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제철 도급금지 무력화 그만둬라!”
금속노조, “현대제철 도급금지 무력화 그만둬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17 14:21
  • 수정 2019.12.1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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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전면 개정으로 유해작업 도급금지 강화 … 유해작업 둘로 분리하고, 55세 이상 ‘계약직’ 채용
금속노조, "법위반만 피하면 된다는 꼼수" 비판
12월 17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유해작업 도급금지 무력화 현대제철의 뻔뻔함을 규탄한다' 기자회견 현장. 홍승완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금속노조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김용균법’이 내년 1월 16일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유해작업의 도급 금지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유해업무를 두 개로 쪼개고, 촉탁직을 채용하는 방법으로 법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이하 금속노조)은 12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유해작업 도급금지 무력화 현대제철의 뻔뻔함을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됨에 따라 오는 1월 16일부터 유해작업의 도급 금지 규정이 강화된다. 구체적으로 유해작업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58조(유해작업 도급금지)에 따라 ▲도금작업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 주입, 가공, 가열 작업 ▲유해성이 인정된 물질(동법 118조 1항)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으로 정의된다. 현대제철의 아연도금 공정, 중금속 용해로에서 아연을 녹여 철강 제품에 도금하는 일명 ‘포트’ 작업도 유해작업에 속한다. 현재 현대제철에서는 당진 제1, 2냉연공장, 순천공장 등 총 세 곳에서 아연도금 작업이 하청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직접고용 전환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12월 12일 현대제철은 전체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도금 작업자 모집 공고’ 냈다. 채용조건은 직영 관할 계약직이며, 55세 이상 고령자 우대, 결격사항 없을 시 만60세까지 계약 예정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은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유해작업 도급금지 법조항을, 55세 이상 원청 촉탁 비정규직 채용이라는 꼼수로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고용구조 속에서 원청이 직접 안전보건을 책임져야 한다는 법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고령 비정규직으로 유해위험공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기존 2인1조로 작업하던 아연도금작업은 두 개로 분리된다. 현재 아연도금작업은 부산물 제거 작업을 2인1조로 하다가 ‘포트’에 아연이 부족한 경우 한 사람이 지게차를 이용해 아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채용 계획에 따르면, 아연도금작업은 부산물 제거 작업과 아연투입 지원업무로 각각 분리돼 부산물 제거 작업은 원청 촉탁직 노동자를 채용하고, 아연투입 지원업무는 하청업체에서 전담하게 된다. 이 경우 각각 업무를 한 사람이 맡게 돼 2인1조 작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홍승완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2인1조로 함께 아연 부산물 제거 작업을 하다가 아연이 부족한 경우 교대로 돌아가면서 아연 투입 작업을 했다”며 “돌아가면서 유기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다. 발밑에 500도가 넘는 쇳물이 끓는다. 2인1조로 작업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같은 공간에서 연속해 이뤄지는 작업을 형식적으로 분리한 점 ▲본래 2인1조 작업을 원청-하청으로 나누어 안전책임 이원화한 점을 들어 안전사고에 대한 실질적 책임부재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지난 10여 년 동안 32명의 노동자가 현대제철에서 목숨을 잃었다. 법 위반만 피하면 된다는 얄팍한 꼼수로 노동자들을 더 열악하고 위험한 일터로 내몰고 있다”며, “유해작업 도급금지 법조항을 촉탁직 채용이라는 꼼수로 무력화시키는 사례가 허용된다면, 전체 사업주들의 따라하기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