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류법, 택배노동자 위한 법이냐 아니냐?!
생활물류법, 택배노동자 위한 법이냐 아니냐?!
  • 박완순 기자,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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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보호 취지 포함된 생활물류법
택배노동자 조직된 공공운수노조와 서비스연맹 입장차 보여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줄여서 ‘생활물류법’ 두고 택배노동자들이 각각 조직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와 서비스연맹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생활물류법 공청회에 참석한 서비스연맹은 법안을 지지했다. 같은 시간 공공운수노조는 국회 앞에서 생활물류법 추진이 졸속이라며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렇다면 두 노조가 대립하는 생활물류법은 어떤 이유로 발의된 걸까?  

우선 생활물류서비스는 택배·퀵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소비자의 손에 직접 전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산업을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이라고 한다.

택배, 퀵서비스, 음식배달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은 디지털 플랫폼 등의 확산으로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 규모가 커지는데 노동자를 보호할 안전망이 없다는 점이다. 택배업종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물법)에 포함되지만 화물운수와는 구별되는 업종 특성상 법의 규제를 받지 못하고 퀵서비스를 비롯한 이륜차 물류업은 자유업으로 규정돼 노동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활물류법은 사각지대에 놓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을 양성화해 정식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생활물류법에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담겼다. △종사자 구분(택배운전종사자, 택배분류종사자) △택배 요금 정상화 반영(일명 ‘백마진’ 금지) △휴식 시간 및 휴식 공간 제공과 작업환경 개선 △고용안정(계약갱신청구권 6년)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률 등 종사자 권익증진과 안전강화 △택배 사업자의 영업점 지도 감독 의무 등이다. 지난 8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물법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서비스연맹은 생활물류법을 적극 추진한 노조로 생활물류법이 택배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제도라는 입장이다. 반면 공공운수노조는 생활물류법이 택배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큰 틀에서 생활물류법이 택배 자본을 규제하고 열악했던 택배노동자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입구인지 아닌지를 두고 쟁점이 발생한 셈이다.

쟁점① 생활물류법은 규제 법안인가 규제 회피 법안인가

공공운수노조는 생활물류법으로 택배서비스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없다고 본다. 공공운수노조는 “생활물류법이 제정되면 택배서비스산업 전반이 해당 법에 적용을 받는데, 생활물류법의 규제가 극히 일부분이거나 실효성이 없는 강제 조치여서 실질적으로 택배서비스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택배서비스사업자들이 화물법 ‘제11조 운송사업자의 준수사항’으로 규제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서비스연맹은 현재 화물법이 택배서비스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생활물류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화물법은 다단계 위수탁계약을 금지하지만, 택배업은 화물업과 다른 특수성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인정받아 다단계 위수탁계약 금지를 택배업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하-간선차-허브물류센터-간선차-배송’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별도의 위탁단계로 볼 수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히려 택배사들은 이러한 법적 허점을 이용해 다단계 위수탁을 불법적으로 택배업에도 실행함으로 택배노동자들의 처우를 악화시킨다는 게 서비스연맹의 설명이다. 결국, 서비스연맹의 주장에 따르면 생활물류법이 택배사에 택배 대리점 지도감독의무를 부과하고 산업안전의무를 규정하기 때문에 법적 허점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쟁점② 무한증차 가능성? ‘배’자 번호판

공공운수노조는 “생활물류법이 택배서비스사업자들이 무한정으로 택배차를 늘릴 수 있어 택배노동자 간 무한경쟁을 일으키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배’자가 붙은 번호판은 택배노동자가 직접 받고 택배노동자가 일을 그만두면 정부 소관 부처에 반납하는 형태다.

2017년 이전에는 택배서비스사업자들이 정부에 배자 번호판을 받아 택배노동자에게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택배서비스사업자들이 배자 번호판을 비싸게 사고 파는 등의 불법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직접 부여 방식으로 바꿨다. 공공운수노조는 “생활물류법이 직영을 전제로하면 다시 택배서비스사업자들에게 번호판을 부여하기 때문에 2017년 이전 상황이 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비스연맹은 “택배는 화물수급조절제 적용을 받아 수많은 택배노동자들이 배자 번호판이 아닌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배송하다 처벌받고 있기 때문에, 택배 번호판 무한 증차는 택배노동자에게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서비스연맹은 화물수급조절제가 과포화된 화물운송시장의 차량 수급을 조절하면서 과도한 운임경쟁으로 인한 운임단가 인하를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서비스연맹은 택배시장에 개개인이 쉽게 진입할 수 없어 수급조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택배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차량 구입, 배송구역 배정, 택배사로부터 사원코드 부여가 필수적이어 택배시장 진입 문턱은 높다. 또한, 택배 운임 결정 구조는 택배회사와 대형거래처 결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무한정 늘어나면 운임단가가 낮아지는 화물 운임 결정 구조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쟁점③ 택배사 잘못은 택배노동자에게 전가되는가

공공운수노조는 생활물류법 제7조 4항과 5항을 문제 삼았다. 각 항에 따르면 택배서비스사업자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면 택배노동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공공운수노조는 택배서비스사업자가 구체적이지 않은 모호한 근거로 택배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각종 패널티와 집배송 수수료 갈취로 돌아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를 두고 현장 사정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택배노동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려면 택배노동자의 잘못을 택배사가 입증해야 해서 책임 전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택배사들이 일방적으로 사고비용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을 생활물류법으로 바꿀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발의된 생활물류법 제7조 4항은 “택배서비스사업자는 영업점 또는 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집화·분류·배송 등의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영업점 또는 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와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이고, 5항은 “택배서비스사업자는 제4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면 배상 책임이 있는 영업점 또는 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이다. 

생활물류법 주요 취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두 노조 모두 공감하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생활물류법 통과 뒤 시행령을 통한 보완 또는 현재 발의된 법안을 수정해 내년 국회에서 재발의하는 것이다. 어떤 길이 노동자들을 위한 선택일지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