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바이러스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바이러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2.01 10:13
  • 수정 2020.02.01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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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아산진천 #대한항공 #라이더

2020년 새해를 맞이한 지 벌써 한 달이 흘렀습니다. 1월 마지막 주에도 언박싱은 준비됐는데요. 언박싱(unboxing)은 말 그대로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죠.

그럼 이번 주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바로 '바이러스'입니다. 힌트만 보고도 벌써 어떤 내용일지 감 잡으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부터 '바이러스'로 묶은 기사 상자를 열어보겠습니다.

이 주의 키워드 :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병원체입니다. 특히 바이러스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서 증식하기 때문에 세포 자체를 죽이지 않는 한, 약을 쓰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변종이 많아 백신 개발도 쉽지 않죠. 중국 우한에서 발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1만 명에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확진자가 하나둘 발생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도 신종 코로나가 주요 이슈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1월 29일] [1보] ‘우한 전세기’ 격리되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대책회의 돌입
[1월 29일] [종합] 우한 교민, 아산·진천에 격리 확정 … 생활관 폐쇄할 듯

정부는 신종 코로나가 발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교민과 유학생을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하기로 29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대책회의에 경찰인재개발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빠져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신쌍수, 이하 노조)은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격리 수용될 교민과 유학생과 간접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큰 만큼 조합원도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가 공무원으로서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안전 대책 마련 과정에서 노동조합도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였죠.

이날 대책회의 결과는 우한 지역에서 귀국하는 교민과 유학생이 격리되는 생활관 건물 폐쇄였습니다. 생활관이 폐쇄되면 지역 주민은 물론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역시 우한 교민, 유학생과 접촉이 차단됩니다. 간접 접촉 우려가 있는 폐기물은 전문가가 처리하게 됐고요. 대책회의에는 못 들어간 경찰인재개발원 노동자들도 어느 정도 불안감을 해소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1월 29일] 배민 노조 "中 밀집지역 배달 금지" 요구했다 혼쭐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중국인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속한 노동조합이 28일 사측에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의민족지회는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 측에 공문을 발송했는데요. 이들은 "우한폐렴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을 접촉할 수밖에 없는 배달노동자의 특성에 따라 불안감과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라이더들에게 ①안전 마스크 지급과 ②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및 중국인 밀집지역(유명관광지, 거주지역, 방문지역 등)에 배달(업무) 금지 또는 위험수당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공문에 "중국인 밀집지역"이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노동조합이 혐오정서에 기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공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배달노동자들은 불안감에 떨며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 중국인 거주자가 많은 대림동뿐 아니라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근처  배달을 주저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공문에 외국인 이주자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을 거르지 못하고 적게 된 겁니다.

물론 혐오표현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라이더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배달, 판매, 설치, 수리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가 아직 없다 보니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서비스 질을 핑계로 마스크 배포는커녕 착용마저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서비스 노동자의 감염 예방은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 조치이기도 한 만큼 사업주와 정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되겠습니다.

[1월 29일] ‘우한 전세기’ 타는 대한항공노조, “노조가 할 일 했을 뿐”

한편 신종 코로나 공포 속에 노동조합의 미담도 들려왔습니다. 정부가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과 유학생을 데려오기로 한 대한항공 전세기에 노동조합 간부들이 탑승을 자원한 겁니다. 객실 승무원이 탑승을 꺼려 자칫 전세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베테랑 간부들이 먼저 나선 거죠.

한국노총 연합노련 대한항공노동조합(위원장 최대영) 관계자는 "전세기 수송이 결정되고 회사에서 몇몇 승무원에 탑승 제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소식을 접하고 노조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해 자원하게 됐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우려가 컸을 텐데도 선뜻 자원한 객실 승무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와 대의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고요.

이들은 우한에서 교민과 유학생들을 전세기에 태우고 31일 오전 무사히 귀국했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가 심각해지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노동자에게도 예외는 아니겠죠. 이들은 공포 속에서도 일터의 주체로서 신종 코로나 안전 대책 마련 과정에 직접 참여를 요구하고 사측에 마스크 지급 등 보호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우한행 전세기에 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당분간 두려움은 계속 고개를 들겠지만 이번 주에 보여준 모습처럼 노동자들은 제 목소리를 내면서 바이러스 공포에 맞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