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자한당에 맞서 우리 힘으로 생물법 쟁취하겠다!"
"걸림돌 자한당에 맞서 우리 힘으로 생물법 쟁취하겠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2.19 16:59
  • 수정 2019.12.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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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생물법 제정 "걸림돌" 자유한국당 비판
"국민과 노동자 힘으로 법안 통과 쟁취하겠다"

"택배노동자의 노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지역구 사무실에도 수시로 배달서비스를 해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도 분발하겠습니다. 여야 의원이 똘똘 뭉쳐서 생물법 통과시키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여러분 편에서 권익이 신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법안 통과를 꼭 이뤄냅시다."

-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 '전국택배노동자대회(11/4)' 발언 中

11월 4일 전국에서 모인 택배노동자들이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재벌특혜 중단!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촉구'를 요구하는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1월 4일 전국에서 모인 택배노동자들이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재벌특혜 중단!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촉구'를 요구하는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지난달 4일 택배노동자 2,000여 명이 국회 앞에 모였다.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안」, 줄여서 '생물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생물법을 발의한 의원 22명 중 유일한 자유한국당 출신인 송석준 의원은 이날 발언을 마친 뒤 오른 주먹을 꽉 쥐어 올리며 "투쟁!"을 외쳤다. 들어 올린 팔의 각도며 목소리도 어색했다. 순간 당황해 타이밍을 못 맞춘 택배노동자들 사이에서 "투, 투쟁"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흩어졌다. 이내 "생물법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 의원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자가 얼어붙은 분위기를 수습했다. "살면서 자유한국당 의원한테 박수칠 줄은 몰랐다"는 어느 택배노동자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생물법은 택배, 퀵, 배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소비자의 손에 직접 전달해지는 생활물류서비스를 정식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법안이다. 물론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담겼지만 우선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산업법'이다.  

그렇다면 특수고용노동자인 노동자들은 왜 산업발전법을 지지할까? 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고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산업 자체를 양성화해 노동자들을 책임질 주체를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택배업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물법) 아래 관리받아야 하지만 산업 특성을 이유로 규제를 피한 '무허가 불법 대리점' '택배사의 불법 다단계 위수탁' 등 불법이 만연했다. 생물법이 택배업을 생활물류업으로 규정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이유다.

지난달 송석준 의원이 "법안 통과를 꼭 이뤄내자"고 외쳤지만 현재 자유한국당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서 열린 생물법 공청회에서도 찬반 조율점을 찾지 못해 생물법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 왼쪽부터)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박영일 전국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이선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이 19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법 걸림돌 자유한국단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사진 왼쪽부터)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박영일 전국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이선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이 19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법 걸림돌 자유한국단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런 가운데 택배노동자들이 "생물법 걸림돌"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완, 이하 택배노조)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12월 6일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은 택배노동자 처우와 민생을 외면하고 택배재벌 입장만을 대변하며 생물법을 반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자유한국당을 그대로 두고서 생물법 국회통과는 매우 힘들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조직하고 당사자들의 힘으로 생물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패널로 선정해 반대 입장을 밝힌 이들(대리점연합회, 화물연합회, 용달협회)은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반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먼저 택배노조는 화물연합회와 용달협회가 "생물법으로 택배 영업용번호판이 증차 되면 택배가 화물용달 업역을 침범하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을 반박했다. 택배노조는 "생물법은 택배업체와 전속계약을 전제로 발급되는 '배번호판'을 화물용달로 전용하는 것을 금지(15조)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57조)에 처하고 있다"며 화물연합회와 용달협회의 주장이 사실관계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리점연합회가 "택배종사자 중 하나인 대리점의 권익보장이 선행되지 않으면 법률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우려한 점에 대해 택배노조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완 위원장은 "대부분 택배 대리점은 주선면허 없이 법 밖에서 음성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이용해 대리점장들은 고율의 대리점 수수료로 택배노동자의 노동대가를 갈취하지만 어떠한 법의 적용도 받지 않으며 특혜를 누려왔다"며 "생물법에는 대리점이 원청인 택배사로부터 요구받는 갑질을 피할 수 있는 보호장치인 '택배사업자의 대리점 지도감독 의무'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대리점들을 대표하는 대리점연합회에서 반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생물법 통과가 여러 경로로 막힌 상황에서 박영일 전국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퀵서비스 노동자들 또한 이륜차 물류산업 자체가 음성화되어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지난 30년간 물류의 모세혈관으로서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왔다"며 "택배와 퀵서비스 노동자들을 절망에 빠뜨린 자유한국당에 맞서 우리 힘으로 17만 퀵서비스 노동자는 물론이고 5만 택배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바라는 온 국민과 함께 자유한국당 심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배노동자들은 내년 2월 임시국회를 마지노선으로 생물법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택배노조는 "12월 30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국 택배·퀵 노동자들이 생물법 통과를 호소하는 소식지와 유인물을 배포할 계획"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를 위해 국민의 성원을 모아 생활물류산업 종사자들이 힘 있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