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투쟁 200일] "이제 진짜 투쟁밖에 없다"
[톨게이트 투쟁 200일] "이제 진짜 투쟁밖에 없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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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명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1,500명 집단해고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로공사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을 거부해 지난해 7월 1일 사실상 해고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해를 넘겨  200일째 투쟁 중이다. 

앞서 민주노총과 도로공사는 지난달 11일 직접고용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첫 교섭을 진행했으나 양측은 아직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첫 교섭에서는 도로공사가 불법파견 요소를 제거했다고 주장하는 2015년 이후 입사한 요금수납원의 직접고용 문제가 쟁점이었다. 이후 도로공사의 조합원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취하, 직접고용 뒤 직무와 임금 등에 대한 쟁점이 하나씩 추가됐다. 

그 사이 15일 기준 노동자들의 투쟁은 200일,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은 129일, 광화문 세종로공원 천막농성은 6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 농성은 68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광화문 세종로공원 천막농성 현장에서 14일 저녁 도명화 부위원장을 만나 투쟁 200일 평가부터 한 달간 이어진 도로공사와 교섭 과정, 앞으로 계획까지 들어봤다.

도명화 전국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도명화 전국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15일로 톨게이트 투쟁 200일째다.
200일까지 채울 줄 몰랐다. 이제는 기간이 중요한 상황은 아니다. 어차피 해를 넘긴 투쟁이다. 끝을 봐야겠다는 마음이다.  

- 지난 200일, 어떻게 평가하나?  
최선의 투쟁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해온 투쟁은 정말 거침없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래도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쟁은 더 있다고 본다. 

- 긴 투쟁에 조합원들이 지치지는 않았나? 
우리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장으로 다 돌아간다고 본다. 이젠 서로 '후회 없는 투쟁을 하자'고 항상 이야기한다. 정말 잘 해왔기에 남은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합원들이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내 자신을 찾았다'는 거다. 자신을 찾았기에 이제는 과거에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참았던 직장에서는 일할 수 없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투쟁의 끝을 보고 돌아가는 게 맞다고 이야기한다.

- 현재 도로공사와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
지난달 11일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투쟁은 오래 했어도 교섭은 한 달 정도 한 거다. 그 한 달이 사실 도로공사에 가장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당연히 투쟁의 성과로 교섭까지 이뤄졌다고 여겼고 교섭에서 투쟁의 성과만큼 결과물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섭에서 본 도로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 어떤 모습에서 도로공사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건가? 
이강래 당시 사장이 처음으로 교섭에 나온 12월 11일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있었다. 그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책임자였으니까. 그런데 교섭을 하루 앞두고 도로공사 측에서 교섭 쟁점에 대한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도로공사는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도로 했던 거였고 본교섭에서 진전은 없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계속 꼬였다. 교섭 과정에서 도로공사가 처음엔 1심에서 2015년 이후 입사자들 갈라쳤다. 다음엔 조합원들 고소·고발, 손해배상 취하 못 한다고 했다. 조합원에 대한 징계도 포기 안 된다고 했다. 이젠 직접고용된 뒤 직무와 임금 관련해서도 쟁점화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모든 걸 쟁점화시키면서 시간만 죽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직접고용 뒤 직무와 임금 쟁점은 무엇인가? 
직접고용된 뒤 업무나 임금에 대해서는 차후에 입사해서 협의하는 것으로 했지만 도로공사에서 또 안 된다는 거다. 도로공사는 나중에 업무와 임금에 대해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노동조합에 요구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딨나?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초법적인 요구고 노동조합이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게 1월 6일 마지막 실무 교섭에서 내용이다. 

- 교섭 과정에서 노동조합 입장에서 절충안으로 교섭 타결을 시도했다고 들었다. 
우리는 사실 조합원들이 좀 지치는 부분도 있고 투쟁이 길어지면서 생계 문제도 걸려 있기에 조금 절충을 봐서라도 교섭을 타결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충분히 내부 논의도 거쳤다. 그런데 도로공사가 그다음 번에 만났을 때는 고소·고발을 쟁점화했다. 한 달 동안 교섭을 봤을 때 민주노총과는 어떤 합의서도 쓰기 싫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 현재 교섭은 소강상태다. 우리는 다시 조건 없는 전원 직접고용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 노동조합의 원안에 대해 도로공사 입장은?
중요한 건 원안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원안을 고수하면 원안에서 뭐가 안 되고 여기까지는 된다, 이런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이 없다. 우리가 본교섭을 한 번밖에 안 했다. 그 외에는 실무교섭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섭은 한 번도 못 해봤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강래 전 사장까지 선거 출마한다며 나가버렸으니까. 

 -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동조합은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도로공사가 시간만 끄는 상황에 더는 끌려가지 않을 계획이다. 도로공사 입장이 안 바뀌면 어차피 교섭은 어렵다. 시간만 끄는 교섭은 오히려 투쟁력을 약화시킨다. 자꾸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다 보니 조합원들의 사기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투쟁과 교섭을 각각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교섭 과정에서 투쟁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더라. 혹시나 투쟁 강도를 높여서 교섭에 해가 되면 어떡하지 이런 조심성이 계속 따르더라. 이제는 그런 눈치 안 보고 계산 없이 투쟁에만 몰입할 것이다.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가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기에 남은 기간은 투쟁에 집중하자고 이야기 모으고 있다.
 
- 그동안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서도 사태 해결 촉구를 해왔는데.
이제 나라가 이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끊임없이 도로공사의 잘못된 부분을 알리고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그런데 이강래 전 사장은 사태 해결 책임은커녕 선거까지 나갔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제는 묵인의 정도가 아니라 같이 협조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정부가 '노력한다' '노력한다' '압박하겠다' '압박하겠다' 했던 말도 진짜 했을지 의심까지 든다. 청와대가 국토부를 다시 한번 압박하면 사태해결이 가능할 거라고 봤는데 청와대가 압박을 한 건지 노력은 한 건지 전혀 확인되는 바가 없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투쟁밖에 없다. 이제 진짜 투쟁밖에 없다. 설사 이 투쟁으로 어떤 결과물이 안 나와도 우리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잘 싸우고 있다가 교섭에 묶여 이 투쟁을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 싫은 거다. 이제는 그게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