안내’에 따르면, 학교법인의 수익용 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2017년 3월 감사원이 발표한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월 기준 건국대재단은 7,566억 6,000만 원에 이르는 임대보증금 가운데 무려 7,071억 6,000만 원이 예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승준 지부장은 “건국대재단은 임대보증금 7,000억 원 가량을 이리저리 사용해 교육부로부터 약 300억 원 보전조치를 지시받았다. 여력이 없어 서울병원의 수익으로 건국대재단이 운용하는 것 같다”며, “조금 있으면 보전 계획이 끝난다. 하지만 모병원일뿐더러 실습병원이기도 한 충주병원을 서울병원과 같이 키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필수적인 의료와 충분한 건강권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정작 인가를 받은 지역의 건국대충주병원은 200여 병상이라는 초라한 규모로 명맥만 유지한 채 방치”했다며, “건국대서울병원과 인근 막대한 부동산 개발로 돈벌이에 집중함에 따라 충주지역 주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 받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교육부는 건국대법인 특별감사 실시, 국세청, 공정위, 검찰 수사 의뢰 ▲유자은 이사장의 건국대충주병원 시설 및 인프라 투자 약속 이행 ▲건국대서울병원 일감몰아주기 의혹 진상조사 ▲건국대서울병원 임대료 갑질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