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고사망자, 대폭 감소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도입 주장도 잇따라
산재 사고사망자, 대폭 감소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도입 주장도 잇따라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1.08 18:42
  • 수정 2020.01.08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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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11.9% 감소 … 사고사망자 최초 800명대 진입
업종별로는 건설업, 발생형태로는 추락이 가장 크게 감소
ⓒ 참여와혁신 포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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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재 사고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가 855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 비해 11.9% 감소한 수치인데, 이는 사고사망자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감소폭인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 이하 노동부)는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2019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수 등의 잠정 통계와 올해 사업장 관리·감독 방향을 발표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2019년 사고사망자 수는 855명으로 전년보다 11.9%인 116명 감소했다”며 “전년 동일 기준으로는 13.6%인 132명이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2,000만 원 미만의 건설공사 역시 산재보상이 적용돼 건설업 사고사망자 16명이 사망자 통계에 추가되면서 전년 동일 기준 감소폭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장관은 “이는 사고사망자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수치”라며 “사고사망자가 처음으로 800명대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자 1만 명 당 사고사망자를 의미하는 사고사망만인율 역시 0.51‱에서 0.45~0.46‱으로 0.4대에 최초로 진입했다. 사고사망자 감소폭이 10%를 넘은 것 역시 올해가 처음이다.

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485명이었는데, 2019년에는 428명으로 사고사망자 57명이 감소했다. 이어 기타 업종에서 48명, 제조업에서 11명 등 업종 전반에 걸쳐 사고사망자가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공사 규모가 3억 원 미만인 현장에서 10명, 3억~20억 원 규모의 현장에서 11명, 20억~120억 원 규모의 현장에서 28명 등 중·소규모 현장을 중심으로 모든 공사 규모의 현장에서 사고사망자 수가 감소했다. 특히 가장 많이 발생하는 추락사고의 경우 2018년 290명에서 2019년 265명으로 28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끼임사고의 경우, 2018년에 비해 5명 늘어난 22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다.

제조업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사고사망자가 감소한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에서의 끼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9명 감소했지만 추락과 부딪힘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오히려 15명 증가했다.

노동부는 “산재 사망사고자의 감소가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정 ▲관계기관과의 유기적 협업 추진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노동부는 건설업의 감독 대상을 확대해 7,961곳을 감독하고 추락 관련 지적률을 31.3%에서 58.8%까지 올리는 등 건설업에 집중했다. 건설업이 산재 사고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올해 사업장 관리·감독 방안으로 노동부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관리·감독 ▲안전보건공단과 함께하는 순찰 점검-감독을 제조업으로 확대 ▲영세·소규모 사업장의 자율 개선 지도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예방 정책 추진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건설업의 추락사고를 중점 감독할 예정이며, 올해는 제조업의 끼임사고 역시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컨베이어 벨트, 혼합기, 식품제조용 설비, 파쇄·분쇄기, 사출기, 프레스, 산업용 로봇 등 제조업 7대 위험 기계를 많이 보유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방호 조치나 노동자 안전 절차 인지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이재갑 장관은 “2019년 사고사망자가 많이 감소했지만, 아직도 한 해에 800명 이상이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올해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앞으로 사고사망자 감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 현장에 가깝게 다가가서 사망사고 절반 감축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업 역시 ‘안전은 비용이 아닌 노동자의 기본 권리’라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안전 우선 원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노동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도입해야….”

노동계는 2022년까지 사고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 이하 한국노총)은 “사고사망자 통계는 승인일을 기준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실제 발생된 산재 사망사고와는 차이가 있다”며 “순찰 점검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고 건설경기의 하락에 의한 건설현장의 실제 작업량 감소의 영향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의 사고사망자가 증가했는데, 전체 산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50인 미만의 사업장”이라며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안전·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가 면제됐기 때문에 사고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한정적인 행정력을 동원하여 특정 업종에 집중하고, 영세한 사업장의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을 가지고는 산재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일 수 없다”며 “안전보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와 안전관리자의 선임 범위 확대 등 직접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도입 등 산재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의 수립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 이하 민주노총) 역시 “역대 최대라는 사고사망 감소가 사실인지 의문”이라며 “노동부가 2012년 통계기준을 변경하면서 산재사망 숫자를 매년 200~300명씩 축소하는 착시효과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부의 통계기준 변경으로 단순 비교의 어려움이 있지만, 과연 2019년의 사고사망 통계가 가장 큰 폭의 감소인지에는 의구심이 든다”며 “노동부는 각종 산재통계의 기준을 변경하거나, 아전인수식 분석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사망자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으로 전개된 산재사망,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문제제기 및 김용균 노동자 죽음과 사회적 투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이 집단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작업중지 명령, 도급금지 확대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기업의 산안법 무력화 시도에 대한 강력한 대책 수립 및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등 근본적 산재사망 감소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