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정' 인정범위 확대 ... 주52시간 상한제 '흔들'
'특별한 사정' 인정범위 확대 ... 주52시간 상한제 '흔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1.31 13:54
  • 수정 2020.01.3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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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방침에 노동계, 시행규칙 취소 소송 등 예고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주요 내용. ⓒ 고용노동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주요 내용.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노동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주52시간을 초과해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는 ‘특별한 사정’을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로만 한정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 시행 정착을 위한 잠정적 보완 대책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 또는 예방을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 발생 수습을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 폭증 및 단기간 내 미처리 시 사업에 중대한 지장·손해 발생 ▲고용노동부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으로 확대했다.

다만, 노동자 건강 보호 조치로 ▲연장근로 후 11시간 연속 휴식 ▲특별연장근로 시간에 상당하는 연속 휴식 부여 ▲특별연장근로 시간 1주 8시간 이내 등을 마련했다.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 지연에 따른 잠정적 조치인 만큼 탄력근로제 등 제도개선 법안 통과가 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올해 말까지 제도를 운영한 후 효과 및 현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제도 개선 또는 운영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주 52시간제도 취지 무너뜨리는 것”

반면 노동계는 고용노동부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시행에 대해 주 52시간제도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은 “근로시간을 법률로 규정하는 게 원칙인데 시행령도 아닌 시행규칙으로 규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인가사유를 광범위하게 확대해 그동안 정부가 말했던 52시간 원칙 자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가사유 중 하나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의 경우는 군사정권 시절의 발상으로 느껴진다”며 “국가경쟁력 강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도 없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가 오래 일해도 된다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갑작스러운 업무의 증가나 매출의 증가 등은 사실상 경기 변동에 따른 일상적인 경영상의 사유인데 이를 장시간 근로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해놨다”며 “더 이상 특별연장근로제도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이미 노동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노동시간 단축 제도가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개선 관련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 대한 취소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들을 모집하기 위한 공개소송인 모집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