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팍 접을 거예요” 시간제 돌봄전담사 226일 농성 끝
“천막 팍 접을 거예요” 시간제 돌봄전담사 226일 농성 끝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2.27 16:21
  • 수정 2019.12.27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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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226일 만에 교육청과 합의
노동시간 연장 아니지만
30분 유급휴게시간 등 처우개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시교육청 앞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근무시간 연장과 처우개선을 요구해온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벌여온 천막농성을 226일 만에 풀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지부장 김정임)는 24일 시교육청과 단체교섭 관련 직종협약 문구에 대해 노사 간 합의를 맺었다고 밝혔다. 돌봄전담사들은 5월 13일 시작한 교육청 앞 천막농성을 마치고 28일 천막을 완전히 접는다. 

이번에 타결된 단체협약 결과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가장 원하던 노동시간 연장(학기 중 6시간 방학 중 8시간)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2021년부터 유급 휴게시간 30분을 보장받게 됐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시간연장을 요구해온 이유는 돌봄교실 운영시간과 근무시간이 오후 1시부터 5시로 같기 때문이다. 이들은 눈을 떼기 어려운 초등학생들을 돌보며 운영일지, 간식 주문서류, 수업 준비물 챙기기 등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하다 보면 정확히 4시간만 일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돌봄시간 전후로 교실 정리도 하면 초과노동과 공짜노동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래서 이번 합의는 이들의 공짜노동 중 30분을 유급으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시교육청은 전일제 전담사 결원이 생길 경우 봉사자 대신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초과근무를 할 수 있도록 우선 채용하도록 하고 이들에게도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접근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오늘 짐 뺐고 내일 천막을 팍 접을 거예요” 7개월 만에 천막농성을 끝내며 시원섭섭하다는 김정임 지부장에게 합의의 성과와 아쉬움에 대해 더 들어봤다. 

김정임 여성노조 서울지부장이 8월 2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퇴근시간에 맞춰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김정임 여성노조 서울지부장이 8월 2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퇴근시간에 맞춰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지부장님, 천막농성이 226일만에 끝났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아, 한마디로 말하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우선 조합원들이 정말 고생 많았고요. 성과물이 크다고 볼 순 없지만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다들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이었어요. 새해 맞이할 때 천막 못 접으면 마음이 더 아팠을 텐데 그나마 크리스마스이브에 합의서를 작성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성과물이 크다고 볼 순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시간연장이 1시간이라도 될 줄 알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근무시간 연장이 아닌 복리후생 차원에서 휴게시간 30분을 유급으로 준다는 내용으로 합의했으니까요. 서울교육청이 시간연장은 단 1도 없다고 고수했거든요. 길게 투쟁한 데 비해서 성과물은 조금 미미하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학기 중 6시간 방학 중 8시간 연장’이라는 우리 요구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진짜 시간연장을 위한 준비를 해나갈 거예요.

- 그럼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30분 유급휴가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성과는 우리 조합원들이 학교에서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에요. 시간제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지냈는데 긴 투쟁으로 우리 사회에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존재를 많이 알렸어요. 조합원들이 ‘학교에서도 떳떳하게 이야기한다’ ‘대우해주는 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런 지점도 중요한 투쟁의 성과라고 봐요.  

- 그렇군요. 연말이라 여쭤보고 싶어요. 올 한해 어떠셨어요? 
올해는 투쟁만 했어요. 시간제 돌봄전담사 천막농성 7개월, 학교비정규직 집단교섭 때 15일 단식도 했고고요. 투쟁 말고 한 게 없네요. 가족들이 저 때문에 애 많이 태우고 고생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조합원 모든 가족들도 그랬을 텐데요. 이제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기쁘게 보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내년 소망은요?
내년에는 투쟁은 좀 안 했으면 좋겠고요(웃음). 조합원들 만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 나누고 안부도 묻고 싶어요. 조합원들과 교육, 좋은 문화프로그램도 같이 하면서 넉넉한 한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