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나이프] 르노삼성차, 파업 때문에 회사 문 닫게 생겼다?
[미디어 나이프] 르노삼성차, 파업 때문에 회사 문 닫게 생겼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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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장기화로 ‘지역 경제 악화’ 우려? … 어김없이 등장한 ‘노조 떼쓰기’ 프레임
하청업체 도산이 노조 파업 탓? … 물량확보를 교섭 수단으로 사용하는 ‘외투기업’
ⓒ 르노삼성자동차

지난해 12월 20일,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르노삼성자동차지회가 함께 파업을 선언했다. 2019년 임단협이 결렬된 것이다. 이에 르노삼성자동차는 1월 10일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18일 현재 파업은 한 달을 바라보고 있다.

보수언론을 비롯한 경제지에서는 노동조합을 크게 비판하고 있다. 올해 르노삼성자동차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조가 무리한 기본금 인상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또한, 잦은 노사분규 때문에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마지막으로 파업 장기화에 따라 협력, 하청업체가 도산해 지역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다는 지적도 있다.

요컨대 노동조합의 파업이 회사 경영 상태를 어렵게 하고, 외국 본사로부터 투자를 막고, 지역경제에 큰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파업의 영향력이 그 정도로 셌던 것일까? 각종 언론의 주장을 사실관계 중심으로 검토해봤다.

① 6개월 만에 또 파업? “해 넘긴 임단협 때문”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 6월 '2018년 임단협'을 마무리한 지 6개월 만에 또다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당시 노조는 1년에 걸친 갈등을 마무리하며 노사 상생 선언까지 했지만, 합의 후 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지난 번과 같은 요구(기본급 인상)를 하며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르노삼성은 노조의 파업으로 본사로부터 신차 물량을 받지 못해 생산량 반 토막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노조는 "받아낼 수 있을 때 더 받아내자"며 파업에 나섰다.

2019년 12월 21일자 <조선일보> 기사(“르노삼성 노조, 반년만에 또 전면 파업”)의 일부다. 먼저,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받아낼 수 있을 때 더 받아내자”라고 설명한 점은 명백한 오류다. 이를 제외하면 이 기사에서 찬찬히 검토해봐야 할 지점은 두 가지다.

먼저 “2018년 임단협을 마무리한 지 6개월 만에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는 지점이다. 언뜻 보면 노동조합이 6개월 만에 합의를 깨고 파업에 나선 듯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2018년 임단협이 2019년 6월에야 마무리됐다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실제로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2018년 6월 2018년 임단협을 시작했다. 그 해에 마무리해야 했을 임단협이 2019년 6월에서야 마무리됐다. 2019년 임단협은 9월에 시작했다.

노조는 회사가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기에 파업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주재정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018년 임단협 때도 회사는 1차 제시안만 준 뒤 협상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어렵게 체결한 노사상생 선언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2019년 임단협에서도 회사가 1차 제시안을 준 후 반응이 없다. 노조가 회사안에 맞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지점은 “합의 후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지난 번과 같은 요구(기본급 인상)를 하며 파업에 돌입한 것”에 있다. 기본급을 올린 지 6개월 만에 다시 기본급을 올리자는 말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임단협은 사측의 승리였다. 2018년 임단협 당시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노조는 2019년 6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 간 파업을 진행했음에도 기본급 동결과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 원이 전부였다.

ⓒ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② 노동조합 무리한 요구? “수년간 임금 동결”

그렇다면 노조는 회사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것일까? 노조는 2019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 원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기본급 동결과 보상금(900만 원)을 제시했다.

2020년 1월 14일자 <매일경제>의 기사("르노삼성 생산성 日보다 낮아…이대로면 올해 적자 못 면해")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올해 적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사 본문에는 “르노삼성은 영업이익으로 2017년 4,016억 원, 2018년 3,541억 원을 거뒀지만 매년 10만대씩 만들던 로그가 지난해 6만~7만대로 감소하면서 수익이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르노삼성자동차의 ‘올해 적자 예상’의 이면에는 ‘수년 간의 기본금 동결’이 있다. 노조는 “우리의 임금은 10여 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고, 그동안 회사는 다년 간 수천억의 이익으로 주주들의 배당금잔치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실적 하향 예상과 오랜 임금 동결을 동일선 상에 놓고 봐야 한다. 하지만 2019년 12월 23일 <한국경제>의 기사(“[이슈+] 공장 팔아서라도 월급 올려라?…車공장 결국 멈췄다”)는 “노조 교섭단은 성명서를 통해 “부산공장 공시가가 1조 1,641억 원이다. 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경영진이 고민하라”고 주장했다. 하나뿐인 자동차 생산 공장을 팔아서라도 노조를 만족시킬 돈을 마련해오라는 의미”라며 노조의 주장을 상당히 무리한 요구로 표현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계상도 과도하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2020년 1월 8일 <매일경제> 기사(“[단독] 르노삼성 파업손실 `눈덩이`…보름동안 1000억 넘었다”)는 “사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대당 약 1,900만 원씩, 총 1,000억 원 가량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주재정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회사는 파업으로 15일 간 1,000억 원 대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급 인상으로 드는 비용은 100억 남짓이다. 손해를 보면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라며, “노동조합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회사의 조사는 다소 부풀려진 점이 있다”고 말했다.

③ 조합원 지지 못 받는 파업? “파업 규모 집계 차이”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에 참여해야 하는 조합원을 지정, 당일 아침에 파업 동참을 지시하는 '게릴라 파업' 전술을 쓰고 있다. 파업 참여율이 저조하자 조합원 개개인에게 파업 동참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회사 측이 파업 불참 인원을 따로 모아 공장을 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신종 수법이다.

2020년 1월 9일 <조선일보> 기사(“출근 직전 "당신은 오늘 파업하라"… 르노삼성 노조의 신종 게릴라 전술”)는 게릴라 파업을 ‘신종 수법’으로 명했다. 하지만 게릴라 파업은 ‘파상 파업’이라고 불리는 노조의 오랜 전략이다. 1997년 1월 11일자 <연합뉴스> 기사(“현대自가 단행한 休業이란”)는 현대자동차가 휴업조치를 단행한 이유를 “파업과 부분 조업을 반복하는 파상 파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릴라 파업은 일부 공정이 마비되면 전체 생산공정에 차질을 빚는 컨베이어 시스템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파업이다. 최소 파업 인원으로 생산공정 전체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반면 파업에 나서지 않은 대부분의 조합원의 임금은 보존된다.  

게릴라 파업에 맞서는 회사의 수법은 ‘부분 직장폐쇄’로 발전했다. 부분 직장폐쇄의 경우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만 노무수령을 거부할 수 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을 통해 조업이 가능하다. 실제 2020년 1월 10일 르노삼성자동차는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따라서, 노조가 기상천외한 방법을 개발한 것도 아니고, 회사가 ‘어쩔 수 없이’ 직장폐쇄에 나선 것도 아니다. 

한편, 파업 참가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일까? 2019년 12월 13일 노조는 전체 조합원 2,059명 중 1,939명이 참여해 66.2%(1,363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2020년 1월 14일 <한국경제>의 기사(“르노삼성 '파업하다 폐업할라'…파업자 463명 '뚝'”)는 파업참가율이 12월 31일 30%, 14일 26.8%로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 측의 일방적인 계산이다. 파업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파업 참가율의 출처는 사측의 집계에 기반 한다. 하지만 주재정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공장을 비롯한 르노삼성자동차 전체 인원은 4,200여 명이다. 이 중 현재 조합원은 2,011명”이라며, “노조 가입대상은 부산공장에 한정하지 않는다. 연구소, 영업, 정비 모두를 포함한다. 2,011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까지도 파업대오를 절반 이상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장(왼쪽)과 박종규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오른쪽)
정종훈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장(왼쪽)과 박종규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오른쪽)

④ 하청업체 폐업 … 지역경제 파탄? “외투기업 관리 감독 해야”

2019년 12월 31일자 <한국경제>의 기사(“르노삼성 연이은 파업에 지역 협력업체 위기 '직격탄'”)는 12월 31일 부산 강서구 소재 자동차부품업체가 폐업하는 이유로 “르노삼성차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이유로 최근 6개월 만에 재파업에 나선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 등 전반적인 생산물량 감소가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노조의 파업과 하청업체 폐업의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기사 내에서 밝히고 있음에도 <한국경제>는 '노조의 파업으로 지역경제가 위기'라는 식의 제목을 사용했다.

노조는 외투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의 특성으로 물량 배분을 교섭의 수단처럼 활용하는 회사의 태도를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재정 수석부위원장은 “2018년 임단협이 진행되던 당시에도 로그 물량이 끊어진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2019년 6월 노사합의가 되자 로그 후속 물량이 12월까지 연장됐다”며, “2019년 9월 임단협을 시작할 때 로그 물량은 3월까지 연장됐다. 이후 파업에 들어가니 회사가 물량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물량이 없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하청업체의 어려움도 파업보다는 오락가락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계획에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주재정 수석부위원장은 “로그 후속 생산이 들어온다고 르노삼성자동차와 협력업체가 연계해 생산설비에 투자를 했다. 그런데 3월에 물량이 끊긴다고 한 후 일시중지한 상태”라며 “일시중지로 협력업체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악몽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재정 수석부위원장은 “르노삼성자동차는 프랑스 외투기업이다. 부산시에서 관리감독하지 않으면, ‘먹튀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할 것”이라며, “국내기업은 정부가 관할할 수 있는데 외투기업은 정부에서 자료를 달라고 해도 잘 주지 않는다. 세무조사를 해보면 드러난다. 올해도 300억 원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지금도 먹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지원만 계속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