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원대책위, “아버지는 오늘도 혀를 깨물고 있다”
문중원대책위, “아버지는 오늘도 혀를 깨물고 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1.10 13:22
  • 수정 2020.01.10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故문중원 경마 기수 죽음 43일째
죽음 진상규명 위해 민주노총 ‘문중원 열사대책위’ 구성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대책위 이후 7년 만의 열사대책위
10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문중원열사 민주노총 대책위' 구성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맨 오른쪽부터 故문중원 씨 아버지 문군옥 씨, 故문중원 씨 부인 오은주 씨,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故문중원 기수가 마사회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3일째이다. 고인의 유족과 고인이 조합활동을 했던 공공운수노조는 죽음의 진상규명과 마사회 운영 구조개선 등을 요구하며 15일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마사회나 공공기관인 한국마사회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故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 씨는 아들이 죽은 후 매일 자신의 혀를 깨물고 있다고 말한다. 황망한 아들의 죽음 앞에 목 놓아 울고 싶지만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제2의 문중원이 나오지 않기 위한 마사회 구조개선 전까지는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故문중원 기수가 소속됐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사회적 이슈였다. 2005년 개장 이후 경마기수와 마필관리사 등 7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 자살률의 200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지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故문중원 기수들의 유가족이 힘든 매일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총연맹 차원의 ‘열사대책위원회’를 꾸렸다.

1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문중원열사 민주노총 대책위(약칭, 이하 대책위)’ 구성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열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2013년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대책위원회 이후 7년 만이다. 그만큼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노총 대책위의 정확한 명칭은 ‘경마기수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및 사람 죽이는 공공기관 적폐청산 민주노총 대책위원회’이다. 명칭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책위는 문중원 기수 죽음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마사회라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마사회 운영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재 경마산업은 개인의 이익을 남기고 외주화된 구조로 사람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만 유독 7명의 업무관련 노동자가 죽은 이유는 극단적 경쟁으로 몰기 때문”이라고 마사회의 운영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41세 문중원 가장이 죽은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히 진상규명해 온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며 “그를 그렇게 몰아갔던 책임자들과 나아가 죽음을 구조적으로 만들어 내는 공공기관 적폐 제도를 단숨에 청산하기 위한 대책위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故문중원 씨 부인 오은주 씨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故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서 굴복하지 않고 앞만 보며 나아겠다”며 “민주노총과 시민대책위와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제 남편을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또 한 명의 죽음이 발생해서는 안 되고 제 남편의 죽음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유서에 언급한 마사회 불법·부조리 상황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마사회의 공식적 사과 ▲자녀 등 유가족 위로보상 등을 요구했다. 또한, 공공운수노조의 기수 및 말관리사 관련 제도개선 요구에도 함께 한다. 관련 제도개선은 ▲경쟁을 부추기는 선진경마 페기 ▲불평등 계약관계 개선 ▲마사대부 심사제도 폐기 ▲마사대부 적체 개선 ▲기수 적정 생계비 보장 ▲2017년 말관리사 관련 합의사항 이행 등이다.

대책위는 오는 11일 전국경마공원 앞과 마사회 장외발매소 앞에서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13일부터는 故문중원 씨 빈소가 마련된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리는 추모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민주노총 2020년 첫 결의대회를 오는 18일에 열고 故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