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새로운 10년을 향한 첫 걸음을 떼다
사무금융노조 새로운 10년을 향한 첫 걸음을 떼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2.08 05:08
  • 수정 2020.02.08 0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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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기본부터 다시 만들어갈 것

[인터뷰]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 12월 1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의 새로운 3년을 이끌 임원선거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5일부터 12월 16일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치열한 선거운동 기간을 보내고 12월 17일부터 12월 19일까지 모바일투표(부재자투표 포함)를 진행했다.

사무금융노조 재적 조합원 3만 7,146명 중 2만 3,005명(투표율 60.01%)이 선거에 참여해 기호 1번 이재진 후보조가 1만 1,808표(51.33%)를 얻어 기호 2번 이경 후보조(1만 1,178표, 48.59%)를 누르고 당선됐다.

2020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나 앞으로 만들어나갈 사무금융노조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사무금융노조 첫 경선, 4대 집행부 출발하다

첫 경선 결과는 치열했다. 51.33% vs 48.59%. 득표 수도 600여 표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단독선거로 집행부를 선출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첫 경선이었다. 그래서인지 한 달이라는 긴 선거운동 기간이었음에도 두 후보조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움직였다. 기표소 투표로 진행된 부재자 투표 외에 본 투표는 모바일로 진행됐기 때문에 투표 결과는 12월 19일 오후 6시가 투표가 끝나고 2시간 정도 지난 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첫 경선이다 보니 나름대로 치열했다”며 “630표 차이로 당선되다 보니 짜릿하면서도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왜 출마했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봤다”며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상당히 무겁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무금융노조가 산별이라고 해도 현장 조합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전전을 하면서 전국을 돌고 조합원을 만나는 과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하나로 뭉쳐서 함께 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서 소통하고 부족한 부분들은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이경 후보조에 대해서는 “젊은 후보로 구성됐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참신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번 집행부가 벤치마킹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를 진행하면서 ‘현장 중심’을 강조했다. 모든 조합원을 만나는 게 어렵지만, 지부 간부들, 분회장까지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투표를 통해 사무금융노조는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부위원장 1명 ▲사무처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4대 집행부 구성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는 2월 6일 사무금융노조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공석인 부위원장 2명을 추가로 뽑는다. 부위원장 선거는 전 조합원 투표가 아닌 간선으로 선출된다.

이 위원장은 “현재 구성된 4대 집행부는 증권업종 2명, 손해보험업종 2명이다. 부위원장 선거는 개인의 의사로 출마하는 것이지만 전체적인 업종을 두루 아우를 수 있도록 선출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위원장이 임명할 수 있는 상설위원회와 특별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모든 업종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새 단장 시작하는 사무금융노조

1월 2일 전태일 다리에서 2020 사무금융노조·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연맹) 시무식을 시작한 이재진 집행부는 임원·사무처와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난 집행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의 3년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 시간 토론을 진행하며 사무금융노조가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한 방향을 논의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모든 사업이 집행부에서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워크숍 이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사업계획소위원회와 제도개선소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집행부와 사무처, 업종별 대표자들이 한 명씩 참여해 현장에 필요한 사업들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집행부 사업 중 조합원 가족 걷기대회는 매년 6,000~7,000명 참여할 정도로 큰 사업이지만 그동안 서울에만 집중해서 진행해왔다. 이제는 지방까지 확대하는 식으로 조합원들과 접촉면을 넓혀보고자 한다”며 “우분투재단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출범한 만큼 사무금융노조 내 비정규직 문제와 미조직 문제 등을 재단과 연계해 활동가를 지원하거나 조직화하지 못하고 있는 콜센터 등에 조직화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지난해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현장 조합원을 만났다.
이재진 위원장은 지난해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현장 조합원을 만났다.

사무금융노조는 노동조합의 새로운 주체인 청년 노동자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안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젊은 조합원들에 대한 부분은 정말 고민이 많다”면서도 “조직강화위원회를 통해 중간 간부들을 더 양성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간담회를 개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권에 취업하고자 하는 예비 청년 조합원을 위해 입사한 이들이 멘토링을 지원하는 등 청년 실업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금융권의 경우, 성비가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여성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것도 사무금융노조가 안고 있는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이 위원장은 “금융권 내 여성 비율은 높지만, 부서장이나 임원 등 간부 비율은 낮은 현실”이라며 “그동안 사무금융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많은 것들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방법을 만들어가고, 사무금융노조 내 여성위원회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방향을 잡아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변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어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많다. 사무금융노조는 기술 변화에 대응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제2금융권의 경우 비대면계좌개설 등이 생겨나면서 지점 통폐합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용안정 협약을 통해 신기술 도입에 대비해 고용을 보장하거나 전환배치를 한정하는 사업장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올해는 업종별 교섭을 성사해 고용에 대한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단체협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해 5월 7일 ‘핀테크 산업 확대와 사회적 대응 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기술 변화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이 금융권이라고 하지만 뚜렷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 사무금융노조는 올해도 기술 변화에 대한 부분을 연구하고 고용안정 방안까지 논의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업종별 교섭’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세웠다. “교섭과 단체협약을 체결했을 때 노동조합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사무금융노조는 보험, 증권 등이 망라돼있기 때문에 전체를 묶어서 산별교섭을 진행하기는 어렵지만, 업종별 교섭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의제를 던지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단체협약에서 공통적인 것들을 업종별로 논의하는 방식을 만들어볼 계획”이라며 “사용자들을 교섭 테이블에 끌어오는 게 쉽지 않겠지만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권 노동조합의 한 축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사무금융노조와 같은 날 투표를 통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그동안 카드수수료나 금융정책 등 공통 이슈를 가지고 함께 한 만큼 연대 방안에 대한 계획도 물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금융지주회사별로 KB노협, 신한노협 등을 구성해 활동해왔지만, 생각보다 잘 안 됐다고 본다”며 “은행 같은 경우는 지주 회장과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무금융노조 산하 사업장들은 떨어져 있다 보니 지주사들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서 “금융노조와는 노동자적 관점에서 함께 손을 잡고 금융지주공동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는 개별 노협 단위로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금융지주회사를 끌어 모아 판 자체를 바꾸고 지주회사법 개정 등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3년을 발판으로 대산별노조 완성 의지

오는 2월 11일 사무금융연맹의 임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산별노조 완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이번 선거에도 출마하겠다는 뜻을 당당하게 밝혔다.

이재진 위원장은 “김현정 위원장은 약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사무금융노조와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을 공동으로 맡아왔는데 무언가를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며 “이번에는 임기가 겹치는 만큼 사무실과 사무처를 통합하고 사업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산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전환 조직들에 대해서는 “사무금융노조와 사무금융연맹이 지난 3년간 갈등하면서 발생한 소통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본다”며 “최대한 미전환 조직들을 만나서 소통하며 이야기를 듣고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원하면서 신뢰와 믿음을 회복한다면 대산별노조를 완성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재진 위원장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며 “지금은 노동조합의 기본 골간들이 많이 무너진 모습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3년이라는 시간이 길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라며 “3년의 임기가 아니라 사무금융노조의 새로운 10년을 만든다는 각오로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는 ‘덕업일신 망라사방’이라는 뜻으로 긴 왕조를 이어갔다”며 “매일매일 새롭게 가다듬어 사방으로 그 뜻을 실천한다는 정신을 이어받아 사무금융노조도 새로운 노력이 사방에 망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무금융노조의 대산별노조 완성과 더 단단한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만큼, 그의 3년의 임기가 꽉 찬 성과로 많은 조합원에게 기억에 남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