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시간 단축에 ‘찬물’ … 노정관계 어쩌나
정부, 노동시간 단축에 ‘찬물’ … 노정관계 어쩌나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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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추진할 것”
경영계, “보완대책, 근본적인 해결방안 아냐”
정부가 보완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민주노총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정부가 보완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민주노총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기조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가 발표한 주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으로 노정관계의 경색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 이하 노동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50인~299인 기업 주52시간 상한제 정착을 위한 보완대책(이하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보완대책은 ▲계도기간 1년 부여 ▲인력채용 지원 강화 및 외국인력 지원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업종별 특화 지원 방안 추진 등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 이하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브리핑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유지·고착화·확대하는 길을 활짝 열었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켜야 하는 정부부처인 노동부가 사용자 편에서 장시간 노동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부의 보완대책이 헌법 제32조 제3항인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함’, 헌법 제37조 제2항인 ‘자유권 침해 금지’, 근로기준법 제53조 제4항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규정’에 어긋난다고 보고 서울행정법원에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9조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시행규칙취소 헌법소원을 동시에 제기할 방침이다.

같은 날 한국노총 역시 정부의 보완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같은 날 한국노총 역시 정부의 보완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 이하 한국노총) 역시 전날 있었던 제78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보완대책은 명백하게 ‘노동시간 단축 포기선언’”이라고 규정하면서 “정부의 보완대책은 현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사교섭을 진행해 온 사업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노동시간 단축의 현장안착을 더디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정부의 보완대책에 대한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돌입 계획을 밝혔다. 또한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주52시간 상한제 시행 대비 준비상황에 대해 “2차 조사 때 문제없다고 답한 비율이 줄었으나, 3차 조사 때는 다시 늘어났다”며 “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주52시간 상한제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노선버스 업종의 노동조합인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위원장 류근중)은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이 계도기간 부여라는 이름으로 또 유예됐다”며 계도기간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경영계 역시 정부의 보완대책을 크게 환영하고 있지는 않다. 경영계는 “정부의 보완대책이 기업의 애로 해소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등은 입장문을 통해 “탄력근로 최대 단위기간과 선택근로 정산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국회 보완입법이 조속히 완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계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임기의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노정관계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