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행복’ ≠ ‘기수의 행복’?
‘국민의 행복’ ≠ ‘기수의 행복’?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1.08 14:47
  • 수정 2020.01.08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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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소속 문중원 기수 목숨 끊은 지 41일째
공공기관노동자들 마사회 사회적 책임 물어
광화문정부청사 앞 故문중원 기수 빈소에 놓여있는 상징물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광화문정부청사 앞 故문중원 기수 빈소에 놓여있는 상징물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CEO 인사말에는 마사회가 ‘국민의 행복’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나와 있다. 8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가 말하는 ‘국민의 행복’에는 ‘기수의 행복’은 빠져 있는지 묻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모인 공공운수노조 소속 공공기관노동자들은 “한국마사회는 대표적 공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문중원 기수가 소속된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안전사고 예방책 마련을 지적 받았다”며 “말관리, 시설관리, 청소용역 등 분야에서 협력업체 재해율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사회는 사회적 가치 무시, 공공기관 안전책임 외면, 경영효율성 중심 운영, 핵심업무 외주화 등이 종합적으로 누적돼 일어난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비판했다.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7명이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노동환경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했다면 죽음의 경마장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이 문제를 법적 계약관계가 없다고 회피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故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 씨는 “저희 아이 죽음 전까지만 해도 마사회, 경마의 꽃 기수는 좋은 직장과 직업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며 “비리 등을 국가에서 감시하지 않으면 죽음이 또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장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의료원에서 관리자의 갑질로 목숨을 끊은 서지윤 간호사가 떠오른다”며 “공공기관에서 일어나는 반복되는 죽음이 문재인 정부가 외친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냐”고 반문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1월 8일은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이었던 문중원 기수가 마사회 운영 문제를 지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1일째 되는 날이다. 故문중원 기수 유족은 빈소를 서울정부청사 앞으로 옮기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13일째를 맞았다.

해를 넘겼지만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유가족과 마사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마사회 회장에게 면담을 요구했지만 면담은 이뤄지지 않고, 노조와 교섭도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족과 문중원 기수 사망사고 관련 해결 절차 및 방법을 위임 받은 공공운수노조는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 ▲유서에 명시된 갑질 당사자 등 책임자 처벌 ▲죽음 부추기는 경쟁 경마제도 개선 ▲다단계 하도급 고용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도 경마 시행에 앞서 한국경마기수협회와 합의한 기수생활 안정화 골자의 경마제도 개선안을 1월 3일부터 일부 시행하고 있다”며 “공공운수노조에서 추가적으로 요구한 개선에 대해서는 상급 노동단체와 경마주체 포함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검토하자고 공공운수노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시작한 투쟁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 이하 민주노총)은 8일 새해 첫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故문중원 기수 투쟁에 집중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중앙집행위원회 안건은 ▲경마기수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노동자 죽이는 공공기관 적폐 청산 민주노총 대책위원회 구성과 대응 투쟁 ▲오는 18일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과 노동법 개악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 등 두 가지였다.

이날 회의로 구성된 ‘문중원 열사 민주노총 대책위’는 ▲문중원 열사의 죽임의 진상규명․책임자처벌 ▲마사회 공식 사과, 비리근절,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동자 죽이는 선진경마제도 폐기 등을 투쟁목표와 요구로 삼았다.

민주노총은 문중원 열사 대책위 구성 기자회견을 오는 1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11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전국경마공원 앞과 마사회 장외발매소 앞에서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문중원 기수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마사회의 입장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8일 오전 10시 예정된 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기수노동조합 창립총회에 공공운수노조 간부와 총회 축하를 위해 참여한 故문중원 시민대책위, 지역 연대단체 관계자의 출입을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총회는 경마기수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제출하기 전 창립을 기념하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8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가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 한국마사회의 제대로 된 공공기관 역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8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가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 한국마사회의 제대로 된 공공기관 역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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