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정규직 전환 갈등, 어디쯤 왔나
국립대병원 정규직 전환 갈등, 어디쯤 왔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1.10 18:18
  • 수정 2020.01.10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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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국립대병원 중 8곳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합의 … 5곳 남아
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 ‘악화일로’, 전북대병원·경북대치과병원 ‘긍정적’, 경상대병원 ‘논의 안 돼’
지난해 12월 23일 부산대병원 원장실에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부산대병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지난 12월 1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 산하 3개 국립대병원지부는 ‘직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공동 투쟁에 나섰다.

현재 13개 국립대병원 중 8개 병원은 현재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고, 나머지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경상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5개 국립대병원은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진통을 겪고 있는 국립대병원의 상황을 정리했다.

교섭 장기화 국면 맞은 부산대병원

지난해 6월 27일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와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부산대병원지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국립대병원 집단협의회’에서 전향적인 해결책을 기대하며 7월 26일 단식을 해제했다.

하지만 2020년이 찾아온 현재에도 부산대병원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자회사 전환을 고수하는 병원과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노조의 의견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2019년 12월 10일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는 파업에 들어갔고, 26일에는 조합원 15명의 집단 삭발과 단식을 진행했다. 부산대병원의 정규직 전환 규모는 49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부산대병원지부는 교섭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하여 12월 31일 단식을 중단하고, 1월 8일 파업해제를 결의했다. 현장 복귀는 9일에 완료했다. 교섭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조정실장은 “연말에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부산대병원 부원장이 면담해서 1월 3일부터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내용적으로 진전된 부분은 없다. 부산대병원장이 1월 6일부터 17일까지 해외출장이 있다. 때문에 교섭이 열리더라도 당장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홍보실은 “파업을 종료한 노동조합의 결정에 환영하는 바이나, 해결되지 않는 숙제가 남아있다는 사실 또한 주시하고 있다”며, “병원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병원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는 12월 31일 단식농성 8일차에 단식을 해제했다.  ⓒ 보건의료노조  

타결 막바지에 파국으로 돌아선 전남대병원

전남대병원지부도 12월 10일 파업에 나섰다. 전남대병원 노사는 2019년 12월 31일부터 2020년 1월 1일까지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해결하는 막판 집중교섭을 진행했다. 그 결과 극적으로 노사 합의점을 찾아 합의서 작성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막판 이삼용 전남대병원장의 반발로 결렬됐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노사합의안은 정규직 대상자 557명 중 395명은 직접고용 전환을 합의하고, 나머지는 추후에 논의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삼용 병원장은 “전환인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의 결렬 이후 전남대병원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1월 4일 노조가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병원장실과 병원장실 복도의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었다. 또한, 1월 6일 병원로비에서 벌어진 몸싸움으로 전남대병원은 노조간부 18명을 고소 고발했다. 이에 전남대병원지부는 1월 7일 이삼용 병원장 퇴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나영명 기획조정실장은 “난방공급 중단, 단수 조치를 하면서 노사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6일에는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병원 측에서 고소 고발했다. 병원은 노조가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매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채용비리 문제나 폭언폭행 등 전남대병원 현안 문제를 같이 짚으면서 이삼용 전남대병원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한 전남대병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의견을 듣지 못했다.

1월 7일 전남대병원 앞에서 진행된 '이삼용 병원장 퇴진 투쟁 선포' 기자회견 현장 ⓒ 보건의료노조  

‘병원장 공석’ 경상대병원, ‘답보 상태’

경상대병원의 정규직 전환 대상 규모는 약 230여 명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규직 전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병원장이 공석이며 직무 대리 체제이기 때문이다. 경상대병원은 지난해 7월 23일 이사회에서 두 명의 차기 병원장 후보를 추천했지만 교육부로부터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나영명 기획조정실장은 “병원장이 공석이라 비정규직 전환 문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직무대행자가 있지만 ‘권한이 없다’, ‘새 원장이 오면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경상대병원 홍보팀은 “아직 공식적으로 답해드릴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교섭 막바지’ 전북대병원과 경북대치과병원

하지만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전북대병원과 경북대치과병원이다.

지난 12월 10일 전북대병원지부는 쟁의권이 확보되지 않아 파업이 아닌 로비 농성으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주장했다. 박은정 전북대병원 홍보팀장은 “용역직 정규직 전환이 남았다. 현재 노사협의를 진행 중이며, 노사협의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영명 기획조정실장도 “협의에 진전이 있다. 임금, 복지, 정년 등 구체적인 전환 조건과 관련해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설 연휴 이전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대치과병원은 정규직 전환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난해 10월 22일 경북대병원 노사는 비정규직 376명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경북대치과병원은 경북대병원에서 분리되어 운영되지만 본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이 10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국립대병원 통계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서울대병원이 위탁경영하는 보라매병원은 직접고용 대상 인원 규모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정규직 전환 규모를 237명으로 주장하고, 보라매병원은 ▲콜센터 27명 ▲장례식장 8명을 제외한 202명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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