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솜의 다솜] 톨게이트 투쟁과 '옳음'
[정다솜의 다솜] 톨게이트 투쟁과 '옳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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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사랑의 옛말. 자꾸 떠오르고 생각나는 사랑 같은 글을 쓰겠습니다.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2019년 7월 2일. 분명 보도자료를 읽었는데, 한글인데, 모르는 글자도 없는데, 무슨 소리인지 몰라 아득함에 깊이 빠지기···도 전에 시간 안에 기사를 써야 한다는 초조함으로 늘 좋던 입맛조차 잃은 초짜 기자였을 때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1,500명 집단해고 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째 되던 날이기도 하다.

도로공사의 자회사 형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해 6월 30일 집단해고 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이날 청와대와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2박3일 노숙농성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기자의 얼굴에서 '아득함'과 '초조함'이 사라질 때까지 상황을 설명해줬다. 사태의 본질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이전에 도로공사의 '불법 파견'에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날 첫 기사를 써낸 이후 톨게이트 투쟁은 200일을 지나 해를 넘겼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미 요금수납원들은 1·2심에서 '도로공사의 직원이 맞다'는 판단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예상과 다르게 이들은 청와대 앞 노숙농성,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 98일간 고공농성으로 여름을 지냈고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 안과 밖에서 가을을 보냈다. 그리고 광화문 세종로공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겨울을 났다. 그 사이 사이로는 일주일에 평균 한 번씩 열리는 기자회견, 오체투지, 대표자 단식 등이 이어졌다.

치열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여름, 가을, 겨울을 좇으며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우리가 옳다"였다. 이 외침을 들을 때마다 고유하다기보다 보편적인 구호라 여겼다.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인지 달리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두 번째 오체투지를 하던 이들을 마주했다. 3시간은 버텨주던 노트북 배터리가 1시간 만에 닳고 손은 얼어 타자 치기를 포기할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어버리고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가 땅에 바짝 닿도록 절하며 광장을 쉼 없이 도는 이들을 가만히 보게됐다. 그때 다시 '옳음'이 떠올랐다. 

사실 옳음을 주장하는 일은 피곤하고 귀찮다. 그래서 이들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포기해 이제. 뭐 그렇게 힘들게 살아." 

"너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이 대신하면 그때 일하러 들어가도 되는데, 뭐하러 나서?" 

그런데 소통은 서로 옳음을 적당히 인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껄끄러움을 직면하고 무엇이 더 옳음에 가까운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날 이들은 무엇보다 '내 일'이니까 껄끄러운 땅바닥에 몸을 던지며 옳음을 주장하고 온몸으로 소통했다.

두 달 뒤, 톨게이트 1차 투쟁은 마무리됐다. 누가 자신들의 주장에 얼마나 동의해주는지를 떠나 껄끄러움을 회피하지 않았던 이들의 모습은 일상을 살면서 때때로 떠올리게 되는 기억이다. 여전히 느린 소통을 번거롭다 여기고 적당히 타협해버리고 싶은 순간은 자주 찾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