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우의 부감쇼트] 정겨운 설 선물, 그 뒤에는
[임동우의 부감쇼트] 정겨운 설 선물, 그 뒤에는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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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얼마 전 우연히 수서역 SRT 플랫폼을 지나다가 사람들이 빼곡히 줄 서 있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설이 민족대명절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유명 뮤지션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설, 연휴에 어디나 다녀올까 생각하면서 무심결에 기차 어플 한 번 켰다가 ‘이불 밖은 위험해’라고 되뇌게 만드는 설에는 사람들을 가득 채운 기차만큼 가득 차는 게 또 있다. 바로 택배트럭이다.

일당 알바를 전전하던 시절, 설만 되면 알바 사이트 상단에 ‘[급구] 일당 7만원’이라는 문구가 많이도 올라왔다. 이름, 나이, 사는 곳, 경력 등을 문자로 정성스럽게 적어 보내면, 2분도 지나지 않아 “내일 오전 6시 30분 ○○역”이라고 왔던 무심한 답변도 기억한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기억나는 건 물류창고에 쌓인 설 선물들이었다. 산타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받는 스트레스가 이런 걸까? 컨베이어벨트는 쉬는 줄 모르고 돌아가고, 기계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인간의 몸이란 한없이 나약했다. 구역마다 분류해둔 물건은 담당 구역 배송 기사님들이 실었다. 테트리스의 달인들. 트럭 뒤편은 빈틈 하나 없이 빼곡하게 채워졌다.

배송 일은 설이 가까이 오면 두 배가 된다. 무게도 두 배다. 지하철 연장운행처럼 배송트럭도 연장운행을 한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건 다반사다. 물건을 옮기려 초록색 끌차를 끌다가 뒤꿈치 씹힌 적이 여러 번이다. 빨간 목장갑은 어느새 시커멓게 변해있다. 명절이라면 집에 일찍 들어가 가족 얼굴 보고 싶은 마음은 같을 텐데, 어느덧 밝게 뜬 달에 비친 기사님 얼굴에 찡한 마음이 들었다.

불교계에 설 선물로 육포를 보낸 이들이 있어 포털이 뜨겁다. 육식을 금하는 스님들에게 육포라니, 지난 번 합장 논란에 이어 배려가 부족했다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게 잘 좀 주문해주시지, 괜히 두 번이나 배송할 기사님 걱정이 앞선다.

서로의 마음을 담은 정겨운 선물 뒤에는 항상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수분이 부족한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 한 마디가 하루치 오아시스가 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