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위원장, 차기 임원 선거 불출마 선언
김주영 위원장, 차기 임원 선거 불출마 선언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12.10 17:54
  • 수정 2019.12.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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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조합원으로 돌아가겠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오는 2020년 1월 21일 진행되는 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 이하 한국노총)은 10일 오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제 78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진행했다. 이날 김주영 위원장은 재선출마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김주영 위원장은 “임기가 끝나가면서 임원선거의 재출마 권유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현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을 견인하면서 100만 한국노총 시대를 열었다는 것에서 소임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며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한국노총에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그만두더라도 한 명의 한국노총 조합원으로서의 우리 조직을 응원하고 함께하며 ‘영원한 한국노총 조합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남은 임기를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고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언제, 어느 순간이든 한국노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임원 선거를 선언한 인물은 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김현중 철도사회산업노조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등이다. 그간 김주영 위원장의 재선 출마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어온 만큼 이후 선거구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현재 한국노총 주변의 반응과 관측을 종합하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이 위원장 자리를 놓고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주영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또다른 변화가능성도 생겼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한편, 중앙집행위원회에 앞서 열린 제 424차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는 임원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선거관리위원에는 정운덕 출판노련 위원장, 박갑용 식품산업노련 위원장, 김상수 사립대연맹 위원장, 진병준 건설산업노조 위원장, 안재성 전북지역본부 의장이 위촉됐다.

 

아래는 김주영 위원장의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 전문

‘영원한 한국노총 조합원’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한국노총 조합원 동지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주영입니다.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3년이라는 저의 임기도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임에도 저마다 그 속도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임기가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보다 빠른 것 같습니다. 지난 3년, 저는 대한민국 제 1노총 위원장으로서 해결해야할 엄중한 현안문제와 더불어 한국노총의 조직 확대와 숙원들을 풀기 위해 잠시의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매 순간 선택을 피할 수 없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자리가 위원장입니다. 그 선택이 우리나라의 경제와 노사관계, 그리고 한국노총의 발전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임했습니다. 그 책임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 100만 한국노총의 명예와 관련된 것이기에 최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임기가 끝나가면서 다가오는 노총 임원선거의 재출마를 권유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말을 아꼈습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마음을 조합원 동지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한국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저는 내년 1월 21일에 치러지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현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을 견인하면서 100만 한국노총 시대를 열었다는 것에서 제 소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한국노총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제 역할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3년 임기의 성과를 온전히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룬 모든 성과들은 조합원으로부터 시작됐고, 다소 부족했다는 점이 있다면 이 또한 제가 안고 가야할 문제입니다. 재출마를 통한 평가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리더십이 한국노총에게는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한 경쟁 시대, 효율과 경쟁에 밀려 공동체의 가치가 멀어지고 있는 시대에 3년의 경험을 고스란히 차기 집행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동지들과 함께 한 지난 3년은 저에게는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아끼고 쪼개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매년 현장순회를 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현안이 대두될 때마다 회의체뿐만 아니라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하였습니다. 전 조합원의 투표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정책협약을 체결하였고 촛불정부의 노동존중 시대를 함께 하면서 2대지침 폐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 노동시간 단축,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정책과제들을 주도해 왔습니다. 사회안전망 확충, 양극화문제 해소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더불어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200만 조직화시대를 위해 임기 초반부터 매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2018년 100만 조합원의 시대를 시작한데 이어, 무노조 대기업인 삼성과 포스코에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큰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사무총국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총국 동지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해묵은 과제였던 임금제도를 개편하였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인사위원회의 활성화를 통해 인사제도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제도로 변화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내부의 비정규직이었던 회관 관리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스스로 노동문제를 주도하고자 했던 한국노총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총 회관과 중앙교육원의 재정문제를 비롯한 정상화를 위한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고율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던 교육원 부채를 해소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화 작업을 추진하여 운영비를 절감토록 하였고, 미준공 상태였던 교육원 건물을 준공함과 동시에 사업자로 등록함으로써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교육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현재 시공하고 있는 8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준공을 하는 내년부터는 교육원의 재정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노총 조합원으로서 현장의 위원장으로서, 연맹위원장으로 오직 한길로 달려왔던 노동조합 운동을 이제 마무리 하려합니다. 88명 조합원이 있던 전력노조의 가장 작은 지부장을 시작으로 전력노조 위원장, 공공노련 위원장을 거쳐 100만 한국노총 위원장에 이르기 까지 30여년 노동조합 운동을 해왔습니다.

"김주영은 적어도 우리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 같아서 뽑았다."

노동조합에 발을 들이고 첫번째 선거를 치른 뒤, 한 조합원 동지가 저에게 해 주신 말씀입니다. 신뢰받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그러한 노동조합을 만들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왔습니다. 비록 개인의 직위는 내려놓지만 어떤 위치에 있게 되던 제가 한국노총의 위원장이었고, 또 한국노총의 자랑스러운 일원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 어느 순간이든 한국노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 또한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국가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노동조합의 힘은 현장의 동지들에게서 나옵니다. 조직에 대한 동지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만이 우리의 조직을 지켜내고 나아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그만두더라도 한명의 한국노총 조합원으로서 우리 조직을 응원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영원한 한국노총 조합원’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오늘 이렇게 저의 마음을 알려드린다 해서 남은 임기, 결코 허투로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조직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더 많은 동지들을 만나 현장의 고민을 듣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조직인 한국노총이 100만을 넘어 200만 조직으로 발돋움 하는데 마지막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두 달 뒤, 작은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을 나누며 동지들과 함께했던 시절과 자랑스러운 한국노총의 미래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길 소망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동지들의 가정에는 행복이, 일터에는 노사간 공동번영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