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노동자와 사용자 고민 함께 나누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노동자와 사용자 고민 함께 나누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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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두고 노-사 모두 다른 이유로 어려움
노동자, ‘처벌 미비’, '보호불가능', ‘노동자 참여 보장’ 호소
사용자, ‘현실적인 대응 어려움’, ‘노동조합의 남용’ 제기
12월 12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과 노사관계'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노동자와 사용자 각각 불만이 터져나온다. 합리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위해서 노사가 현재 겪고 있는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행복한 일 연구소(대표 문강분)는 12월 12일 오후 3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직장내 괴롭힘과 노사관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사-전이 모두 함께했다. 노동자 측에서는 이강호 페르노리카 코리아 노동조합 위원장이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노동조합의 대응을 발표했고, 사용자 측에서 이준희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노동경제연구원 수석위원이 사용자의 대응을 발표했다. 더불어 이영기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사무관, 문성덕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변호사,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가 법률적 검토를 맡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보완 필요해’

이강호 위원장은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설명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위스키 수입 및 판매하는 프랑스계 기업이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직장 내 괴롭힘은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까지 채택돼 공론화되기도 했다. 특정임원의 상습적 욕설, 폭언 및 성희롱성 발언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노동조합 차원에서 문제제기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 현재도 법적 공방을 거치고 있다.

이강호 위원장은 ▲사용자 위주의 인사위원회 구성 ▲피해자에 대한 현실적인 보호 불가능 ▲노동청의 관리 감독 미비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강호 위원장은 “지난 2019년 3월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을 때 조합원이 대부분이었다. 대의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었다. 조합원 180여 명이 40명으로 줄었다”면서, “시정 명령을 내린 노동청을 가볍게 무시하는 회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7월부터 시행됐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체감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용자의 속사정

이준희 수석위원은 사용자 입장에서도 ▲피해자의 비밀유지 요구 ▲가해자 인식의 주관성 ▲명시적이지 않은 괴롭힘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가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공론화하기 어렵고, 가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화해조치에 난항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업장 바깥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이나 ‘정당한 지시권 행사’ 범위 밖의 괴롭힘 문제는 사용자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었다.

더불어 사용자의 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노동조합이 단체협상에서 무리하게 남용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준희 수석위원은 “민주노총, 직장갑질 119 등이 공개한 모범단체협약안이나 권고안에는 33개에 이르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유형을 나열한 뒤 그 목록을 단체협약에 그대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목록은 완결된 것이 아니며 유사 행위들이 파생되거나 새로 등장할 수 있다. 포괄적인 추상적 규정과 대표적 유형을 예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개회사 중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입법의 아쉬움, “계속 보완돼야 해”

권오성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이 사용자와의 관계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인격권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다루는 게 더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노동자-사용자의 관계틀이 아닌, ‘인격적 이익의 침해를 받지 않을 권리’ 차원으로 간주해 현실적인 손해배상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오성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은 다층적이고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면서, “피해자에게 허용되는 다양한 구제 수단 등이 상호정합성을 유지하면서 상보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제도를 설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기 사무관은 “오늘 토론에서 제기한 내용을 함께 느끼고 있다. 중장기적 제도 개선은 국회의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고용노동부가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겠다. 내년에는 상담 운영센터를 대폭확대 할 예정이며, 예방적인 노사상생문화를 위해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알리는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갑질 문화가 항상 논란이 돼왔다. 가장 만연한 곳이 바로 직장”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올해 7월 16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한 혼란이 이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토론회는 특히 노동조합, 사용자가 각각 처한 고민들을 알아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모색해보는 출발점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