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노동시간 제한 결정에 노조 반발
‘배민’ 노동시간 제한 결정에 노조 반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1.13 18:41
  • 수정 2020.01.2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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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연맹 “전업 라이더 시간제한은 그대로 수용 못 해”
라이더유니온 “전형적인 노조 힘 빼기 전략”
배달의민족 “제한 목적은 과로와 안전사고 예방”
ⓒ 우아한형제들
ⓒ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라이더(배달원)의 주 최대 근무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노동조합이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우아한청년들은 10일 지입 계약 라이더와 배민커넥터의 노동시간을 주 최대 60시간, 20시간으로 각각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주문중개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을, 우아한청년들은 배달중개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 및 배민커넥터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 배달원은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로 나뉜다. 배민라이더스는 ▲건당제(지입제) ▲주말풀타임(지입제) ▲시급제+인센티브(직접고용)로 다시 구분된다. 지입 계약 라이더는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오토바이를 회사에서 대여해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개인사업자 형태) 배달원이다. ‘시급제+인센티브’ 라이더는 월 고정급을 받고 4대보험 혜택을 받는 직접 고용된 배달원이다. 이들은 이미 주 40시간(+초과근무12시간 제한) 일하고 하고 있다.

배민커넥터는 만 19세 이상 누구나 배달 경험이 없어도 도보, 킥보드, 자전거 등을 이용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일하는 배달원이다.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들의 과로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우아한청년들은 “배민커넥터는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라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라며 “배달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나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단기 알바, 파트타임, 투잡의 형식으로 부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데, 전업보다 부업의 형태를 지향하는 애초 취지에 맞춰 주간 최대 배달수행 시간을 2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지입 계약 라이더들은 주 평균 37시간, 배민커넥터는 주 평균 13.7시간 일하고 있다. 우아한청년들이 지입 계약 라이더들의 노동시간을 주60시간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의 당연인정기준이 주60시간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60시간 이상 노동하는 라이더는 9% 정도다. 또한 배민커넥터의 노동시간을 주20시간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목적뿐 아니라 투잡으로 배달일을 하는 노동자가 하루 4시간 이상 노동하면 개인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라이더들이 조직된 노동조합은 배민의 결정이 일방적이라며 반발했다. 지난달 10일 우아한형제들과 정책협의를 진행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배민라이더스는 전업, 배민커넥터는 부업’이라는 원칙을 바로 잡자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전업인 배민라이더스 시간제한은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정책협의에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라이더와 역차별 문제를 주로 전달했지 근무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사 전달을 하지 않았다”며 “배민라이더 주60시간 제한 취지는 알겠는데 일방적인 노동시간 제한 결정은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 위반이며 처우개선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건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도 “단체교섭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근무조건 변경 공지는 전형적인 노조 힘 빼기 전략”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 근무조건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조합원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라이더들과 소통과 합의를 통해 정해져 한다”고 짚었다. 

이영주 라이더유니온 정책국장은 "배민의 정책에 대해 어느 부분은 찬성, 나머지는 반대, 우리의 대안이 무엇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노동시간 제한은 찬반을 넘어 노조가 조합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단체교섭 장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놓고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반발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커넥터의 배달 시간제한은 한 달 전에 공지를 드린 부분이며 정책 적용 유예기간이 3개월 정도 있다”며 “지입 계약 라이더들은 연말까지 의견수렴 과정이 있다. 이 기간에 다른 의견을 충분히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라이더유니온은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