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효일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효일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1.04 09:27
  • 수정 2020.01.0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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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코스콤 #천막투쟁 #포괄임금제폐지 #증시개장식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언박싱이 찾아왔습니다. 2020년 첫 번째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이 주의 인물 ‘15호’ 언박싱, 함께 열어볼까요?

지난 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코스콤지부는 2004년부터 시행된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해 천막투쟁을 선포했습니다. 당시 코스콤지부는 “올해(2019년) 회사 수익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났음에도 경영진은 회사사정이나 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유로 포괄임금제를 수정하라는 노조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며 “코스콤의 기술직군의 경우 포괄임금제 형태의 연장근로 수당을 받고 있는데, 최저 월 10만 원의 고정급과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8천 원”이라고 주장했었죠. 이후 코스콤지부는 공동총회를 통해 97% 압도적인 찬성으로 총파업 가결에 성공하여 새해 1월 2일 증시개장식에 맞춰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요?

코스콤 노사는 30일 오후 포괄임금제 폐지에 합의하여, 직원들은 임금인상률 1.2%, 시간외고정급을 기본급에 나누어 산입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중심에 있던 박효일 코스콤지부 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박효일 코스콤지부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코스콤지부
박효일 코스콤지부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코스콤지부

코스콤이 무얼 하는 곳인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코스콤은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모든 전산 관련 업무는 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증권사에서 주문을 넣으면 중간에서 주문을 매치시켜 체결을 내리는 주문 시스템, 정보 시세, 서른 개 증권사에 한하여 전산까지 담당합니다. 원장 시스템이라는 게 있습니다. 은행을 예로 들자면 볼 때 계좌관리 시스템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 증권사에 영업을 위해 필요한 전산 전체라고 보면 됩니다. 대형증권사의 경우에는 원장 이관을 해서 직접 운영하지만, 서른 개 증권사는 원장까지 저희가 담당합니다.

코스콤 내 포괄임금제 폐지를 주장하셨는데요.

시간외수당을 측정하기 어려운 사업장들이 있어요. 외근직이나 영업직 이외에 시간외근무를 측정하기 힘든 경우, 측정하기 어려우니 정해진 임금을 주는 게 포괄임금제인데요, 코스콤은 2004년 처음 포괄임금제를 시작했습니다. 코스콤의 포괄임금제는 자꾸 추가 근무시간이 늘어나니 역설로 ‘시간외근무를 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코스콤의 운영을 위해 시간외근무가 필요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시간외근무를 안 할 순 없는 상황이니 ‘시간외근무에 대한 권리를 찾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투쟁을 하게 됐습니다.

한 겨울의 천막투쟁, 어떠셨어요?

천막은 여러 번 친 적이 있으나, 파업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중노위 조정중지, 직원들 90% 이상 찬성을 받아서 총파업을 걸고 총 투표까지 한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천막 안이 춥기는 했지만, 지지해주러 오는 분들이 많아서 사람들의 온기로 괜찮았어요. 천막 안에 있다 보니, 삶에 있어 사람들의 온기가 중요하고 노동자에 있어 연대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가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천막에 있는데 하루는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겁니다. 회사가 전기도 끊었나하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과부하로 인해서 중간에 차단기가 내려간 거더라고요. 그 시간이 잠깐이었음에도 텐트 내부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 지금의 것들이 감사하다는 걸 느꼈어요. 노동조합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게 고마운 지 모르나, 노동조합이 만약 사라진다면 우리 모두에게 제가 당시 느꼈던 추위가 찾아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했습니다.

새해를 노사합의와 함께 시작하셨네요. 2020년 지부 소망은요?

교섭이 이뤄지니 솔직히 얼떨떨한 기분이 듭니다. 처음에 노조를 시작하면서 해결해야겠다는 인식이 있었고,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실제 일어나고 보니 믿기지 않는 기분도 드네요. 지금 당장 임금 수준이 확 올라가는 건 아니나, 미래의 코스콤을 짊어지고 나갈 후배들에게 더 이상 불법적인 시간외근무로 인해 값싼 노동력을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IT 업종이다보니 다양한 프로젝트가 발생합니다. 프로젝트 투입 인력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되고, 일정을 무리하게 잡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 차기 목표는 야근 없이 노사가 건강하게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도록 방안을 찾고 시스템화 시키는데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