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기
[이동희의 노크노크]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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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새해를 맞아 새로운 취미를 선언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이틀 전 만난 친구는 취미로 제빵을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당장은 원데이 클래스(1회성 수업)를 통해 자신의 적성을 확인한 뒤 학원에 등록할 거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이야기해줬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며, 기회가 되면 나중에 제과제빵자격증도 따면 좋을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쳐 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자격증 얘기는 꺼내지 말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취미로 가볍게 즐기고자 한 일에 괜히 자격증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아서다. 물론, 진짜 자격증을 따보라는 의미도 아니었고 친구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취미는 취미로 남겨둘 때가 가장 즐겁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몇 번 여러 취미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취미를 취미로 남겨두지 않고 잘 하려고 하면 그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는 거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려 하는 일’,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이렇게 세 가지가 차례로 나온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인데 취미를 반복하다보면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문제는 ‘더 잘하고 싶다’ 정도가 아니라 ‘더 잘 해야 한다’로 생각이 흘러갔을 때다.

인생에서 취미가 차지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에 전문적인 실력을 쌓을 만큼 ‘죽어라’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이게 취미의 본래 취지에 맞는 모습이기도 하다. 근데 잘 안되면 즐겁지 않다. 처음 시작할 때 설렘과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즐겁지 않으면 기껏 시작한 취미를 찾지 않게 되고 결국 허무하게 떠나보내게 된다. 그렇게 나는 몇 가지 취미를 떠나보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즐거워했던 일이었는데도.

취미도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서툴러도 잘 못해도 그냥 하면 되는데. 즐거우면 되는 건데. 친구의 제빵 취미가 부디 친구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바란다. 몇 번이나 취미를 떠나보냈음에도 떠나지 않고 지금 내 옆에 남아있는 취미가 지친 일상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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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