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형 일자리, 군산시민의 희망 될 수 있을까?
군산형 일자리, 군산시민의 희망 될 수 있을까?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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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두 차례 ‘철수’ 이후 파탄 난 군산지역 경제
군산형 일자리로 재도약 … 군산시민은 ‘반신반의’

[르포] 군산형 일자리를 바라보는 군산시민의 시선

군산의 거목이 뿌리 뽑혔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2017년 7월이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했다. 그 일이 벌어지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8년 5월, 군산을 지탱하던 또 하나의 거목이 쓰러졌다. 바로 한국지엠이었다. 군산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두 대기업이 불과 2년 만에 군산에서 떠났다. 군산시민 모두가 설마설마 했지만 두 대기업은 잇따라 군산에서 빠져나갔다.

거목이 뿌리 뽑힌 자국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이라는 두 거목과 함께 살아가던 시민들은 그대로 하릴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직 젊음이 있는 군산 청년들은 돈벌이를 찾아 뜨내기 신세로 군산을 떠나갔다. 그렇게 군산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죽어갔다.

그러던 2019년 10월 24일 한국지엠 군산공장 옛 부지에서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이 열렸다. 이제는 명신으로 이름이 바뀐 공장에서 이들은 군산의 재도약을 염원하는 씨앗을 심었다. 이 씨앗이 장성하여 군산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과연 군산시민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1월 8일, 겨울이 시작된 군산을 찾았다.

지난해 한국지엠 철수 당시 군산시청에 붙은 항의 현수막들.
지난해 한국지엠 철수 당시 군산시청에 붙은 항의 현수막들.

거목이 뽑힌 자리, 군산 경제는 지금

오국선 군산시 일자리창출과 과장은 공직자이기 전에 군산에서 30년 이상 살아온 토박이다. 오국선 과장은 군산 경제의 절박한 상황을 감정적인 언어로 말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지표로 알렸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은 2017~2018년 군산지역 GDP에서 23.4%를 차지하고 있었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직접고용 760개, 간접고용(협력사) 4,099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어 2018년 5월 한국지엠이 철수하면서 직접고용 2,044개, 간접고용 10,028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두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1만 7,000여 개의 일자리, 군산 경제의 약 4분의 1이 증발한 것이다.

이 여파는 고용지표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현재 군산시의 고용률은 53.1%로 전국 154개 시군 중 뒤에서 두 번째다. 실업률은 3.2%로 전국 14개 시군 중 첫 번째다. 인구유출도 심각하다. 지난 3년 동안 군산시의 인구는 약 6,500명이 감소했다. 오국선 과장은 “6,500명의 유출인구 중에 15~39세 이하의 청년층이 6,400명”이라며 “그만큼 군산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니까 청년층이 다 빠져나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지역경제의 주춧돌 기업이 빠져나가자 지역의 미래인 청년도 함께 빠져나간 것이다.

2019년 11월 8일. 인적 드문 군산 오식도동의 거리
2019년 11월 8일. 인적 드문 군산 오식도동의 거리

그날 이후 오식도는 여전히 아프다

지난해 3월 한국지엠의 철수를 앞두고 군산 곳곳에는 ‘해고는 살인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즉각 정상가동하라!’ 등 절규와도 같은 현수막들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태풍 이후 고요함이 찾아오기라도 한 듯 거리는 한산하며 조용했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이 떠나면서 군산 안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오식도였다. 오식도는 국가산업단지 내부에 위치하여 공단 노동자의 생활터전이 돼주던 동네다. 이곳 상인들의 주요 손님은 단연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 노동자였다. 그렇기에 기업의 철수에 연이은 상인의 철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비록 자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손님이 떠나는데 주인이라고 버틸 재간이 없었다.

당시 오식도 전체에 걸린 임대 현수막은 상인들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자라 10년 전 편의점을 개장하며 오식도에 자리 잡은 김선자(가명) 씨는 최근 진지하게 폐점을 고민하고 있다.

“시작할 때는 괜찮았지. 지금은 월급도 안 나와요. 주말수당 줘야지, 직원퇴직금 줘야지. 겨울에는 100만 원도 떨어질까 몰라요. 여름에는 음료수 팔고 그러면 내 월급은 나오는데 겨울에는 정말. 진짜 속상해 죽겠어. 우리가 4월이 계약기한인데 업주를 못 찾아서 못 나간다니까. 사람이 들어와야 빠져나가지.”

군산에서 나고 자라 8년 전 오식도에서 김밥집을 연 오연수(가명) 씨는 어려운 가게를 인건비를 최소화해가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군산이 소위 ‘잘 나갔던’ 2000~2010년대 초까지는 주방에 3명, 홀에 2명의 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바빴지만, 지금은 연수 씨와 연수 씨 가족 두 사람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연수 씨는 최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군산형 일자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대는 하고 살죠. 내년에는 좀 나아지겠지 하고요. 현대중공업 있을 때만 해도 이런 걱정 안 했죠. 그런데 지엠까지 문 닫은 거죠.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뭐 ‘올해는 어디 들어와서 나아지려나?’ 그렇게 기대하다가 지나가는 거예요. 여기도 명신이 들어온다고는 해도 구체적으로 뭐가 딱 되지는 않으니까. 내년에도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니까. 그냥 하루하루 하는 거죠. 특별히 뭐 있지는 않고.”

가게 현관문에 꽂힌 각종 고지서들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게 현관문에 꽂힌 각종 고지서들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군산형 일자리에 기대 거는 민심

한산한 군산 오식도에도 겨울의 풍경은 있었다. 호떡과 어묵꼬치를 파는 노점 앞에서 오식도 주민들은 옹기종기 따뜻한 어묵 국물과 함께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경기 상황과 군산형 일자리에 관해 물어보자 다소 거친 대답이 들려왔다. 자신들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군산형 일자리에 쏟아지는 요란한 반응에 괴리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었다. 대통령이 협약식에 왔다는 사실은 어묵 국물만큼도 주민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풀지 못했다.

반대로 군산형 일자리에 기대를 거는 주민들도 있었다. 오식도에서 꽤 큰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는 박혜경(가명) 씨는 내년 봄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혜경 씨는 “2~3월 되면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들어올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며 “뉴스를 보니 내년 7월에 명신이 사람을 뽑는다고 들었다. 그러니 봄부터는 좀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군산 시내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민정식(가명) 씨는 3개월 전 오식도로 자리를 옮겼다. 정식 씨는 군산 시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철수의 여파를 체감했다며 오히려 오식도의 발전가능성에 미래를 걸었다.

“텔레비전 보면 오식도에 발전소라든지 계속 들어오잖아요? 조금씩은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앞으로 정부의 방침에 따라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죠. 이쪽 식당들에도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쪽 뒤도 다 원룸인데 슬슬 차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서 느끼죠. 아 들어오는구나.”

약국 옆 채소 도매상을 운영하는 김정태(가명) 씨도 최근 오식도에 자리를 잡았다. 정태 씨는 전주 출생으로 전라북도 곳곳에서 채소 도매상을 하다가 5~6년 전 부터 군산을 중심으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군산 시내에 있던 가게를 정리하고 오식도에 완전히 정착했다. 정태 씨로서는 일종의 모험을 한 셈이다.

“기대는 계속하죠. 현대중공업 같은 큰 회사가 몇 백 억씩 투자한 공장을 저렇게 방치해두는 게 얼마나 손해예요?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하는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기대감이 약간 떨어졌었죠. 그래도 TV에서나 들리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죠. 사실 지금 전라북도 어디를 가나 다 어려워요. 어쨌든 대통령 공약도 있었고, 여기 동네는 새만금도 있고. 정치 쪽에서도 군산을 주시하고 있잖아요.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 3년간 군산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대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군산시민들은 갑작스런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군산시민들에게 그저 수사로 다가올 뿐이었다. 군산형 일자리는 군산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군산시민들의 눈초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