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반대에도 강제 부검 하려는 울산지검, 왜?
유족 반대에도 강제 부검 하려는 울산지검, 왜?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2.25 15:16
  • 수정 2020.02.25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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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21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
울산지검, “사인 명확하다”는 유족의 반발에도 부검 시도
2월 24일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고 김태균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금속노조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중 21미터 높이의 작업용 발판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유족들과 금속노조는 ‘추락사’라는 사망원인이 명확한데도 울산지검이 무리하게 부검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진오기업에서 목수로 일하던 고(故) 김태균 씨는 22일 2시경 현대중공업 2야드 동편 선행탑재(Pre-Erection, P.E) 작업장 풍력발전소 인근 LNG 트러스(작업용 발판) 작업장에서 3인 1조로 합판 조립 작업을 진행하다 21m 높이의 7단 발판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사인 명확하고 유족 반대하는데 왜 부검?

금속노조는 “울산지방검찰청이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를 강제 부검하려는 비상식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사인이 너무나 명백한 산재사망이며,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부검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김태균 씨는 22일 오후 2시 사고 발생 즉시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울산대병원은 오후 3시 경 ‘추락에 의한 외인사’로 사망진단을 내렸다. 고 김태균 씨의 유족들은 “회사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추락해 아버지가 사망했다. 부검은 필요하지 않다. 시신을 훼손하고 싶지도 않고 가족들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사인이 명확하고 유족이 반대를 표한 경우 부검을 실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울산지방검찰청 김태환 검사는 23일 부검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이에 따라 울산 동부경찰서는 24일 오전 7시와 25일 오전 9시 시신 인도를 시도했다.

박현진 울산지방법원 공보판사는 "23일 밤 9시 30분 경 부검영장이 접수됐다. 검사의 청구 사유는 '사고사인지 여부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였다"며, "보통 수사기관에서 부검을 신청하면 기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증거가 없어서 곤란을 겪는 것보다는 부검을 통해서 사인을 규명하는게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서 볼 때 외관상 의심할 부분이 없고 유족도 원하지 않으면 애시당초 접수조차 안 한다"고 설명했다.

산재 사망 은폐시키기 위한 부검?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실장은 “사인이 명백하다. 단순히 주장이 아니라 CCTV화면에 의해서도 발판을 밟고 걸어가다 빠진 걸 볼 수 있다”며, “어지럼증이 있었다거나 다른 개인적인 요인을 발견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사망진단서에서도 추락사가 명확하다.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 부검을 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김태환 검사는 유족에게 “사용자 측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기존에 어지럼증이 있고 다리를 다쳤거나 불편해서 추락한 것이지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 원래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증거를 준비해놔야 한다”며 부검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노조는 검찰의 부검 시도에 대해 “명백한 산재 사망을 은폐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2014년 4월 울산 경찰은 현대중공업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 정범식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자살로 둔갑시킨 적이 있다”며, “5년 4개월이 지난 2019년 8월 고등법원은 자살이 아닌 산재로 밝혔다. 사업주 감싸기 수사, 사망한 노동자 명예 훼손을 또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22일 사고 발생 직후 발행한 보고서에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안전관리체계 붕괴 ▲공기단축을 위한 동시작업 ▲강풍에도 작업 속개 ▲부실한 안전 관리 및 위험성 평가 등을 고 김태균 씨의 사망원인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