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정말 또 공항이 필요한가요?
제주에 정말 또 공항이 필요한가요?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1.07 14:40
  • 수정 2020.01.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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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규석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 녹색연합

목포에서 남쪽으로 142km,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자며 곡기를 끊은 사람들이 있다. 제주도청이 있는 제주에서, 환경부가 있는 세종에서, 청와대가 있는 서울에서 제각각 단식을 이어간다. 제주 성산지역 수산리, 난산리, 신산리, 온평리에는 지역민들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있고, 제주지역 시민사회가 총망라된 제주비상도민회의가 천막농성을 벌인 지도 오래다. 그리고 이젠 전국 300개 시민사회단체가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을 결성했다. 연대와 저항의 확산이다.

2015년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성산 입지를 발표했다.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는 파행되었다. 국토부가 근거로 든 사전타당성 조사의 항공 수요와 비용 편익이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결함이 분명함에도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사업’은 꿈쩍없이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가 마치 전대미문의 부정부패 토목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이명박 정부의 국토부와 겹치는 대목이다.

현재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다. 지난 12월 19일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두 번째 보완의견을 송부했다. 국토부 계획에 다시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어떤 보완의견을 냈는지는 비공개다. 다만 환경부가 처음 제동을 걸었던 10월 31일 첫 번째 보완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자료부터 환경부 자료까지 모두 비공개인 상황에서 그나마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검토의견으로 가늠이 가능하다.

KEI의 검토의견은 국토부가 벌이는 ‘제주 제2공항 사업’의 적나라한 일면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KEI가 지적한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다. ① 계획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생물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계획이 부적절하고, 항공기-조류 충돌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 항공기 소음 영향을 고려한 대안 비교·검토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주공항 확장과 복수의 다른 입지 대안 등 추가 대안을 포함한 비교·검토로 최적안을 선정하여야 함에도 국토부는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② 입지 타당성 조사도 부적절하다. 지질 특성상 광범위한 정밀조사가 필요함에도 제한적이고 편의적인 조사만을 했다는 것이다.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갈등관리 방안도 전무하다.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가 강제하는 입지 타당성 검토를 애당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공항 건설에 따른 기본조사 자체를 무시했으며, 무엇보다 다른 대안은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특정 지역의 새로운 공항만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것은 KEI가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이번 본안의 검토의견과 똑같은 의견을 줬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KEI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본안을 한 달 만에 다시 접수했다. KEI 의견 따위는, 그리고 환경부의 의견 따위는 국토부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다음은 무엇일까.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마무리될 것이다. 환경부가 어떤 조건을 걸어 동의하거나 아니면 동의하지 않거나. 제주를 두고 벌이는 정부의 선택은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마지막 잣대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강정에 이어 성산에서 골리앗과 싸움을 이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