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미뤄진 약속에 서울로 올라온 여수 노동자들
20년간 미뤄진 약속에 서울로 올라온 여수 노동자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1.22 20:53
  • 수정 2020.01.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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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성과급지급규정 마련하겠다던 약속 이행 하라”
에스와이탱크터미널 “차등 성과급제도 받아들여라”
상경투쟁 중인 김성호 에스와이탱크터미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상경투쟁 중인 김성호 에스와이탱크터미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여수 노동자들이 ‘20년 전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서울 강남역 에스와이탱크터미널(주)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에 나섰다. 화섬식품노조 에스와이탱크터미널 공동투쟁본부(에스와이탱크터미널여수지회와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 이하 공투본)는 22일 기준, 79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에스와이탱크터미널여수지회(위원장 김성호, 이하 여수지회)는 2000년 기업별노조로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3월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관리직으로 구성된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이하 터미널지회)는 연봉제로 인한 현장직군과의 차별을 철폐하고자 2017년 11월 설립됐다. 이들은 공투본을 꾸려 명확한 성과급 지급 규정 마련과 관리직군의 호봉제 전환을 위해 회사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

노조, 노동자 기여에 부합하는 제도 요구

여수지회가 요구하는 성과급지급규정은 20년 전 체결한 단체협약에 근거한다. 단협에 따르면 ‘회사는 연간 경영실적을 감안하여 성과급을 지급한다. 지급기준 및 지급일은 성과급 지급 규정에 의한다’고 적시해있다.

하지만 지회는 “회사가 교섭 때마다 차일피일 성과급 지급 규정 마련을 미뤄온 게 어느덧 20년”이라며 “조합원들은 기준도 없이 회사가 책정하는 성과급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년도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배당금에 비해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성과급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2019년 초에 77억 7,000만 원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했다. 이 금액은 2018년 영업이익인 77억여 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반면, 회사가 전 직원에게 제시한 성과급은 합쳐서 1억여 원으로 알려졌다. 공투본이 파업을 결심한 계기도 경영실적과 성과급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관리직군의 호봉제 복귀를 주장하는 이유로 박영석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 사무장은 “현장과 임금 격차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회사가 2014년에 관리직 임금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꿨지만, 오히려 임금격차가 평균 6%p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투본은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박영석 사무장은 “학자금 지원 등 직원 일부만 혜택을 받는 복지제도가 노동자 간 차별을 만들고 있다”며 “노동자가 자기 형편에 맞게 복지를 선택하는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를 도입해야 차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등 성과급제는 20년 기다린 이유 아니다”

지회가 말하는 ‘약속 불이행’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달랐다. 최완병 에스와이탱크터미널(주) 대표이사는 “20년간 성과급 지급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건 지회가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었겠냐”며 “지금까지 미뤄온 성과급 지급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동자 성과에 따른 ‘차등 성과급'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관리직과 기술직의 성과를 어떻게 산정 할 수 있는지 물어본 기자 질문에 “회사에서 기준을 만들 수도 있고, 추후 노사 간 협의로 만들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성호 에스와이탱크터미널여수지회 위원장은 “지회는 회사가 약속을 지킬 거라 믿었기 때문에 기다려온 것”이라며 “차등 성과급은 개인의 성과를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성호 위원장은 “투쟁에 임하는 조합원의 의지가 강하다”며 “우리 요구는 단체협약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다. 이 기회에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