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직무급제 지원 방침에 노동계 발칵
정부 직무급제 지원 방침에 노동계 발칵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1.14 18:42
  • 수정 2020.01.14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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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
노동계, “누구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인가”
지난 7월,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기획재정부 앞에서 직무성과급제 도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3일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지난 7월,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기획재정부 앞에서 직무성과급제 도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3일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 이하 노동부)가 직무·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 확산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노동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틀 째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성명이 이어지면서 이미 경색된 노정관계가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노동부는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반하는 임금의 공정성 문제나 양극화 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기업에서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직무·능력 등에 기반한 임금체계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참고할 만한 공공 인프라로서,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확대하겠다”며 ▲업종별 직무평가도구 등 관련 인프라 확충 ▲임금·평가체계 개선 분야 컨설팅 지속 확대 ▲임금직무정보시스템 개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의제·업종별위원회 등을 통한 노사정 사회적 공감대 확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여부나 시기·방식 등에 대해서는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방안이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을 강제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니라 참고자료를 통해 직무정보를 지속 개발·보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방향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명환, 이하 민주노총)은 13일, “정부는 일방적인 임금체계개편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개선을 위한 노·정 협의부터 시작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임금 불평등을 강요하는 모든 임금체계를 반대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 내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부당한 차별 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함을 주장해 왔다”며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직무·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 확산을 위한 지원)은 ‘최저임금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묶은 것도 모자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도 깎기 위한 임금체계 개악’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금체계는 노사가 협의해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고 협상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가 일절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강요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임금체계개편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개선을 위한 노정 협의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 이하 한국노총) 역시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에 공정한 임금체계 개편에서 전제돼야 하는 ‘대등한 노사관계와 노동자 대표제도의 미비함’에 대한 개선책이 포함되지 않아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새로운 임금체계가 전면 도입될 경우 소득 및 임금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십 년간 대표적 임금체계로 자리잡힌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충분한 논의 기간을 가지며 함께 해결해야 하지만 이번 지원책은 노동계와 어떠한 사전 협의 없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악화하고 있는 노정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노정 간 신뢰를 또 다시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는 임금체계 확산 지원책을 당장 철회하고 향후 공식 협상테이블에서 노사와 함께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14일에는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허권, 이하 금융노조)과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위원장 황병관, 이하 공공연맹)이 각각 “직무급제 도입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13일, 금융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경사노위 금융산업위원회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합의문에 넣는 문제로 갈등이 빚어졌다”며 “직무급제 도입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공연맹 역시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가 출범한지 3개월도 안 됐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직무급제 도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에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 문제를 경사노위 양극화 해소와 고용+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 등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