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민주화 ‘갈등’ 가락항운노조 … 결국 해산 결정
노조 민주화 ‘갈등’ 가락항운노조 … 결국 해산 결정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2.11 17:09
  • 수정 2020.02.14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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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민주화 대책위서 ‘직선제’ 요구 … 집행부는 임시대대에서 노조 해산 결정
희망 조합원에 한해 서경항운노조로 가입 … 청산 절차는 15일부터
가락항운노동조합 사수 대책위원회가 10일 오전 가락시장에서 '노조합병 대의원대회 즉각 철회, 직선제 쟁취, 민주화 완성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가락항운노동조합 사수 대책위원회
가락항운노동조합 사수 대책위원회가 10일 오전 가락시장에서 ‘노조합병 대의원대회 즉각 철회, 직선제 쟁취, 민주화 완성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가락항운노동조합 사수 대책위원회

가락항운노동조합 사수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노조합병 중단과 노조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가락항운노조 집행부가 1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조 해산을 결정했다. 청산 절차는 15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가락항운노조 조합원 약 450명 중 140명은 지난해 6월부터 ‘가락항운노조 민주화를 위한 모임(이하 민주화 모임)’을 결성해 오연준 위원장 퇴진 및 직선제를 요구해왔다. 

가락시장에는 한국노총 항운노련 산하 가락항운노조, 서경항운노조, 서울청과노조 총 3개의 청과물 하역노조가 있다. 이들 하역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인력 공급 사업을 하는데 하역업체가 인력을 요청하면 조합원을 편성해 현장으로 보낸다. 세 노조 중 가락항운노조는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인 동화청과와 중앙청과 배송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대책위는 “가락항운노조 위원장은 사실상 종신집권을 누려왔으며 노조와 고위 간부들은 현 위원장 또는 전 위원장의 친·인척들이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의원을 사실상 집행부가 지명해왔다”는 것이 대책위의 비판이다. 대책위는 이를 노조법 위반이라고 봤다. 노조법에 따르면 대의원은 조합원들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6개월 넘게 이어진 대책위의 활동으로 오연준 위원장이 3월 말까지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고 직선제 규약 개정을 하기로 1월 30일 대책위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4일 오연준 위원장은 ‘조합의 합병·분할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공고했다. 이에 대책위는 “오연준 지도부는 임시대대를 개최해 가락항운노조를 서경항운노조에 흡수시키는 노조 합병을 시도한다”며 “노조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노조 통합을 통해 현 지도부의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이유로 임시대대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10일 열기도 했다. 

대책위는 노조합병을 막기 위해 11일 오전부터 임시대대 장소에서 회의 진행을 저지했으나 집행부는 노조합병이 아닌 해산을 결정했다. 가락항운노조 관계자는 “가락항운노조를 서경항운노조 아래 지부 형태로 합병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노조 자체를 해산하고 희망하는 조합원들에 한해 서경항운노조로 가입하는 방향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가락항운노조 집행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30일 대책위와 오연준 위원장 간 합의 이후로 중앙청과분회에서는 서경항운노조에 가입원서를 내기 시작했고 140여 명의 대책위가 대부분 동화청과분회 소속인 상황에서 집행부는 노조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해산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당초 가락항운노조와 합병할 대상으로 거론됐던 서경항운노조 관계자는 “현재 중앙청과분회 조합원 중 170명 정도가 가입원서를 냈다”며 “가락시장에서는 도매법인이 노조 조합원 대신 용역을 쓰겠다고 하면 조합원은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가락항운노조 조합원들이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