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중심으로 민생과 경제 살리자!
노동중심으로 민생과 경제 살리자!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1.15 18:39
  • 수정 2020.01.15 1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9% 상생연대, ‘민생 살리는 경제 개혁 방안’ 논의하는 자리 마련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심화한 양극화 … “노동존중, 소득주도성장 유지 강화돼야”
1월 15일 오전 10시 전태일기념관 4층에서 열린 '2020 경제대개혁 민생살리기 대담회' 현장.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 gmson@laborplus.co.kr

경제의 본말,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민생을 살리는 일’이 '경제'의 본래 의미라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원-하청 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는 1월 15일 오전 10시 전태일기념관 4층에서 ‘2020 경제대개혁 민생살리기 대담회-재벌개혁, 양극화해소, 민생 살리기를 중심으로’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동이 소외되는 환경변화

민생 살리기의 기본적인 전제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도래했다.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2012년까지 이어진 경제침체기에 생겨난 새로운 기준을 지칭하는 ‘뉴노멀’은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지속이 특징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한국경제 잠재성장력에서 노동의 기여분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력이란 한 나라의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의 잠재성장력은 1995년 7%에서 2020년 2.5~2.6%로 감소했다.

발제 중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 gmson@laborplus.co.kr

잠재성장률에 노동의 기여가 감소하는 이유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일과 산업의 디지털화’에 있다. 전체 인구의 14.1%(730만 명)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에 편입된다. 머지않은 시기에 노동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대폭 줄어든다. 또한, 한국의 로봇 밀집도(제조업 노동자 1만 명 당 대수)는 2016년 기준 531대로 세계 1위다. 로봇 밀집도와 제조업의 국내 부가가치 창출비중은 반비례 관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2010년 이후 본격화 된 ‘노동 절약적 기술진보’가 제조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소매업종에서 온라인 쇼핑몰 비중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적확한 사례다. 실제 온라인쇼핑 판매규모는 전년 대비 2019년에 104%를 상승했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기업의 업종전환이나 산업 간 융합이 늘어나고, 디지털 기업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 급속하게 시장을 장악하며 산업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자동화가 확산해 노동시장 내 고용불안을 가중하는 한편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출현은 전통적 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극화 양상,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노동이 소외되는 변화 밑에 “그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감세, 규제 완화, 노동유연화 등의 일방적 추진”이 있었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구매력을 상실해 빛을 내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가계부채는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한 ‘초이노믹스’의 여파로 2011년 963조 8,000억 원에서 2017년 1,419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2019년 1,572조 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IMF 외환위기 전후(1994-2016년)로 가계소득 비중은 8.7%포인트 감소(70.8%→62.1%)한 데 반해, 기업소득 비중은 7.5%포인트 증가(15.7%→24.1%)했다.

원하청 관계로 대변되는 대-중소기업 간 격차도 커졌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중소기업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2014년 이후 격차가 확대됐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3.78%에서 2017년 5.6%로 상승했지만, 전속 협력업체는 0.91%에서 1.41%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수준도 차이가 크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원-하청 연구개발 집약도 차이는 4배, 전자 산업은 3.75배에 이른다.

이와 같은 원하청의 격차는 자연히 ‘일자리의 질’에서도 나타났다. 안정된 정규직과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분화로 임금 및 소득 격차가 심화됐다. 또한, 부실한 한국의 사회안전망을 기업복지로 대체해왔기에 복지 불평등도 나타났다. 노동조합도 대기업-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조직됐기에 이해 대변, 교섭구조에서도 차이가 커졌다.

지속가능 성장 위해 정의로운 전환, ‘경제민주화’ 필요하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경제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의 핵심적인 원인을 생산물 시장의 ‘불공정’과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재벌중심 부채주도 성장”은 지속가능성이 없으며, “노동중심의 임금-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자는 것이다.

정문주 본부장이 말하는 노동중심 임금-소득 성장 체계. 임금 및 소득을 통한 성장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노동기본권 보장, 산별노조 체제 형성, 노동자 대표제 확대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복지확충을 마련하고, 소득분배와 차별을 개선을 꾀한다.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가계-기업 격차 해소를 위해 공평과세, 조세정의를 위한 세제 개선을 말했다. ‘선 공평과세-후 보편과세’를 목표로 단기적으로는 ▲소득세 최상위(상위 1%) 추가구간 설정 ▲이자 및 배당 등 금융소득 완전 종합과세화 ▲공시지가 현실화로 양도세 및 보유세 강화를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보편 과세를 위해 ▲모든 계층의 전반적 증세 추진 ▲조세투명화 위해 과세현황자료 공개 ▲에너지 세제 정비 통해 탄소세 전환 ▲일자리 대체하는 과도한 자동화 막는 로봇세 도입 ▲플랫폼 자본의 과세 위한 디지털세 도입을 주장했다.

또한, 대-중소기업 도급관계 개선 분야에서 ▲납품단가 조정제도를 통한 대기업 비용분담 제도화 ▲협력이익공유제 확대로 한국형 이익공유제 동반성장 모델 구축 ▲대기업 공정거래협약 활성화 및 모니터링 강화 ▲가맹-대리점 및 납품 중소기업의 단체구성권 인정과 교섭권 보장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조속 입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비정규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지원을 위해 ▲초기업 단위 교섭체계 마련 및 단체협상 효력 확장 ▲초기업 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단체의 법적요건 완화 ▲단체협약의 지역단위 일반적 구속력 요건 완화 ▲한국형 노동회의소 도입 및 공제 조합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노동존중사회,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와 방향이 흔들리고 우경화, 반노동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한국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과정이 재벌중심 부채주도 성장을 노동중심 임금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데 수반되는 고통이라는 점이다. 우리 노동사회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소득주도성장, 노동존중사회, 포용복지국가 정책 기조는 유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