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신] 현대차 합의안, 왜 부결됐나
[7신] 현대차 합의안, 왜 부결됐나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9.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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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 강화 우려ㆍ임금 보상 기대 깨지면서 실망감
추석 전 타결 되더라도 내부 갈등 후유증 상당할 듯
현대자동차의 2008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또다시 예측불허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는 5일 새벽 2008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37.39%의 찬성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총원 44,976명 중 42,886명(95.35%)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034명(37.39%), 반대 26,252명(61.21%), 무효 600명(1.4%)이었다.

찬반 투표 실시를 앞두고 현장 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고 이에 따라 부결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찬성이 1/3 수준에 머문 것은 의외라는 것이 현대차 노사의 반응이다.

현대차지부는 전통적으로 사업부별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지만 주간연속2교대제의 직접 영향을 받는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서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향이 없는 남양, 정비, 판매 등도 50% 이상 찬성이 나온 곳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장기간 끈 결과가 이 정도냐”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우선은 조합원들의 실망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지부 조강훈 정책실장은 “이번 교섭이 유례 없이 길었는데 ‘그렇게 장기간 끌어서 나온 결과가 이 정도냐’ 하는 현장의 실망감이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주현장 최태성 전 의장도 “교대근무 조합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 관련 잠정합의안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본 것이고, 상시주간조와 일반직들은 임금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올 현대차 교섭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별도요구안으로 제시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이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영향을 받는 교대근무 조합원이 17,000명, 그렇지 않은 조합원이 28,000명이다.

“임금 더 줄줄 알았는데…”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현장의 우려는 노동강도 강화와 배치전환, 월급제 시행 무산 등에 있다. 최태성 전 의장은 “생산량 보전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8/8+1’로 가면서 ‘10/10’ 생산량에 맞추기 위해서는 노동강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휴일, 휴게 시간 축소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렇게 주간연속2교대제가 논란이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임금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도 부결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주간연속2교대제 문제에 대한 보상으로 임금을 많이 제시할 것 아니냐는 정서가 확산돼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현장의 정서는 현대중공업 기준(92,000원)을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85,000원 인상안이 성에 차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집행부-현장조직 감정 대립으로 소통 안 돼

집행부와 현장조직 간의 감정 대립 양상도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현장조직들은 주간연속2교대제 ‘의견접근안’이 나오자 교섭 자체를 봉쇄한 바 있다. 이견이 있더라도 집행부가 결정하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던 현대차노조의 전통이 깨진 것이다.

5공장사업부 김호규 대표는 “현장과 충분히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소통의 중간 다리가 되어야 할 대의원들이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이해 부족이건, 혹은 집행부에 대해 불만이 있건 간에 현장에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월요일 교섭단회의서 방향 잡힐 듯

그렇다면 추석 전 타결은 가능한 것일까. 일단 물리적으로 볼 때는 9일(화)까지 재교섭이 마무리되면 찬반투표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현장조직들은 주간연속2교대제 문제와 임금을 분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 문제는 아예 미뤄서 내년 임단협으로 연기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집행부로서는 지금 합의하더라도 내년 9월 시행에 빠듯한 일정이라며 이번에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임금에 대한 추가 교섭을 통해 다시 찬반을 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그 경우 타결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현장에서 교섭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피로도를 보이고 있고, 또 추석 전에는 타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타결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결 내용을 놓고 집행부와 현장조직 간의 대결 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2008년 교섭은 이래저래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 집행부는 “8일(월) 오전 10시 교섭단회의를 갖는다”고 밝히고 “이번 교섭이 완전히 타결될 때까지는 잔업, 특근은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