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일단 지르자
[최은혜의 온기] 일단 지르자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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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두 달 전의 일이다. 우연히 옷가게 앞을 지난 적이 있다. 그 옷가게 앞을 자주 지났지만, 유심히 살펴본 적은 없었다. 그날따라 판매를 위해 진열해놓은 옷을 자세하게 살펴봤다. 코트를 새로 살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코트가 한 벌 걸려있었다.

월급을 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통장 잔고와 코트의 필요성을 비교하며 머리를 굴렸다. 한쪽 귀에서는 당장 코트를 지르라는 속삭임이, 다른 쪽 귀에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마음에 드는 코트를 붙잡은 채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마침 약속 시각이 다 돼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게 고민할 새도 없이 옷가게를 떠나야 했다.

마음에 들었던 코트가 며칠 동안 눈앞에 아른거렸다. 친구에게도 ‘그 코트는 딱 내 코트였다’는 내용의 카톡을 며칠 동안 보내 핀잔을 들을 정도였다. 급여일이 가까워지면서 당장 코트를 지른다고 해도 통장 사정에 큰 타격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코트를 사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코트를 사겠다는 결심이 섰는데, 그 옷가게 근처에 갈 일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빠른 귀가의 욕구를 이기고 옷가게에 방문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코트가 맨 뒤에 걸려있었으니 누군가 사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만 가진 채 또 며칠이 흘렀다.

결국 월급을 받았다. 월급이 들어와 두둑해진 통장을 보니 더는 코트 구매를 미룰 일이 없어졌다. 평상시 주말 일과인 강아지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서면서 지갑을 챙겼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공원이 옷가게 인근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코트를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옷가게에 들어서 그때 그 코트를 찾았다. 그러나 나의 마음을 훔쳤던 그때 그 청록색 코트는 이미 다른 주인의 품에 안긴 상황이었다. 청록색 코트는 딱 한 벌 구비돼있었다고 했다. 내가 통장 사정 등을 고민하면서 시간을 허비한 사이 빠른 실행력을 가진 누군가가 코트를 쟁취했다.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결국 차선의 선택을 해야만 했다. 물론 차선의 선택으로 산 코트는 잘 입고 있지만, 코트를 볼 때마다 ‘코트를 살 때 실행을 좀 더 빨리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2020년 새해를 맞아 코트를 보며 다짐한다. 올해는 일단 지르겠다고. 지르고 나서의 고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겠다고. 앞, 뒤 재다가 최선의 결정이 불가능하기에 올해는 최선의 결정을 위해 빠른 결정을 내려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