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당신을 기억합니다” 고 서지윤 간호사 1주기 추모문화제
[포토]“당신을 기억합니다” 고 서지윤 간호사 1주기 추모문화제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1.11 15:47
  • 수정 2020.01.11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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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 주말 점심에도 고 서지윤 간호사 추모행렬
“서지윤 간호사가 향기로 기억할 날을 위해서 싸우겠습니다."

 

1월 11일 낮 12시 고 서지윤 간호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의 남동생 서희철 씨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누나가 돌아가기 전 성과금을 받아서 몇 십만 원을 ‘엄마 이거 사용해’ 하면서 용돈으로  드렸습니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패딩이 저희 누나가 마지막으로 주고 간 선물입니다. 누나가 패딩을 선물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제가 정말 원망스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희 누나가 이렇게 된 것은 누나 스스로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서지윤 간호사의 동생, 서희철 씨는 이날 추모문화제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정오의 서울시청 앞, 한 노동자를 추모하는 제사상이 차려졌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11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의 1주기를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고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뿐만 아니라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유족’도 함께했다.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고 김태규 노동자의 누나 김도현 씨와 드라마 제작현실의 부당함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마감한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센터 이사장 및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의 누나 김도현 씨,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이한빛 한빛센터 이사장,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고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지난해 9월 6일,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이하 진상대책위)는 서울시청에서 조사결과 보고회를 열어 "고 서지윤 간호사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진상대책위는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한 34개의 권고안도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34개 권고안 중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 사퇴’ 하나만이 진전을 보였다. 지난 12월 3일 김민기 병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사표 수리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언한 ‘추모비’도 아직 세워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꾸린 ‘혁신위원회’는 진상대책위의 권고안과는 달리, 고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을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죽음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원회 위원들이 김민기 병원장의 측근으로 구성됐다는 지적도 있다. 

추모사 중인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이날 추모사에서 눈물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바꿔내지 못하는 것이 속상합니다. 지금도 차가운 광화문 바닥에 시신을 해를 넘겨가며 봐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들에게는 지금이 얼마나  살고 싶었던 현실이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죽음을 선택한 그들이 누리지 못한 오늘입니다. 그 선택이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구조적 타살임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 구조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서지윤 간호사를 향기로 기억할 날을 위해서 싸우겠습니다. 다시금 고인 앞에서 기쁨의 추도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 참여한 이들은 저마다 고 서지윤 간호사를 추모했다. 서지윤 간호사뿐만 아니라 어떤 노동자에게도 다시는 일을 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곡하게 바랐다. 그 마음만큼 고 서지윤 간호사의 영정 앞에 국화가 수북이 쌓였다.

고 서지윤 간호사의 영정 사진 앞에 국화가 수북이 쌓여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고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고 서지윤 간호사의 남동생 서희철 씨가 영정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고 서지윤 간호사의 넋을 기리는 서정숙 무용가의 진혼무가 펼쳐졌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양한웅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의 누나 김도현씨가 헌화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추모 문화제가 끝난 후 고 서지윤 간호사의 어머니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슬픔을 나누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