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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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안톤 슈낙은 그 유명한 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한 마리 범의 모습,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렛색과 검정색, 그리고 회색의 빛깔들, 이런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갈파했습니다.


그럼 이 시대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대체 어떤 ‘것들’일까요. 남의 나라 땅 한복판에서 남의 나라 막내섬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외교관이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유명대학의 명예교수 이름을 걸고 ‘식민지배는 축복’이라고 떠들어 대는 또다른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여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제 나라 국민들을 ‘들쥐’ ‘하이에나’ ‘후레인간’으로 묘사하는, 군사전문가로 자칭하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대할 가치가 없더라도, 그리하여 ‘그것들’이 우리의 혈압을 오르게 하더라도, 적어도 말할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처벌하자고 덤비는 ‘덜 떨어진’ 민족주의자(정확히는 국수주의자) 국회의원들의 입법 추진에 반대합니다.


정작, 정말로 우리는 ‘슬프게’ 하는 것들은 따로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동지’를 적으로 규정하고 쏟아내는 날 선 ‘말들’, 슬그머니 건네진 검은 ‘돈들’, 그리고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믿지 못하는 ‘마음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거 아시나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쓴 안톤 슈낙의 또다른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4월의 봄햇살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번 호에서는 2005 임단협을 앞두고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다섯 가지 사안들을 집중 분석해 봤습니다. 산별 교섭, 근무형태 변경, 비정규직, 제조업 공동화, 주40시간제,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고민을 나누는 기회였으면 합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장의 실태도 담아봤습니다. 객관적 원칙이 아닌 관성에 의한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위기 뿐만 아니라 고용의 위기도 함께 불러온다는 점을 되짚었습니다.


얼마 전 휴일 오전 시간에 사람들을 놀래켰던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는 안전한지, 그리고 석유화학단지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아울러 드라마 연출가 이병훈 감독과 ‘돌부처’ 이창호 9단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도 점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