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공무관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송파구 공무관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1.07 14:06
  • 수정 2020.01.07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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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부터 4만 보 이상 걷는 하루
사람이 많은 시간은 여전히 불편해

‘환경미화원’이 아닌 ‘공무관’이라고 불러주세요 ➋ 송파구 공무관의 하루

‘환경미화원’이 아닌 ‘공무관’이라고 불러주세요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해가 뜨지도 않은, 깜깜한 어둠을 뚫고 쓰레기가 쌓인 서울시 거리를 깔끔하게 청소해주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환경미화원’이다. 주변 환경을 가꾼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그들의 노고를 고마워하기보다는, 쓰레기를 치운다는 생각에 꺼리는 이들도 많다.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새로운 호칭이 만들어졌다.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위원장 안재홍)은 2016년 임단협을 통해 환경미화원이라는 호칭을 ‘공무관’으로 변경하고 2017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밤 북적였던 거리가 한산해졌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운 것은 쓰레기였을 테지만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을 누군가의 노고로 거리에서는 밤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출근 시간, 다시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종종걸음으로 각자의 일터로 향한다. 도시가 분주해진 시간, 쓰레기가 넘쳐날 것 같지만 거대도시 서울의 거리는 여전히 깨끗하다. 누군가가 또다시 거리를 청소했기 때문이리라.

눈에 띄지는 않지만, 거리 곳곳을 청소하는 사람들은 가로 환경 노동자, 그러니까 공무관이다. 서울특별시 25개 자치구, 424개 동에서 가로 환경을 담당하는 공무관은 1,974명으로 서울특별시 전체 공무관 5,988명의 약 33%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난히 따뜻하던 12월의 어느 날, 서울시 송파구에서 아침을 여는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만남은 그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5시가 아니라 2차로 거리에 등장하는 시간인 9시 30분에 이뤄졌다.

송파구에서 공무관으로 일하는 송수호 씨가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공무관은 리어카를 끌고 걸어 다니면서 일한다.
송파구에서 공무관으로 일하는 송수호 씨가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공무관은 리어카를 끌고 걸어 다니면서 일한다.

남들보다 이른 아침

9시 30분,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호수 앞. 오토바이를 타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한국노총 연합노련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송파지부의 조합원 송수호 씨였다. 일할 때는 손수레를 끌고 도보로 이동하지만, 휴게실과 작업 위치까지 거리가 멀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두 장소를 오간다고 했다.

송수호 씨는 이미 1회전을 돌고 2회전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서울시 공무관은 오전 5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송파구에서 일하는 공무관은 오전 5시부터 8시 30분까지 1회차,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2회차, 1시부터 3시까지 3회차로 나눠 일한다. 가로 환경 업무 특성상 시민이 많으면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1회차에서 하루 업무의 70% 정도를 해야 한다. 특히 버스정류장 옆 대기실을 청소할 때 시민이 많으면 일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곤 한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 송수호 씨는 석촌호수 인근을 청소했다.
오전 9시 30분, 송수호 씨는 석촌호수 인근을 청소했다.

겨울에는 버스정류장 옆에 대기실을 따로 만들어 놓잖아요. 대기실은 사람이 없는 1회차에만 들어가서 청소하는 편이죠. 대기실이 없을 때는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있어도 잠깐 비켜달라고 하고 청소를 했는데, 대기실이 생기고 나서는 그게 어렵죠. 추워서 대기실에 들어가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에게 대기실 밖으로 잠깐 나와 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공무관이 대기실 안에 들어가서 청소하는 것에 대해 꺼리시는 분도 많고…. 대기실이 생기고 쓰레기가 늘어나거나 한 것은 아닌데 그런 부분에서 불편함이 있어서 보통 사람이 없는 1회차, 그것도 출근 시간 이전의 새벽에 주로 청소하게 되더라고요.

하루 청소하는 거리는 10km 이상
2인 1조는 글쎄…

송수호 씨를 비롯한 송파구 공무관은 보통 1회차에 대로변을 청소한다. 2회차에는 조금 큰 골목을 청소하고 3회차에는 다시 1회차에 청소했던 구역을 청소한다. 1회차에 청소하는 거리는 직선거리 3km 정도고 2회차에는 1km 정도다. 공무관 한 명이 맡는 구역이 직선거리로는 4km 정도 되지만, 청소를 하면 움직임이 많아 10~15km 정도의 구간을 혼자 청소하는 셈이 된다.

하루에 보통 몇 보를 걷는지 매번 세 보지는 않는데…. 걸음 수 측정해서 적립금 쌓는 애플리케이션 있죠? 그거는 만 보 걸으면 적립금이 쌓이잖아요. 보통 그거 1회차에 다 차긴 해요. 인도가 넓고 쓰레기는 여기저기 떨어져 있으니까 직선으로 10m를 가더라도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걷는 걸음 수가 많죠. 또 리어카를 끌고 다니니까 리어카를 끌어다가 한쪽에 두고 청소하고 또 끌어오고 이런 식으로 계속 움직이죠. 한 번 만보계로 걸음 수를 측정해봤는데, 4만 보 넘게 나왔더라고요.

보통 동마다 한 조로 조를 편성하긴 하지만 무리를 지어 함께 다니는 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휴가를 갔을 경우, 그 구역의 청소를 나눠 하기 위해 동마다 조를 편성해 운영한다. 즉, A동의 누군가가 휴가를 가면 A동에 해당하는 조의 나머지 사람들이 구역을 조금씩 늘려서 청소하는 것이다.

청소를 하다 보면 도롯가에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앙 버스정류장이나 인도에서 쓰레기가 날려서 차도로 들어갈 경우,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스티로폼 쓰레기는 가루가 날려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한다. 이럴 때는 신속하게 차도로 내려가 청소를 해야 하는데, 공무관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는 경우가 많다.

공무관은 보통 인도를 청소한다. 진공 흡입 차량이 차도를 청소하지만, 진공 흡입 차량이 많지 않아 공무관이 차도에 내려가 청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험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수호 씨는 “지금은 괜찮지만 1회차 때는 음주운전 차량이 있어 위험하다”고 답했다.
공무관은 보통 인도를 청소한다. 진공 흡입 차량이 차도를 청소하지만, 진공 흡입 차량이 많지 않아 공무관이 차도에 내려가 청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험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수호 씨는 “지금은 괜찮지만 1회차 때는 음주운전 차량이 있어 위험하다”고 답했다.

원진희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송파지부 지부장은 “물론 안전을 위해서는 2인 1조로 운영해야 하지만 사실 그게 비효율적이다”고 말했다. 2인 1조로 운영하게 되면 2명이 직선거리로 6km 이상을 담당하는 등 담당 구역이 넓어지게 되는데 누군가 휴가를 가게 되면 구역이 너무 넓어져 시간 내에 업무를 마무리할 수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안전은 공무관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공무관을 괴롭히는 것들

안전 외에도 공무관을 괴롭히는 것은 산재해있다. 최근 특히나 문제가 되는 건 공유서비스를 통해 대여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다. 공무관은 땅만 보고 일한다. 주변을 살핀다고 살피지만 쉽지 않다. 일을 하다 보면 직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동선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전동킥보드 운전자도 공무관도 서로 피하기 어렵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과 일하는 도중에 부딪히는 경우도 왕왕 있죠. 우리는 땅만 보면서 가고, 또 우리가 움직이다 보면 어디로 언제 움직일지는 알 수 없잖아요. 근데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처럼 벨이 있는 게 아니니까 피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저희는 다친 적이 아직은 없는데 운전자가 다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공유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탈 것의 대부분은 서울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따릉이’와는 달리 지정된 반납 거치대가 없다. 이용자들은 인도 한 가운데에 탈 것을 반납하곤 한다. 이날도 송수호 씨는 인도 한편에 세워진 전동킥보드를 이리저리 옮겼다. 업무를 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는 거치대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무 데나 놓고 가는 거죠. 작업을 위해서는 반대쪽으로 옮겼다가 또 원위치를 시켜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죠. 지금 저기 앞에 버스정류장 보이세요? 저기도 한 대 그냥 있잖아요. 저게 한두 대면 상관이 없는데 어떨 때는 다 엉켜있거든요. 정말 불편해요. 시에서라도 거치대를 만들어주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인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송수호 씨는 청소를 위해 전동킥보드를 이리저리 옮겼다. 송수호 씨가 전동킥보드를 옮길 때, 전동킥보드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꽤 오래 흘러나왔다.
인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송수호 씨는 청소를 위해 전동킥보드를 이리저리 옮겼다. 송수호 씨가 전동킥보드를 옮길 때, 전동킥보드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꽤 오래 흘러나왔다.

민원도 공무관을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다. 요즘 같은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특히 민원이 더 발생하는 편이다. 낙엽이 부스러져 비질할 때 먼지가 날리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을 때는 그래서 더욱 조심히 비질하는 편이다. 실제로 송수호 씨는 넓은 인도에 시민이 지나가자 비질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불법 부착물로 인한 민원도 있다. 버스정류장 등에 부착된 불법 부착물 역시 공무관이 제거한다. 송수호 씨는 “불법 부착물을 붙이는 사람과의 마찰도 많은 편”이라며 “불법이니까 부착물을 붙이지 못하게 하면 부착하는 사람들이 왜 밥벌이를 뺏느냐고 항의하니까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구역으로 오기 전에는 먹자골목에서 일했거든요? 거기는 불법 부착물이 정말 많아요. 부착하는 사람들한테 ‘불법이니까 부착물 붙이지 마세요’라고 하면 ‘왜 남의 밥벌이를 뺏냐’면서 마찰이 생기거든요. 요즘은 그냥 ‘알겠습니다’라고 하고 다산콜센터에 전화하는 편이에요.

불법 부착물 제거도 틈틈이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버스정류장에 붙은 불법 부착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새벽에 술 취한 시민이 갈기갈기 찢어서 바닥에 뿌리고 가는 때도 있다. 그럼 청소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보일 때마다 제거해준다.
불법 부착물 제거도 틈틈이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버스정류장에 붙은 불법 부착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새벽에 술 취한 시민이 갈기갈기 찢어서 바닥에 뿌리고 가는 때도 있다. 그럼 청소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보일 때마다 제거해준다.

가로 환경 업무는 그동안 부끄러운 업무로 치부됐다. 원진희 지부장은 “예전에는 집에서 먼 곳을 지원해서 일했다”며 “아는 사람을 만날까 봐 꺼려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제복을 입고 퇴근하는 등 직업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가 동행했던 송수호 씨 역시 30대의 젊은 공무관이였고 송파구에는 송수호 씨보다 어린 공무관도 서너 명 정도 있다고 했다. 하나의 당당한 노동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가로 환경 업무는 당연하게 필요한 일이지만 돋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하지 않는다면 바로 티가 나는 일이다. 이른 시간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관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시민의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