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노조가 문 두드리자, 빼꼼 문 연 코웨이
코디 노조가 문 두드리자, 빼꼼 문 연 코웨이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1.09 06:00
  • 수정 2020.02.11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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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코디코닥 처우개선 움직임 보여
방판지부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받기 위한 행동 나설 것”
이윤선 코웨이 코디가 지난달 4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에서 일터에서 겪은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윤선 코웨이 코디가 지난달 4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에서 일터에서 겪은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코디·코닥 노동조합이 설립 두 달 만에 3,600여 명 규모로 커지면서 웅진코웨이도 수수료 문제 개선 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꾀하고 있다. 

앞서 코디·코닥이 속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방문판매서비스지부(지부장 왕일선, 이하 방판지부)는 지난해 11월 2일 조합원 800명이 모여 설립총회를 한 뒤 두 달이 지난 현재 3,600여 명 규모다.

방판지부 아래 뭉친 이들은 두 달 동안 기자회견, 국회 토론회, 피켓 시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불합리한 처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노동자들이 문을 두드리자 코웨이도 조금씩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제자리 찾은” 수당되물림 변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당되물림’ 개선이다. 수당되물림은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일정 기간 안에 제품을 반환하면 코디·코닥이 받은 영업수수료를 회사에서 다시 빼가는 제도다. 제품 반환 기간이 짧을수록 되물림 수수료는 높아진다. 

코디·코닥들은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에서 수당되물림 제도 자체가 부당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순옥 코디는 “고객 단순변심이나 제품불량 등으로 고객이 반환하면 판매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우리가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영업을 위해 고객에게 선물과 현금지원을 해준 금액을 빼고 나면 월 200만 원도 벌기 어려운 현실인데 수당되물림까지 당하는 달이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참담한 심정에 빠진다“고 증언했다.

방판지부 제공자료 재정리
[표] 방판지부 제공자료 재정리

같은 달 코웨이는 2020년부터 수당되물림율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고객이 제품을 산 뒤 18개월 이내에 반환하면 기간에 따라 다른 비율로 영업수수료를 수입에서 공제했지만 올해부터는 12개월까지만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12개월 내 되물림율도 최대 150%에서 100%로 줄였다. 다만 개월 수에 따른 차등을 두지는 않았다. 코웨이가 2013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되기 전 수당되물림도 12개월에 100%였으나 당시엔 기간마다 다르게 적용된 바 있다. 

달라진 수당되물림 제도에 대해 방판지부는 개선보다는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왕일선 지부장은 “노조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사측이 그동안 높여왔던 되물림율을 알아서 MBK 매각 이전인 제자리로 돌려놨다“며 “아직 만족할 수 없다. 수당되물림이라는 제도 자체가 부당하다. 타사와 비교했을 때 수당되물림율 자체도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웨이는 수당되물림 제도 개선 외에도 재렌털 수수료를 평균 43% 인상했다. 코웨이 제품을 쓰던 기존 고객이 렌털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재렌털을 요청했을 때 코디·코닥이 평균 수수료 4.4만 원을 받았다면 올해부터는 6.2만 원을 받게 된 셈이다. 신규렌털 수수료는 변함이 없다. 

성희롱 피해 사례 조사 시작한 코웨이

웅진코웨이는 또한 방문판매 노동자인 코디·코닥들의 성희롱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방문판매 노동자들은 고객의 사적 공간인 집에서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혼자 일하다 보니 성희롱·성폭행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실제로 이윤선 코디는 “점검하는 동안에 야한 농담을 툭툭 던지시는 분이나 야한영상을 큰소리로 틀어놓고 보시는 분들도 있다“며 “성희롱하는 고객 때문에 점검 가방도 챙기지 못하고 뛰쳐나온 코디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럴 때마다 코디들은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했으며 동료 코디가 자청해서 같이 가주는 식으로 대처“해온 형편이었다. 

코디·코닥이 목소리를 높이자 소극적이었던 코웨이도 실태 조사에 나섰다. 왕일선 지부장은 “국회 토론회를 비롯해 우리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 많이 말했다“며 “회사에서 사례를 조사하며 상황파악을 하는 분위기다. 이 부분도 노조가 움직여서 보이는 변화라고 본다“고 답했다. 

“노조랑 만나자“ 문 두드리자, 빼꼼 연 코웨이

조금씩 변화를 느끼고 있는 방판지부는 지난달 23일 코웨이에 첫 상견례 요청을 했다. 코웨이는 회신 기한인 27일까지 대답하지 않았지만 2차 요청에는 공문을 통해 답했다. 

“현재 당사의 코디 및 코닥은 대법원판결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음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당사와 위임관계에 있는 코디 및 코닥 일부가 귀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 가입자격이 있는지 여부(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대한 내부적인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코웨이 답변 1/2) 

방판지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코디·코닥이 근로기준법(근기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코웨이의 조건이다. 근기법보다 노조법은 근로자 기준을 더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려면 근로계약에 따라 직원이 노무를 제공하는 대가로 사용자가 직접적인 이익을 얻어야 한다. 여기에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임금 종속성’이 있어야 한다. 한편 노조법에서는 근로계약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정도, 근로자가 독립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등 ‘업무의 종속성 및 독립사업자성’ 여부가 노조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에 따라 방판지부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왕일선 지부장은 “일터에서 20~30년 동안 참아온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노크를 했더니 회사가 빼꼼 열어서 조건을 제시했다“며 “회사와 만날 수 있는 다리인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내부에서 법률적 검토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