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다이아(DIA)는 다이(DIE)야?
지하철 다이아(DIA)는 다이(DIE)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2.27 11:35
  • 수정 2019.12.27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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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19년 전 죽음의 운전시간표(DIA)로 회귀”
운행 시간 연장 되돌릴 때까지 무기한 노숙 농성
[인터뷰] 박찬용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사무국장

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근무표를 다이아(DIA)라고 부른다. 다이아그램(Diagram)의 줄임말이다. 승무노동자들은 열차 운행 시간, 열차 운행 횟수, 배차 등의 변수를 조합해 다이아그램(Diagram) 형태로 근무표를 짠다. 승무노동자들의 다이아는 노동시간과 직결된다.

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사회적 이슈였다. 장시간 노동, 1인 근무, 컴컴한 지하철을 오래 응시해야 하는 상황, 생리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상황, 철로 소음 등으로 승무노동자들은 공황장애를 겪었다. 공황장애로 9명의 승무노동자(=기관사)가 자살했다.

올해 초부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위원장 윤병범, 이하 노조)는 “휴일에는 쉬고 싶다”며 휴일 대체 노동과 평상시 장시간 노동을 지적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노조가 요구한 해결 방안은 인력 충원이었다.

노조는 총파업을 걸고 2019년 임단협을 진행했다. 10월 16일 노사는 임단협 내용을 조율해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는 “최적근무위원회, 기관사 근무환경개선단 권고사항인 인력증원(209명)을 위해 노사정협의회를 구성하고 내년 1월 중 논의를 완료해 상반기 중 결정하고 시행한다”고 승무노동자 인력 충원도 포함됐다.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노조 소속 승무노동자들은 다시 서울시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20일부터 시작했다. 무기한 노숙 농성이다.

서울시청 앞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승무노동자들 ⓒ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시청 앞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승무노동자들 ⓒ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노동자들이 추운 겨울 무기한 노숙 농성을 벌인 이유는 하나다. 다이아가 변경돼 열차 운전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조는 “변경된 다이아가 19년 전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운전시간표”라고 비판하며 ‘열차 운전 시간 되돌리기’를 요구하고 있다.

승무노동자들은 이번 열차 운전 시간 연장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했고 단체협약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도 주장한다. 지난달 26일 같은 내용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반면, 사측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6일 당시 보도자료를 내 “조정된 승무원 운전시간은 취업규칙과 노사합의에 기초한 적정시간이며 노동조건 저하와 불이익에 해당하지 않고 장시간 운전 문제는 보완 중”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서울시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며 승무노동자들은 휴일 대체근무를 거부하는 ‘휴일 지키기 운동’ 중이다.

와중에 서울 지하철 2호선 감축 운행이 시행됐다. 배차 간격이 30분 이상 늘어나는 일도 발생했다. 시민들은 불편을 느꼈다. 감축 운행의 이유를 두고 노사는 입장이 달랐다.

노조는 감축 운행을 “‘휴일 지키기 운동’으로 승무인력이 줄었고 사측이 운행 수를 불가피하게 줄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측은 “2호선 열차가 너무 많아 간격 조정을 위한 지연 운행이 일어나 안전상 이유로 1편성을 빼 효과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노사는 승무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인력 충원을 가지고 임단협 이후에 다시 갈등하고 있다. 23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퇴임했다. 노사가 협의해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사측 대표의 공백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209명 인력 충원에 대한 비용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고작 12분 연장된 것인데’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한편, 노조에 따르면 “19년 전 운전시간표와 같은 다이아 변경과 노동시간 연장으로 승무노동자 2명이 공황장애 소견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무엇 하나 정리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서울시청 노숙 농성장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박찬용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사무국장을 만났다. 박찬용 사무국장은 3호선 기관사였다.

박찬용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박찬용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2호선 감축 운행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사측에서는 노조의 휴일 지키기 운동과 관련 없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관련 있다. 어제자(23일)로 9바퀴 차를 뺀 것 이외에 9일 6바퀴를 뺐다. 지난달 18일에도 3회를 뺐다. 총 18바퀴다. 3호선, 4호선도 뺐다. 문제의 발단은 106명을 줄이기(209명 인력 충원 중) 위한 소위 말하는 (사측의) 자구 노력이다. 19년 전 노동시간으로 되돌아갔다. 열차 운영 효율화나, 안전 조치로 출발한 것 아니다.
*바퀴 : 열차 운행 횟수를 이르는 말. 예를 들어 2호선 내선순환 노선을 한 열차가 한 바퀴 도는 것. 

106명을 줄인다는 것,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운전시간을 늘리는 게 사측의 핵심이다. 평균 운전시간이 12분으로 늘어남으로 106명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랬더니 근무표가 엉망이 됐다. 19년 전 장시간 노동으로. 휴식도 못 취하고, 근기법도 어기고, 하루 근무시간 12시간 넘고, 주52시간 넘고, 회사 하루 체류 시간이 13시간도 발생한다.

지난 2019년 임단협 합의로는 209명 인력 충원인데 시간 늘려서 106명 줄어드는 효과면, 결국에는 103명만 충원하는 건가?
그런 의도로 보고 있다. 16일 새벽 합의 당시 209명을 합의할 때 서울시 도시교통실 직원이 와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합의서에 209명을 명기하거나 합의에 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파업이 걸려 있고 박원순 시장의 등장으로 인해서 합의했다. 그러니 209명 충원 다 안하려고 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휴일 대체근무 거부 때문에 열차 감축 운행이 일어난 건가?
그것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올해 초부터 휴일에 쉬게 해달라라는 요구를 했다. 그러니 누군가는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을 더 뽑아야 한다. 인원이 증원되면 건강권 지키며 일할 수 있다. 또한, 인원 충원 전에는 휴일 대체 근무로 발생하는 수당이 총인건비를 잠식한다고 이래저래 욕 먹고 모럴해저드 집단(과도하게 휴일 근무 수당 챙긴다는)으로 지칭됐는데, 인원 충원되면 그런 이야기도 듣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인력 증원을 합의했는데, 뒤집으니 투쟁 아닌 투쟁을 진행하는 것이다.

휴일에 일을 안 한다고 하니 운전할 사람이 없다. 그 후로 소위 내근자인 승무업무 지원 노동자들이 운전하고, 심지어 본사 근무자도 운전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승무업무시스템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사측의 원래 계획도 마찬가지다. 인원 부족하면 내근자, 내근자도 부족하면 본사 인력, 그것도 안 되면 차를 빼는 것. 이게 사측의 대책이었다. 실제 그렇게 진행된 것이고.

김태호 사장 퇴임했다. 대표자가 퇴임하면서 해결의 문은 좁아진 건가?
그렇게 본다. 책임지고 문제를 풀어야 할 사장이 없어진 것이다. 직무대행이 회사 운영을 맞겠지만 권한이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공사는 오히려 서울시와 서울시 도시교통실의 입김과 흔들림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답을 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는 것이다.

운전 시간은 평균적으로 4시간 40분인데, 하루 총 노동시간은 얼마나 되나?
일단 우선 오해가 있다. 우리 노동시간 4시간 40분처럼 보이는데, 운전시간만이다. 차를 운전하기 위해 점검하고 준비하고, 문서 기안하고 이런 시간들이 빠진 시간이다. 오해로 인해 거기서 12분 더 일하면 큰 거냐고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긴 하다. 그리고 평균 12분 연장은 어떤 다이아는 1시간, 어떤 다이아는 몇 분만 늘기도 한다. 12분은 평균의 함정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전체적으로 12분씩 연장된 게 아니다. 하루 총 노동시간을 보면 주간 근무자 경우 평균 10시간 10분, 야간 근무자 경우 11시간 30분이다. 근무표상 인정받는 시간이다. 인정받지 못한 시간까지 하면 꽤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체류하고 있다.

승무노동자들의 하루 일과는?
매일 출근시간이 다르다. 하루에 그 호선에 총 운행하는 시간을 다이아로 나누고 교번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것은 6시 13분까지 출근이다. 집에서 4시 쯤 나온다. 30분 동안 필요한 것 숙지 및 기록하고. 열차를 타러 간다. 짧게는 2시간 반에서 길게는 4시간 탄다. 6시 43분 첫차 운행했으면 10시 반쯤 된다. 사무실로 복귀 하차 확인, 휴식, 식사 등을 하고 오후 2시쯤 다시 2시간 더 운행한다. 복귀해서 정리하면 6시쯤이다. 그 때 퇴근한다. 거의 12시간 근무다.

209명에 대한 인건비 문제는?
만만치 않다. 그런데, 서울시나 공사측은 사람을 한 명 채용하는 것보다 휴일 대체 근무 비용 지불하는 게 훨씬 쌌다. 승무원에게도 달콤한 사탕 같은 거였다. 물론 자기가 일해서 받는 것이지만. 그런데, 이것이 점점 사이즈가 커지다보니 우리가 올해 예상한 대체 수당 발생 비용은 200억 원 규모다. 사측도 감당 안 될 테니 올 초부터 인원 충원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인력 충원 비용이 휴일 대체 근무 비용 지불보다 적다. 인력충원이 안 된 것은 주5일제 시행 때부터다. 그 때부터 쌓인 것이다. 그리고, 인력에 대한 비용은 감당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 인력을 뽑지 않아 누적된 비용이다. 그걸 이제 와서 너무 비용이 크다 해서 마다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는 물러설 수가 없다. 노사 합의를 뒤집겠다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도 없었다. 노사 합의하면 그대로 가야 하는 게 순리고 상식이다. 전례 없이 서울시, 서울시 도시교통실, 사측이 이것을 한 것이다. 원상회복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 시청 앞 노숙농성은 그런 처절함을 서울시와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환이다. 원상회복에 할 수 있게 서울시장이든 서울시 도시교통실이든 나서야 한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추위에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승무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추위에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승무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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