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급식시스템에 ‘울며 겨자 먹기’식 업무 진행
엉터리 급식시스템에 ‘울며 겨자 먹기’식 업무 진행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2.21 19:15
  • 수정 2020.02.23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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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급식시스템, 영양교사·영양사에게 잘못된 영양정보 제공
교육부 ‘일단 도입하겠다’ 입장 고수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교육부의 사후약방문격 조치로 영양교사·영양사가 잘못된 전자급식시스템으로 새 학기 식단 계획 작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3월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나이스 신규급식 시스템’은 현재 ‘미완성 시스템’이다. 급식시스템이 제공하는 영양성분이 맞지 않고, 알레르기 정보 또한 정확하지 않다.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 계획에 참고할 수 있는 공통요리 700여 개의 정보도 없다. 영양교사·영양사가 식단 계획을 짜는 데 오히려 방해되는 실정이다. 해당 급식시스템은 교육부가 외부 업체에 의뢰해 만들었다.

학부모·교사·급식운동단체는 “식단 계획 작업은 2~3개월 전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3월 급식에 이미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엉터리 시스템으로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균형 있는 식단을 제공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단체에 따르면 일선 영양교사·영양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급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교육부가 작년 11월 20일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급식시스템 접근을 차단해서 할 수 없이 새로운 급식시스템으로 새 학기 식단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정명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양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영양교사·영양사들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전 급식 시스템에서 얻은 정보를 별도로 확인해서 식단표를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 작업량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로 급식식단을 짜야 한다는 도의적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영양교사·영양사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교육부를 비판했다.

단체는 문제를 알면서도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교육부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체가 2019년 4월부터 교육부에 새로운 급식시스템을 철회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교육부는 ‘우선 시행을 하면서 문제를 차차 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으로 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신규 급식 시스템의 오류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20일 시스템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해명했으나, ‘일단 도입 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원영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일선 영양교사들이 먼저 오류를 발견하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책임 주체인 교육부는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보완하지 않고, 문제를 지적하면 그때그때 오류를 하나씩 고치고 있다”며 “제도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계획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전형적인 ‘행정 참사’”라고 교육부의 대처 방식을 지적했다.

이원영 위원장은 이어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교육부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것 같다”며 “일단 이전 급식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급식시스템은 문제를 다 해결한 다음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와혁신>은 전교조와 급식운동단체 등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 부서에 연락을 했으나 담당자들이 자리를 비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2월 1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교육부 신규급식 시스템 강행 규탄 기자회견'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난 2월 1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교육부 신규급식 시스템 강행 규탄 기자회견' ⓒ 전국교직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