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코리아노조 파업 58일차, “꼭 승리할 것”
듀폰코리아노조 파업 58일차, “꼭 승리할 것”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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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임단협 아직도 체결 못 해 ... '불공정한 성과평가제도' 폐지 주장
전면 파업 두 달에도 교섭 진전 없어 "처음과 그대로인 회사"

[인터뷰] 정철웅 화학노련 듀폰코리아노동조합 위원장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정철웅 위원장의 얼굴은 전보다 많이 푸석했다. 정철웅 위원장은 2020년에도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두고 회사와 대치 하고 있다. 듀폰코리아노동조합은 2월 10일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듀폰코리아 본사 앞에 천막을 꾸렸다. 천막농성은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2018년 7월 15일 듀폰코리아 울산 공장 노동자들은 회사의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성과평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교섭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듀폰코리아 노사는 2018년 8월 31일부터 현재까지 총 32차례나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12월 17일에는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오늘(13일)자로 58일째다. 하지만 정철웅 위원장은 “두 달이 넘어가는 파업에도 회사의 입장은 처음과 똑같다”며 한탄했다. 유독 ‘서글프다’는 말을 많이 한 그에게 지난 2년여 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10일 오후 2시 듀폰코리아 본사 앞 천막농성장에서 진행했다.)

정철웅 듀폰코리아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저번(지난해 9월 상경투쟁)에 비해 얼굴이 많이 야윈 것 같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서다. 복귀할 수 있는 명분도 만들지 못했다. 식구(조합원)들도 다 나와 있고, 공장도 돌아가지 않는다.

전면파업에 나선 지가 벌써 두 달이 다 돼간다. 그동안 회사와 진전된 부분이 있나?

진전된 게 없다. 회사에서는 전혀 안을 내놓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안을 수정하라고만 요구하고 있다. 처음과 끝이 똑같은 회사다.

사실 2018년에 끝났어야 하는 임단협이 아닌가. 2년째에 접어들고 있는데, 교섭이 잘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회사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은 거라고 본다. 노조는 불평등한 인사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듀폰코리아는 연공서열제도가 아닌 성과평가제다. 중간관리자의 평가에 의해서 노동자의 성과급 및 복지에 관한 부분이 결정된다. 중간관리자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업무능력에 상관없이 평점이 올라간다. 반면, 일을 잘 하더라고 중간관리자의 미움을 산 사람은 아무리 잘해도 중간평가를 못 받는다.

사실 제조업은 직무가 동질적이다보니 성과평가제는 시행을 잘 안하지 않나

그래서 노조도 연공서열제로 가자고 주장한다. 연차에 맞게 기본급이 올라야 노동자 개인도 미래에 대해서 정확한 계획을 잡을 수 있다. 듀폰코리아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더욱이 현행 성과평가제도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취업규칙에는 성과평가제도 기준과 관련해 발설하는 일 자체를 위반으로 명시했다. 그래서 타임오프 논의를 하면서도 임금과 관련한 부분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타임오프를 많이 준다고 말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많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듀폰코리아에서 성과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는 성과평가의 기준은 인사-경영권에 속한다고 말한다. 회사의 고유한 인사경영권이니 노동자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 32차례 교섭을 진행하면서 회사는 한결같이 ‘인사경영은 회사의 권한이다’,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성과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것은 회사의 인사-경영권을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게 노동조합과 함께 풀어가자고 말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던 것을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그렇지만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관철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듀폰코리아 본사 앞 농성장의 모습.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지난 설날에 회사로부터 마이너스 월급 명세서를 받았다고 들었다. 회사에서 전산오류로 지급한 파업기간 임금을 다음 달 반납하라고 한 것이라고 하던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항이지만,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회사에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사실 그런 실수가 발생하면 미리 알려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닌가. 일언반구도 없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에 마이너스 월급명세서를 주는 건 도의적이지 않다고 본다. 가족들과 기쁘게 지내야 하는 명절에 마이너스 월급명세서를 받았다. 참 서글펐다.

가족들은 그래도 응원하고 지지해줬다. 노동조합의 주장이 ‘남들 10원 받으니 우리는 20원 달라’는 게 아니라 20~30년 동안 잘못됐던 관행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 부분을 가족들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것 같다. 큰 힘이 된다.

정철웅 위원장은 1993년 입사해 28년 간 듀폰코리아에서 근무를 한 것으로 안다. 그러다가 2018년 들어서 노조를 설립한 직접적인 계기가 있나?

28년 동안 근무 해오면 회사에 애정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애정과 실질적인 생활은 다르다. 가족들보다 회사의 직원들과 더 많이 얼굴을 보며 지냈다.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정이 들었지만 노동자를 대하는 회사의 대우는 점점 심해졌다. 기계 부품처럼 쓰다가 버리고 다른 부품 대체하듯이 노동자를 대했다. 참을 만큼 참다가 터진 거라고 본다.

특히 노동조합 설립 전에 직원 한 분에게 회사가 권고사직을 제시했다. 회사는 권고사직의 이유를 ‘수건돌리기를 하다가 네가 걸렸기 때문에 권고사직을 해야 해’라고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놨다. 그 직원은 4개월 동안 책상 하나 가지고 혼자 싸웠다. 지금은 조합원으로 함께 싸우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흔히 사람들은 외국계 기업하면 좋은 복지, 수평적 조직문화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외투기업들은 병풍 안과 밖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듀폰코리아도 울산에서 동종 업종 노동자들에게 좋은 회사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 내부 사정을 공유를 하면서 안과 겉은 정말 다르다는 걸 다들 이해했다. 실제로 공장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은폐하는 일이 빈번하다. 인사 고과를 빌미로 사고가 발생해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겉으로는 안전사고 제로인데, 안으로 들어와서 보면 동료 노동자들이 자꾸자꾸 망가져 간다. 입사 당시 설비를 그대로 돌리고 있다. 인원은 계속 줄어드는데 일은 똑같다. 그렇다 보니 위험은 커지고 안전은 뒤떨어지고 있다.

파업이 60일을 맞이 하는 시점에서 조합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노동조합은 꼭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면파업 60일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탈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노동조합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가고 있다. 이 싸움에서 저희들은 꼭 승리 할 수 있다. 조합원들에게 '이 대오는 흔들리지 않는다. 끝까지 함께 가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