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취재 후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기자들의 뒷말들
[기자들의 취재 후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기자들의 뒷말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07 04:10
  • 수정 2019.12.09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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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을 글로 적습니다. 노동이 글이 되는 순간 노동자의 삶은 충만해진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노동도 글로 담고 싶습니다. 우리 함께, 살고 싶습니다.

일이 끝났다. 생각이 정리되기보다는 뒤숭숭했다. 대화가 필요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참여와혁신> 12월호의 커버스토리 주제는 중소기업의 주52시간 상한제였다. 내년 1월 1일부로 주52시간 상한제가 50~299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노사 모두는 임금삭감이나 경쟁력 약화 등 곡소리를 냈다. 그런 중소기업 노사에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 논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기획을 준비했다.

하지만 취재를 마친 이후 아리송한 느낌이 들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당위적으로 옳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진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가능할까’라는 괴리감을 느꼈다. 실제로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야근을 그렇게 했건만 마감을 앞두고 어김없이 시간은 부족했다. 시한을 몇 차례 넘기고서야 가까스로 일이 끝났다. “이렇게 해도 일이 안 되는데 정말 노동시간을 줄여도 되는 걸까?”

이번 커버스토리 기획에 참여한 기자들과 함께 짧은 후일담을 나눴다. 각자의 생각과 소감은 모두 조금씩 달랐다. 박완순 기자(이하 ), 손광모 기자(이하 ), 이동희 기자(이하 ), 정다솜 기자(이하 )가 함께했다.

12월호 커버스토리 '주52시간 상한제 PART2. 중소기업'

우리 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매번 진통을 겪어왔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앓는 소리와 현장의 혼란 더욱 크다. <참여와혁신> 12월호 커버스토리에서는 2020년 1월 1일 50~299인 사업장 주52시간 상한제를 앞두고 중소기업의 이유 있는 앓는 소리를 모아봤다. 또한, 선제적인 논의와 노사 합의로 이미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펴봤다.

왼쪽부터 손광모 기자, 이동희 기자, 박완순 기자, 정다솜 기자
왼쪽부터 손광모 기자, 이동희 기자, 박완순 기자, 정다솜 기자

1. 중소기업의 앓는 소리, 어떻게 봐야 하나

: 중소기업이 당면한 현실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고, 단축하지 않자니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잖아요? 저는 진짜 갑갑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소기업이 힘든 것이냐, 아니면 중소기업 중에서 특정 산업이 힘든 것이냐. 이 기사를 쓰면서 어찌 보면 특정 산업에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려움을 겪는 34.1% 이외의 중소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할 의향도 있고, 실제로 하고 있기도 하고요.

: 주52시간 상한을 초과한 곳은 17% 밖에 안 됐죠.

: 이런 생각도 들어요. 어쨌든 노동시간 단축이 특정 산업 혹은 특정 기업의 어려움과 현실이었다면, 사실 정부의 지원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었을 테죠. 그런데도 정부가 계도기간을 주고 유예를 시킨 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그런 정부의 태도도 있고. 한편으로는 제조업 사업장 특징인 것 같아요. ‘이런 어려움이 있어’라고 터놓고 자기들의 정보를 공개하려는 제조사업장이 많지 않잖아요.

 : 공감해요. 노조는 ‘회사에 하자고 했는데 안 된다고 그러던데?’라고 말하고 회사는 혹시라도 기업정보를 공개했을 때 ‘트집 잡히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있는 거죠. 사실은 공유도 안 하면서 어렵다고 하는 게 굉장히 이상하죠. 몰라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알면서도 활용을 안하는 거요.

박 :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기업들의 공개 거부는 어떠한 관리·감독 영역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거죠. 중소기업이 극심하게 이런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이미지가 엄청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중소기업은 대외적 이미지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다 보니 신경 안 쓰고 감추려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 하나 더 얘기하자면 분명히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있어요. ‘계도기간 주겠지’.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라는 예측이 현장에서 있었고 실제로도 정부가 그랬고요. 당장에 내년 1월 1일에도 되는 곳은 되고, 안 되는 곳은 여전히 안 되는 상태로 새해를 맞이하는 상황이죠.

2. 사용자 단체가 말하는 일본 사례에 대해서

 : 주로 사용자 쪽에서 일본 사례를 말해요. 일본은 법적으로 연장근무를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 가능하게 해요. 또 노사합의로 최대 월 72시간, 연간 760시간까지 연장근무가 가능해요. 1+1이죠. 일본처럼 법으로 최대치는 유연하게 열어주고 노사관계로 합의해서 변화하는 산업에 맞춰서 가는 방법이 어떠냐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일본은 노동시간 정책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다 적용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5인 미만 사업장이 40%로 비율이 높은데도 일본처럼 모두 규제의 적용을 받지 못해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한국의 노동 유연성이 더 높을 수도 있죠. 나라별로 상황이 다른 건데 일본이 한다고 해서 직접 비교하는 건 좀 어렵지 않나요?

 : 일본식으로 하게 되면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은 더 피해를 보거나 악용 소지도 있죠. 우리나라에서 제도가 시행했을 때 더 시끄러워지는 게 악용 사례를 처벌하거나 후속 조치가 미숙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생각도 들어요.

 :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이 정보 공개하고 정부의 관리·감독 안에 들어오게 할 때 강제적인 방법만 사용하면 오히려 반발이 심할 거 아니에요? 자본의 입장에서는 뭔가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자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나. 그런 점이 중요한 것 같네요. 물론 신뢰관계도 좋지만 신뢰관계 쌓아서 ‘사장한테 까놓고 합시다’ 이렇게 해서 될 문제인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기업이 논의에 나오게 하기 위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이요.

3. 진짜 취재 후기

 : 소감 한마디씩 하고 마무리할까요?

 : 금융노조가 올해 4일제를 가지고 나왔는데 댓글 보면 장난이 아니에요. 은행이 주4일제를 하면 어떡하냐고 욕하고 있어요. 금융노조가 처음 주5일제 도입한다고 했을 때와 다르지 않은 반응이죠. 주4일제 시대가 온다고 보장 할 수 없지만, 주4일제 시대가 오지 않는다고 하기에도 좀 어려운 시대인 것 같아요. 진짜 모르는 거죠. 진짜 그런 시대가 올까? 언제올까? 그런 궁금증도 생기네요.

 : 노동시간 단축이 '예쁘게' 됐던 곳은 시간 단위로 생산품이 나오는 제조업 공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기자 일 같은 경우는 짧게 일한다고 아니면 길게 일한다고 성과물이 일정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조금 다른 층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법으로 노동시간을 규정하는 게 맞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법으로 규정할 필요는 있죠. 법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장시간 노동 관행이 이어왔던 거니까요.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시간이라는 개념은 노동자에게 중요한데 시간을 운영하고 가꾸는 데 있어서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자기시간을 꾸려본 적이 있는가. 예를 들어 프리랜서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자기시간을 자기가 정의해서 성과물을 잘 내고 이런 거잖아요? 그런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열악하고 힘들잖아요. 시간을 자유롭게 조직했을 때 따라오는 보상이 제대로 안 됐다거나. 그런 여러 가지 측면들이 있겠죠.

 : 저는 그 생각났어요. 예전에 서울 버스, 서울에 빨간 버스, 초록 버스, 파란 버스 바뀌었거든요? 그때 사람들 불편하다고 욕을 엄청했어요. 근데 반 년만에 사그라들고 너무 편한 제도라고 칭찬했단 말이에요. 지금 정부나 모두 노동시간 단축이 맞는 방향이라고 동의를 하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가는 와중에 갈등이 생기는 거잖아요? 이 갈등이 당연하다는 거를 포용을 하면서 어려운 소리를 보듬어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 너무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 뻔한 멜로 느낌인데요?

 : 예쁜 이야기 좋은데요!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