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세대교체’를 위한 첫 발
금융노조, ‘세대교체’를 위한 첫 발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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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뷰]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2019년 1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19년 만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당시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으로서 조합원 9,000여 명이 모인 총파업의 선두에 서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핵심쟁점이었던 페이밴드(호봉상한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연장, 저임금직군 경력 추가인정,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여 노사 합의 성과를 일궈냈다. 그는 같은 해 12월에 있었던 제26대 금융노조 임원선거에 ‘세대교체’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졌고, 총 투표자 수 7만 4,740명 중 4만 7,611표(63.7%)를 얻어 26대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을 만나봤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인ⓒ 이현석 175studio@gmail.com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인ⓒ 이현석 175studio@gmail.com

금융노조 제26대 위원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이번 선거 어떠셨는지?

당선돼 기쁜 것도 사실이지만, 득표 차가 많이 난 만큼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셔서 부담감도 큰 게 사실이다. 우선 지지해주신 조합원들과 간부님들께 감사드린다.

이전 금융노조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늘 등장하던 선거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양측에서 징계나 이의제기 없이 끝나서 비교적 깨끗한 정책 선거였다. 과거에는 주로 각 지부 대표자나 간부들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거나 출근하는 조합원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정도의 선거 운동이었다면, 이번에는 조합원들과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기회를 갖고, 근무 중인 사무실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점에서 다들 이번 선거가 달랐다고들 평가하는 것 같다.

선거운동 중에 응원해주시거나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껌을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농협 같은 경우, 유통업종도 함께 들어와 있어서 하나로마트를 방문해서 인사드렸던 게 유독 기억에 남는다.

러닝메이트인 김동수 수석부위원장 당선인, 박한진 사무총장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김동수 수석부위원장은 정말 강직하고 용장형 리더다. 투쟁에서도 물러서는 법이 없고, 투쟁현장에서의 연설도 잘 한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서, 앞으로 금융노조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박한진 사무총장은 2010년도에 사실상 활동이 없었던 국노협(국책금융기관노동조합협의회)의 부활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과거 기업은행지부에서 부장, 국장을 거쳐 부위원장직을 수행하다가 출마한 건데, 일 욕심이 많고 업무 추진력과 업무 능력이 뛰어난 분이다.

6가지 대표 공약을 내세웠는데, 최우선으로 진행할 공약은?

직무성과급제 폐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아직 완전히 정부가 발톱을 드러내고 밀어붙이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나 사용자 측 도발이 있다고 하면 언제든지 과거 성과연봉제 못지않게 강력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다. 나머지 5가지(과당경쟁 중단, 저임금직군 차별 해소, 육아휴직 개선, 노사정협의체를 통한 지역은행 발전, 국책은행 자율성 확보)의 경우는, 당장 2020년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함께 있는 해이기 때문에 안건으로 내세워 교섭을 해나갈 예정이다.

26대 금융노조 임원선거 출마 당시 선거포스터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선거관리위원회
26대 금융노조 임원선거 출마 당시 선거포스터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선거관리위원회

‘내 삶을 바꾸는 힘, 젊은 도전·강한 금노!’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슬로건 이행을 위한 집행부의 조직 전략은 어떻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지만, 우선 금융노조의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 조직력이라고 하면 물론 규모도 그렇지만, 단단한 조직이라는 측면도 있어서 현장까지 직접 금융노조 집행부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는 활동에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이를 위해 먼저 홍보수단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존 집행부에서도 동영상 홍보물, 홈페이지 개편 등을 진행해왔는데, 이보다 조합원들에게 직접 닿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채널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과거 조합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은 사실상 여러 제약들이 많았다. 과거 진행됐다가 중단됐던 거북이 마라톤 대회 등을 부활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조직 확대 관련해서는 단계를 밟아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금융노조의 신규조직 가입 기준이 기존의 규정상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한 기준 재정립을 우선으로 할 생각이다. 사실상 자회사 형태의 금융지주 산하 회사들이 있고, 이 회사들에는 노조 결성이 되어있지 않거나 기업별 노조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조직 사업장 같은 경우에는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기업별 노동조합의 금융노조 가입 독려 방안을 추진할 생각이다. 또한 은행의 지점장처럼 사용자성이 있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힘든 경우도 꽤 있다. 이런 부분도 차근차근 대표자들과의 많은 소통을 통해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고, 궁극적으로는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금융노조의 우산 속에 들어올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대한민국 노동조합의 출발이 기업별 노동조합이고, 지금도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가 워낙 강한 구조이기 때문에, 산별노동조합 체제가 유럽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상황은 아니다.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정체되어 있으면 발전이 없기 때문에, 여러 활동을 통해 한계점을 극복해 나가겠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금융권에는 업무자동화 등 많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이는 사실 지난해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이하 일자리위원회)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오던 주제 중 한 가지였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저희가 <일자리 창출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집중포럼>을 개최했고, 후속작업으로 일자리위원회 내 금융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선진국의 디지털 기술을 따라하는 것에만 역점을 뒀던 사용자들도 지난번 포럼과 같이 대화의 틀을 마련하여 정기적으로 노·사·정 함께 머리를 맞대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독일의 노동 4.0과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이며, 이로써 저희가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유지 방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젊은 층의 경우 IT직무와 관련된 인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사용자가 관심을 가지고 직무전환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나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금융노조 산하 소규모 지부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지부들 같은 경우, 그 업종의 평균적 근로조건이나 임금수준 때문에 열악한 경우가 있다. 대부분 노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금융지주회사들이 몇 명 되지 않는 계열사들의 경영관리를 명목으로 내세워 노사관계까지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금융지주회사법이 생긴 이후, 오랫동안 금융지주회사들에 사용자성을 부여하여 직접 노동조합과 교섭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져왔고, 이에 따른 법 제도 개정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근거하여 사용자성을 부여하게 되면 근로조건 개선도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금융안전’과 같이 은행 업무를 실질적으로 돕고 있는 지부의 경우에는 지난번 국회 토론회에서 논의된 것처럼 표준용역비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저가입찰제의 피해를 타개해나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홍배 위원장 당선인은 지난 12월 선거운동 당시 현장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홍배 위원장 당선인은 지난 12월 선거운동 당시 현장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과 금융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정치권과의 협력은 어떻게 고민하고 있나?

노동정책은 후퇴하고, 금융정책은 전문가가 없다는 대중의 평가에 전반적으로 공감한다. 현재 기업은행 낙하산 행장 임명 문제를 포함해서 2017년 5월에 체결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금융노조의 정책협약 내용, 금산분리 원칙 문제 등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않는 정부에 대해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이에 4.15 총선과 관련하여 대표자들과 대화를 통해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현재 금융노조는 1인 1당적 갖기 캠페인을 이행하고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때에 맞춰 정치세력화를 완성시킬 예정이다. 총선 전략이나 정치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대표자회의를 통한 의견수렴이 된 이후에 결정할 사항이라고 본다. 친노동 후보의 당선을 위해 활동하고 조합원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건 이전에도 해왔던 활동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방향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3년의 임기 중 가장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

6대 공약 중에서도 육아휴직 관련 사안은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의 삶을 질을 높일 수 있는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집행부의 공약 이행으로 조합원들 삶의 변화가 피부에 와 닿아서, ‘내가 금융노조 조합원으로서 자랑스럽다, 금융노조를 통해 내 삶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