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기업 노동조합, 노사관계를 말하다
외투기업 노동조합, 노사관계를 말하다
  • 임동우 기자,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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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뒤 소통 어려운 노사관계
노사 주체 간 대화로 신뢰 쌓아야

[특별좌담] 식품노련 4대 외투기업 노사관계 이야기 

한국 사회에서 외국계 기업을 말할 때 우리는 높은 임금과 좋은 복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렇지만 실제 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사측과 갈등, 교섭 결렬에서 비롯된 장기간 파업으로 개인의 생활마저 파괴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참여와혁신>은 한국노총 전국식품노동조합연맹(이하 식품노련) 산하 4대 외투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외투기업의 노사관계 속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노사 상생방안을 모색하고자 특별좌담을 진행했다. 김민수 디아지오코리아노조 위원장,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노조 위원장, 이성진·창종화 JTI코리아노조 부위원장, 신광재 풀무원샘물노조 위원장과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식품노련 회의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박준우 식품노련 기획정책본부장도 함께했다. 

왼쪽부터 김민수 디아지오코리아노조 위원장,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노조 위원장, 신광재 풀무원샘물노조 위원장 (위)왼쪽부터 이성진·창종화 JTI코리아노조 부위원장, 박준우 식품노련 정책본부장 (아래)ⓒ 이현석 175studio@gmail.com
왼쪽부터 김민수 디아지오코리아노조 위원장,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노조 위원장, 신광재 풀무원샘물노조 위원장 (위)왼쪽부터 이성진·창종화 JTI코리아노조 부위원장, 박준우 식품노련 정책본부장 (아래)ⓒ 이현석 175studio@gmail.com

• 디아지오코리아

설립일: 1980년 5월 3일
대표이사: 이경우
업종: 주류업
본사: 영국
규모: 300명
소재지: 경기도 이천시

• 페르노리카코리아/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설립일 : 1992년 11월 24일
대표이사 : 장끌로드투불
업종 : 주류업
본사 : 프랑스
규모 : 102명/33명
소재지 : 경기도 용인시

• JTI코리아

설립일: 1992년
대표이사: 호세 루이스 아마도르
업종: 담배 제조·유통·서비스업
본사: 스위스 제네바
규모: 500명
소재지: 서울시 종로구

• 풀무원샘물

설립일 : 1986년 11월 7일
대표이사 : 조현근
업종 : 생수 생산 및 도매업
본사 : 스위스
규모 : 126명
소재지 : 경기도 포천시

 

<참석자>

김민수 디아지오노조 위원장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노조 위원장
이성진 JTI코리아노조 부위원장
창종화 JTI코리아노조 부위원장
신광재 풀무원샘물노조 위원장
박준우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기획정책 본부장

우리 회사를 소개합니다!

김민수 : 디아지오코리아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류회사입니다. 글로벌 전체 매출은 연간 20조 원 정도 되고요. 메인 제품은 윈저, 조니워커, 기네스 등이 있고 한국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수만 40여 개 정도 됩니다. 장점이라면 주류회사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높아서 재정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 수준의 급여와 복지가 마련돼 있어요. 회사 현안은 보통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간 송년회 시즌이라 주류회사 최대 성수기인데 최근 문화가 바뀌면서 매출에 타격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강호 : 디아지오를 기반으로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이해하시면 빠를 것 같습니다. 글로벌 주류시장의 양대 회사라고 하면 앞서 디아지오와 함께 페르노리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브랜드로는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앱솔루트 등이 있고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김민수 위원장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복지, 임금체계가 좋고 직원 이직률도 낮은 편이라는 점이 장점입니다. 최근에 좀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요.

신광재 : 풀무원샘물은 네슬레와 조인트 벤처를 하고 있습니다. 네슬레가 51%, 풀무원이 49% 지분을 갖고 있어요. 저희는 오직 생수만 판매합니다. 종류는 18.9L, 2L, 0.5L, 330ml 등이 있고요. 연 매출 규모는 1,000억 원 가까이 됩니다. 생수업계 4위로 알고 있어요. 최근에 신입사원들 교육하면서 ‘우리 회사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냐’고 물어보니까 연봉과 처우가 좋아서 왔다더라고요. 특히 생산직은 내년부터 주52시간 상한제 도입으로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뀌어서 좋아합니다. 회사 현안은 내년에 코스트코 재계약이 있다는 게 가장 크겠네요. 코스트코 자체 PB브랜드 중에 ‘커클랜드’라고 아실 겁니다. 코스트코 커클랜드 생수 납품이 저희 매출의 50%를 차지합니다.

이성진 : JTI코리아 모체는 JT(재팬타바코)로 128개국 다국적기업입니다. 본사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어요. 주요품목은 아마 잘 아실만한 게 과거에 마일드세븐이었던 뫼비우스나 카멜, 윈스턴 등이 있습니다. 수익은 2004년 대리점 체계에서 직영 체계로 변환하면서 당시 2,500억 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2,000억 원을 밑도는 상황입니다. 2017년 KT&G 국세청 감사에서 보셨겠지만 순이익률이 43%로 담배회사는 수익성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렇다 보니 임금이 높고요. 대학학자금 지원, 배우자 건강검진 지원 등 복지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회사 현안으로는 담배 경고 문구 누락으로 여성가족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게 있고요. 또 하나는 영업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담배업체 4곳 중 3곳은 택배회사로 영업방식을 돌렸어요. JTI코리아 영업직만 유일하게 정직원으로 운영되거든요. 지난달 3일 조인식 때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하긴 했는데 기한이 2년이라 그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외투기업 노동조합, 노사관계를 말하다

이강호 : 노사관계가 2016년까지는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대표이사가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 혹은 노무 관련자들과 회의한 녹취가 발견되면서 악화의 발단이 됐습니다. 녹취 내용을 보면 ‘내가(대표이사) 있으니까 노조는 필요 없다’, ‘노조 총회 못 가게 만들면 아마 힘들겠지’, ‘노조는 방해되는 존재다’ 등 별별 내용이 많습니다. 그렇게 경색국면으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노조가 고소·고발해서 노동청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올라갔습니다. 노조 무력화, 단협 위반, 탈퇴 권유 등 직원들을 괴롭히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시나리오는 거의 대형 로펌에서 받은 내용으로 하는 것 같더라고요. 임원 욕설, 성희롱 등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걸어도 ‘벌금 내고 말게’, ‘항소할게’ 해버리니까 제로섬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들이에요.

이성진 : 저희는 지난달 2일에 949일간 장기파업을 마쳤습니다. JTI코리아에 직원이 약 500명 있는데요, 본사 근무직 100명, 영업직 400명으로 구성됩니다. 저희가 파업을 시작한 건 본사 근무직과 영업직의 임금 형평을 맞추자는 이유 때문이었어요. 2015년 기준으로 봤을 때 본사직원 평균연봉은 7,500만 원인데 현장영업직은 5,000만 원 수준이거든요. 일단 임단협 체결은 완료했지만 2018년 1월에 회사 측이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태업으로 인한 무노동 무임금’ 항목을 적용해 임금을 삭감한 부분에 대한 법적 분쟁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신광재 : 저도 네슬레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굉장히 싸웠어요. 회사 적자가 약 100억 원이 나는 상황인데 네슬레가 로열티로 가져가는 돈이 몇 십억 원인 거예요. 회사가 죽게 생겼는데 로열티는 챙겨가고 월급 올려달라고 하면 적자라서 못 올려준다고 하니까 직원들은 이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죠. 당시 그 사안으로 싸워서 인센티브 제도를 얻어내고 임금도 올리면서 해결했죠.

김민수 : 디아지오는 2011년과 2019년 10월에 총파업을 앞두고 협상이 타결돼서 장기 파업을 겪은 적은 없지만 그 직전까지 총파업 투표율 97% 가결하고 밤샘 교섭도 했어요.

박준우 : 한국 법이 경직되어 있다고도 봐요. 한국 법이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기도 하죠. 한편으론 한국에 외국자본이 쉽게 들어와서 투자하기 어렵다는 말도 하거든요. 생각해보면 외투기업도 한국에 와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노사관계 해결이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신광재 : 풀무원샘물에 스위스 사람인 롤랜드 찬스 대표가 왔다가 한국 노조는 너무 힘들다고 가버린 적도 있긴 해요.

노사갈등이 발생하는 이유

신광재 : 글로벌 기업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지 한국인 대표든 외국인 대표든 선임되면 그 자리에서 하는 일의 중심이 오직 성과에만 집중돼 있는 것 같아요. 직원이 사표를 쓴다고 해도 보통은 왜 쓰냐고 물어보기라도 하는데 외투기업 같은 경우는 인원 증감에 대한 글로벌 기준이 있으니까 그 기준에 맞춰 회사가 굴러가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민수 : 네슬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일반관리비 기준을 나라별로 따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에서 정책으로 결정해요. 디아지오코리아는 일반관리비가 매출의 10%를 넘지 못하게 되어있어요. 또 생각나는 게 저 입사했을 때 독일인 사장이 있었는데 그때 횡령·배임 건으로 처벌 시작할 때쯤 되니까 본사에서 소환하더라고요. 이제 한국에 안 들어오면 되니까 그냥 처벌받지 않고 가버리는 거예요.

이강호 : 페르노리카도 그래요. 고소·고발 건에서 결과 안 좋게 나올 것 같으면 하는 말이 ‘나 철수하겠다’ 이거에요.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고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데 ‘나 떠날래’라니요. 우리는 어이가 없죠. 외국인 대표자들에게 고용과 노동은 뒷전이에요. 비록 그것이 불법이라도 그저 현지에서 그들의 실적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거죠.

김민수 : 대표이사들이 일종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경유지로 생각해서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거라고 봐요. 그러니까 노조와 대화를 하는 대신 로펌을 쓰겠죠. 게다가 노조가 교섭과 협상을 하려면 사용자인 대표이사와 얘기해야만 하는데 사실상 이 사람들 권한이 없잖아요. 실질적인 권한은 본사에 있으니까요. 책임만 대표이사한테 있는 거죠. 이게 현재 외투기업 대표이사의 역할이기 때문에 노조가 노력해도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요. 심지어 페르노리카는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에 끌려갔는데도 본사에선 별말 없었어요.

창종화 : 대표이사가 한국 문화를 모른다는 점과 언어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라고 봐요.

박준우 : 얘기를 듣다 보니까 옥시가 생각나네요. 당시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고 말았잖아요. 사실 그것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식품노련 외투기업의 경우에는 영업사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쟁의행위에 있어서 어려움도 많을 것 같기도 해요.

신광재 : 맞아요. 생산직이 있으면 괜찮은데 생산직이 없으면 파업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어요. 공장이 있으면 파업할 때 타격이 큰데 영업은 없어도 삐그덕삐그덕 돌아가거든요. 거세게 파업하기도 쉽지 않고 부분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죠.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해 필요한 일

이강호 : 쉽지 않은 일이에요. 외투기업이고 대표이사도 대부분 외국인이니까요. 제가 봤을 때 신뢰가 없어서 비용이 발생하고 갈등이 생긴다고 봐요. 서로 믿지 못하니까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고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기본적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노사관계가 성립되지 않을까 싶어요.

신광재 : 말씀 잘해주셨어요. 저도 항상 하는 말이 신뢰예요. 회사가 노조를 무시한다고 느끼면 방어자세가 돼요. 속지 않으려고 자꾸 의심하게 되고요. 그런 과정을 겪어봐서 알아요. 불신을 없애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지만 관계가 형성되거든요. 그 다음으로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옥시처럼 외투기업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처벌하는 부분이요.

박준우 : 법 정비가 필요하죠. 노동법은 국내 기업을 기준으로 하잖아요. 외투기업 입장에서도 한국 기업환경을 모르고 적응을 못 하는 부분이 있으니 외투기업 노사관계 측면을 정부가 신경 써서 전문성을 높여야 해요.

신광재 : 예전에 외투기업에서는 노조가 법에 있다고 하면 다 들어주곤 했지만 요즘은 김앤장 등 대형로펌에 조언을 받아서 법을 피하는 경우가 많죠. 지금은 다 로펌에 자문 받잖아요.

김민수 : 로펌 얘기가 다시 나와서 말인데요. 신뢰와 상생도 좋지만 대화의 주체는 노사가 되어야 하거든요. 노사가 주체가 되어서 투명하게 이야기하면 신뢰도 생기고 상생방안이 생기지 않을까요. 어려워도 어떻게든 대화하면 굴러가거든요. 그게 노사관계의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고요. 대화 주체로 로펌이 끼면 안 되는 거죠. 해외 본사에서는 로펌 자문 비용이 얼마가 나오든 지원해주거든요. 그러다 보니 로펌을 편하게 생각하고 일종의 노동조합을 상대할 수 있는 기구체로 보는 것 같아요.

박준우 : 한편으로는 외투기업에서 객관화되지 않는 프로세스를 용인하지 않는 거잖아요. 그야말로 주관이 아닌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법 규정과 로펌의 해석이 필요한 거죠. 실제로 한국 노사관계에서 대화하는 방식과 국제 관행에서 차이가 존재하잖아요. 이 부분에서는 어느 방향이 맞다는 게 아니라 감각적으로 진행하는 한국 노조운동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 고민도 필요한 것 같고요.

김민수 : 노조 차원에서도 고민이 필요하죠. 외투기업 대표들끼리도 모임을 따로 하는 걸로 아는데 외투기업 노조도 뭉쳐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사회적 대화기구 안에서 외투기업 노조도 폭넓은 논의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요.

박준우 : 오늘 말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안까지 마련해보면 좋겠어요. 외투기업도 한국 노조, 노동자들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모르니까 무서울 수도 있고요. 외투기업 노조가 모여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다. 대화가 가능한 풍토다, 이런 쪽으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