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정년+3년’에도 ‘직접고용’ 택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정년+3년’에도 ‘직접고용’ 택했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13 19:46
  • 수정 2019.12.1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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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33일차 갈등 끝에 전환방식 직접투표 붙여
자회사 방식의 정년 더 길지만 ‘직접고용’ 택해 … "좋은 일자리 위해 희생한 것"
지난 11월 25일 분당서울대병원 로비농성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고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된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분당서울대병원분회(분회장 윤병일, 이하 분회)는 12월 13일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방식’ 결정투표 결과를 알렸다.

총 1,350여 명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1,070명이 직접고용 방식을 택했다. 함께 투표에 붙여졌던 자회사 방식(157표)을 압도했다. 자회사 정규직 방식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감이 예상을 상회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공식적인 결과 발표는 12월 16일 노사전협의체 회의를 거친 후 이뤄질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제시한 두 가지 제안

지난 11월 7일 분회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공식적인 답을 내리지 않은 가운데, 자회사 방식과 직접고용 방안을 모두 제시했다. 이후 파업 33일차가 되던 12월 9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직접 투표를 통해 전환방식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병원이 제시한 두 가지 안을 보면, 정규직 전환 의사를 밝힌 비정규직 노동자 1,350여 명을 대상으로 직접고용 전환 시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7년 5월 13일 이전 입사자 900여 명은 제한경쟁을 통한 3단계 채용절차 진행(기존 5단계) ▲2017년 5월 13일 이후 입사자 400여 명은 공개경쟁채용으로 4단계 채용절차를 거친다. 공개경쟁채용 시 경력 6개월(2020년 4월 1일 기준) 이상부터 가산점을 부여한다.

반면, 자회사 전환 시에는 최소한의 채용절차를 적용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한다.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에는 두 방식의 차이가 없다. 다만 정년에서 차이가 있다. 직접고용 시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의 정년기준인 만60세(환경미화 등 고령친화직종은 만65세)를 따라야 한다. 단 전환시점에 이미 정년을 넘긴 노동자들은 퇴직을 1년 유예한다. 자회사의 경우는 만65세에서 최대 3년까지 유예가능하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조건 더 나은 자회사 거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두 가지 조건은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직접고용 방식은 2017년 7월 이후 입사한 400여 명에 대해서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만 가산점 부여를 통해 채용 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하지만 정년은 직접고용 방식이 짧다. 더욱이 분당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 본원에는 시행하지 않는 ‘촉탁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정년에 근접하거나 정년을 넘은 노동자가 상당수 있었다. 또한, 정년이 한참 남은 노동자라도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회사’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을 택했다.

최근 11월 1일자로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직접고용으로 정규직 전환된 이연순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 분회장은 “자회사는 또 하나의 하청업체"라며, "지금 있는 사람들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남겨주기 위해 직접고용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