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새 지도부 ‘김동명호’ 출발하다
한국노총 새 지도부 ‘김동명호’ 출발하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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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 접전 끝 선거 승리
제 27대 집행부가 이끌어갈 한국노총의 미래

[리포트] 한국노총 임원선거

2020년 시작을 뜨겁게 달군 노동계 이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의 임원선거였다. 한국노총의 새로운 얼굴은 누구일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1월 2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7대 집행부 선출을 위한 한국노총 정기선거인대회가 열렸다.

3,336명의 선거인 중 3,128명이 참석해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단 52표차. 기호 2번 김동명-이동호 후보조는 1,580표를 얻어 한국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당선됐다. 치열했던 현장과 함께 김동명 위원장이 한국노총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참여와혁신>에서 선거 기간 중 진행한 후보자 인터뷰를 재구성해 살펴봤다.

승리는 김동명에게

선거 기간 중 두 후보조가 강조한 것은 ‘현장’이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보다 더 긴밀하게 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는 것이었다. 투표를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연설에서도 ‘현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명-이동호 후보조는 “현장과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100만 조직의 힘을 모으고 2,000만 노동자와 함께 더 큰 힘으로 한국노총의 자존심과 노동자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김만재-허권 후보조 역시 “1년에 10만 킬로를 달리며 현장과 함께 고민을 쌓아왔다”며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과 함께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후보자들의 연호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연설에서 지지자들이 연신 이름을 외치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현장에서 투표를 결정하려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마지막 외침이었다.

테이블 몇 개를 이어붙인 넓은 책상 위에 투표함 속에 있던 종이들이 쏟아졌다. 개표를 하는 사람들은 표 하나하나를 손에 모았다. 각 후보 참관인들은 긴장하며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개표 시간이 30분 정도 이어졌지만 쉽사리 승리를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무대 앞에는 보다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 숨죽이고 지켜보는 선거인들이 늘어났다.

개표가 다 끝나고 나서야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팔을 번쩍 들고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김동명”, “이동호”를 외쳤다. 개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참관인들이 확신할 수 없었던 건 그만큼 득표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580표와 1,528표. 단 52표가 승부를 갈랐다.

김동명 위원장은 당선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큰 표 차로 이긴 거라고 생각한다”며 “선거인들이 현장과 소통을 잘할 사람으로 뽑아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리 그려보는
김동명 위원장의 한국노총

임원선거를 10여 일 앞둔 1월 10일 김동명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노총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선거 기간 중에도 현장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단순히 조합원의 참여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장 의견이 왜곡되지 않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중요하다”며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연 2회 정도 전국 순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하고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무총국 운영 구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무총국을 개혁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이들과 소통하겠다”며 “사무총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총국 간부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27대 집행부에게는 주어진 과제가 많다. 먼저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서 처음으로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한국노총 조합원 수를 앞섰다. 선거 기간 중에도 김동명 위원장은 ‘제1노총’ 지위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조직 확대 사업’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조직 확대의 핵심은 인력 및 재정의 집중과 조직화를 위한 틀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노총 사무총국에 조직화 담당 간부를 충분히 배치하고 조직화 사업을 전담할 활동가 50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위원장의 주요 공약에서도 ‘50인 활동가 채용’이 담겨 있다. 활동가를 전국 시도본부와 지역지부에 파견해 한국노총 중앙에서 직접 관리하고 일일보고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국 52개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매주 월요일 전철역, 공단, 배달밀집지역 등 노동자 출근경로에서 아침 선전전을 실시하겠다”며 “모든 상급조직에 현재 한국노총 조합원 수 현황판을 설치해 제1노총 지위회복을 위한 조직화 사업에 대해 경각심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50인 활동가 채용’과 함께 내세운 공약은 ‘전국단위 한국노총 일반노조 설립’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조직화 사업은 노조를 설립하도록 하는 방식이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제는 ‘노조설립’보다 ‘노조가입 방식’으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의 대정부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노동정책이 후퇴했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7대 집행부는 임기 중 가깝게는 총선을 비롯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김동명 위원장은 “노동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 ▲조속한 ILO 기본협약 비준 ▲노조법 개정 ▲노동이사제 도입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을 이용만 할 뿐 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책협약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재검토에 착수해 정책협약 실현여부와 정부의 실현의지를 중점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오는 2월 말 예정된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새로운 정치방침에 대해 원점 검토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집행부에서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맺었던 정책협약을 파기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책연대를 ‘맺거나 파기하거나’ 식의 관점에서 보고 싶지 않다”며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 상시적으로 만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노총 재도약을 꿈꾸며

승리가 확실시되자 김동명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은 선의의 경쟁을 펼친 김만재-허권 후보조를 찾아 위로를 전했다. 잠실실내체육관은 “김동명! 이동호!”를 외치는 소리로 쩌렁쩌렁했다.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무대 위에 선 김동명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은 손을 잡고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현장과 함께 원칙을 지키고 현장과 함께 소통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당선으로 이끌어줬다”며 “강한 한국노총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에 열화와 같은 지지로 보답해줘 감사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한국노총의 위기는 노동의 위기이자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노동은 우리사회의 정체성이며 노동과정은 우리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과 노동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민원과 청탁의 노동이 아닌 당당한 주체이자 정책협약의 파트너로서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찾고 키울지를 고민하겠다고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은 파트너이자 더불어민주당을 만든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위상을 새로이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에 약속이행 여부, 의지, 수용 가능성, 이행일정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 ▲사회적 대화 활성화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을 위한 산업강화방안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선거가 마무리된 직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의 투쟁 현장으로 향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을 만나 김동명 위원장은 “사안을 잘 파악해 기업은행지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이동호 당선인의 임기는 1월 28일부터 시작하며 오는 2월 말 열리는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