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새 지도부 ‘김동명호’, 앞으로의 과제는
한국노총 새 지도부 ‘김동명호’, 앞으로의 과제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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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노총’ 지위 회복 위한 구체적 계획 설정
'주체로서의 노동' 슬로건으로 새로운 노정관계 구축 전망
김동명 위원장이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 포토그래퍼 김영근 dusky@naver.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선거인단의 마음을 잡은 건 기호 2번 김동명-이동호 후보조였다. 개표 막바지까지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졌지만 승자는 한 팀이었다.

이번 선거에는 총 선거인원 3,336명 중 3,12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52표 차. 김동명 당선인은 1,580표를 얻었다. (김만재 후보 1,528표 득표) 치열한 접전 끝에 ‘한국노총 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얻었다. 선거 초반에는 오랜 기간 준비한 김만재 후보가 한 발짝 앞선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게다가 김만재-허권 후보조는 한국노총 선거인단 빅3(금속노련 474, 금융노조 450, 자동차노련 417) 중 금속과 금융에서 후보를 냈기 때문에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

반면 김동명 후보조는 전통적으로 한국노총 임원 선거에서 승리의 향방을 가르던 한국운수물류노동조합총연합회의 지지를 받은 것이 선거 레이스의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했다. 김만재 후보조의 경우 금속노련의 결집력은 높았으나 상대적으로 금융노조의 표심이 분산된 것이 악재였다는 평도 나왔다. 금융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김만재-허권 후보조를 공식 지지하기는 했으나,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 결과에서 보듯 한쪽으로 표가 쏠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만재 후보쪽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선거인단 참여도에서부터 엿보였다. 김동명 후보조를 지지하는 자동차노련, 전택노련 등은 높은 참석률을 보인 반면, 금융노조, 공공노련 등은 상대적으로 참석률이 떨어졌다. 양 조직의 불참 인원이 80명이었고, 양 후보의 표차는 52표였다.

한국노총, 제1노총 탈환 가능할까?

약 2주 간의 뜨거운 선거 운동을 펼치며 힘겨운 승리를 얻었지만 제 27대 한국노총 위원장이 가야 할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김동명 당선인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는 선거 운동 중에 끊임없이 외쳤던 ‘제1노총’ 지위 회복이다. 선거인들도 차기 집행부에 바라는 점 중 첫 번째로 1노총 지위 회복을 꼽았다.

김동명 당선인은 마지막 연설에서 “제1노총 지위를 잃은 것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노동조합이 한국노총에 찾지 않는 것은 한국노총이 타협에만 매달리며 현장을 무시하는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직확대사업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참여와혁신>과 진행한 후보자 인터뷰에서는 “한국노총 사무총국에 조직화 담당 간부를 충분히 배치하고 조직화 사업 전담 활동가 50명을 한국노총이 직접 채용하겠다”며 “중앙에서 직접 관리하고 일일보고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누구나 쉽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전국단위 한국노총 일반노조’를 만들겠다”며 “‘노조설립’이 아닌 ‘노조가입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한국노총 관계, 재편되나

한국노총 27대 집행부 임기 중 가까이에는 총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번의 큰 선거를 치르게 된다. 한국노총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했으나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노동계에서 노동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동명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한국노총은 문재인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고, 더불어민주당을 만든 주체로서 더불어민주당 내의 위상정립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약속이행 여부, 의지, 수용 가능성, 이행 일정 등을 강력하고 단호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노동을 들러리로 활용해서 안 된다”며 “더 이상 민원인이 아닌 사회의 정당한 주체이자 파트너로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직무급 도입 시도를 중단하고 노동이 배제된 광주형일자리 멈춰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새로운 노사정 관계 정립을 위해 ▲모든 정부 부처와 노정협의체 설치 ▲지역노사민정협의회 현실화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을 위한 산업강화방안 등을 제시했다. 당선 직후 기자들과 대화에서 향후 총선 방침에 대해서는 “2월 말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들과 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며 “투쟁과 협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소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동명 집행부 출범 이후 기존의 정부여당은 물론 정치권 전반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동명 당선인은 '시혜나 존중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의 노동'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책협의의 파트너였던 정부여당이 어떤 피드백을 보여줄 지가 향후 노정관계를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새롭게 닻을 올리는 김동명 지도부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2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환희는 잠시, 산적한 현안을 마주한 김동명호가 어떤 항해를 하게 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