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조항 법안'도 통과시키는 국회, 법안 심사 과정 개편 필요
'독소조항 법안'도 통과시키는 국회, 법안 심사 과정 개편 필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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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 침해’ 위헌소지 큰 개정 산업기술보호법 통과 … 국회의원 “반대 0명”
여론에 떠밀려 … ‘깜깜이’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 심의 개선 필요
1월 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산업기술보호와 알권리,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정보조차 알리지 못하게 하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지난해 8월 통과돼 올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알권리 침해’ 등 위헌 소지가 큰 법안임에도 국회에서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법안 심사 과정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14일 오후 2시 ‘산업기술보호와 알권리,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알권리’는 다수결로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

“2009년, 삼성 기흥공장 포토 공정에서 취급하는 50여 종의 ‘감광제’ 중 6개를 임의로 선정해 분석한 결과, 6개 제품 모두에서 ‘벤젠’(백혈병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 검출”                                                                        <2009년 삼성기흥공장 위험성 평가 보고서> 중에서

“2010년, 삼성 기흥공장 포토 공정에서는 2009년에 ‘벤젠’이 검출된 감광제가 계속 쓰이고 있었고, 여전히 그 공정에서 ‘벤젠’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은 실시되지 않았음”                                                                                      <2010년 삼성기흥공장 작업환경 보고서> 중에서

“2013년, 삼성기흥공장에서의 ‘화학물질 관리’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전반적 활동에 걸쳐 관찰”됨(2013년 고용노동부 안전보건진단 총평)”                                                                                                                <2013년 삼성기흥화성공장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중에서

2007년부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가 삼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통해 밝혀낸 내용이다. 하지만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시행되면 정보공개는 어려워진다.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라면 이유와 목적을 불문하고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정보를 적법하게 획득했고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이 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임자운 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는 “위 보고서들은 모두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들이다. 특히 <2007~2014년 삼성온양공장 작업환경 보고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미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했다”며,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생명, 건강을 위해 정보를 알리고 발표하는 행위를 할 우려만 있어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 결과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회사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산업보호법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알권리’는 입법 이전에 헌법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이며, 이를 제한할 경우 헌법 제37조2("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경신 교수는 “우리는 비밀은 공개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국민이 다른 국민들에게 비밀을 알렸을 때 처벌하는 법은 없다”며, “가령 공무원이나 회사 직원이 업무상 비밀을 유출할 때 범죄가 된다. 그런데 지금 산업기술보호법을 보면 정보공개청구에 따라서 정보를 취득한 사람도 공유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등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매우 특이한 법이 만들어진 거다. 과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법안의 문제점, 제대로 검토 못한 국회

현재 논란이 되는 개정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7월 5일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이 이전에 발의한 10개의 법안을 종합해 대안발의한 안이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발의안을 냈다. 7월 1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서 통과됐고, 이어 31일 법제사위원회, 8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재석 210명 중 찬성 206명, 기권 4명으로 반대는 없었다.

이종철 정의당 정책위원회 연구위원은 현재 국회 법안심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검토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 검토 ▲국회 법제사위원회 검토를 거친다. 본회의에 올라오기까지 3단계를 절차를 거치는 셈이다. 여기서 첫 단계인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각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이종철 연구위원은 수석전문위원의 법안 검토 제도가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종철 연구위원은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논조에 따라 향후 상임위 심사방향이 결정된다. 검토를 담당하는 수석전문위원 이하 입법조사관은 대개 사무처 소속 일반직 공무원으로 관련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두루 살피거나 다양한 시각이 반영되기 힘들다. 상임위원장의 입김도 크게 작용한다”며,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상임위 검토 역시 일부 단서 조항 문제를 제외하고 깊이 있는 검토의견이 들어갔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곧바로 동영상과 회의록으로 공개되는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와 달리 깜깜이로 진행되는 상임위 소위원회의 문제도 있다. 언론인이나 시민의 출입이 제한되고 회의록도 실시간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이종철 연구위원은 “2019년 7월 5일 열린 소위원회에서는 ‘삼성’이라는 말이 6차례나 등장했는데, 언론의 참석이 허용됐다면 이른 시일에 문제가 공론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많은 분이 어떻게 독소조항이 있는 법안을 국회의원들이 가결할 수 있었냐고 궁금해할 것 같다.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소속이 아닌 다른 상임위원회 국회의원이 그랬다"며, "고의로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제안한 의원이 있기도 하며, 오늘 언론 기사를 보고 개정안을 낸 의원도 있다. 총선 전까지 법안을 심의할 기회는 없지만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시작하기까지 한 달 반 정도 시간이 있다. 임시국회를 열어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