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언어강사들 "10년 일했는데 해고 통보"
다문화언어강사들 "10년 일했는데 해고 통보"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2.25 19:28
  • 수정 2020.03.04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없었던 다문화언어강사 해고사태 발생"
나유키마사에 일본 출신 10년 차 다문화언어강사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나유키 마사에 일본 출신 10년 차 다문화언어강사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나유키 마사에 씨는 일본 출신 10년 차 다문화언어강사다. 10년 동안 다문화학생의 학교적응, 언어교육, 수업통역, 학부모상담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이해수업, 세계시민교육, 방과후수업 등을 지원해왔다. 해마다 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정한 신분이지만 "차별 예방 교육을 할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하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보람을 느끼며 일해왔다. 일본에서 온 학생뿐 아니라 미국, 중국, 파키스탄, 태국 등 다양한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그런데 그는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일본어 언어권 강사를 원하는 학교가 없어 일을 할 수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 10년 만에 첫 "해고"였다. 

나유키 마사에 씨만 문자를 받은 건 아니었다. 서울시 다문화언어강사 80여 명 중 같은 문자를 받은 강사는 15명이다. 이후 24일에 추가로 6명이 더 배정되었으나 남은 9명은 여전히 갈 곳이 없으며 9명 중 7명은 다시 학교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으로 계약을 할 수 없게 된 다문화언어강사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지부장 조순옥, 이하 지부)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없었던 다문화언어강사의 해고사태가 오늘 발생했다. 편견과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문화언어강사가 해왔던 역할의 중요성은 누구나 느낄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역행하는 다문화교육을 바로잡고 다문화언어강사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배치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교육청이 이전에는 강사의 출신 국가와 동일한 언어권 학생이 없어도 배정해왔으나 올해부터는 동일한 언어권 학생 중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이 1명이라도 있어야 배정 가능하다며 일방적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다문화언어강사들은 올해부터 적용된 배치기준 자체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문화언어강사는 모국 출신 학생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부는 "다문화언어강사들은 다양한 출신 국가 학생들을 10년 넘게 지원해왔다"며 "한국 국적 학생을 포함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도 주된 역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가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문화언어강사가 겪는 겨울마다 반복되는 고용불안을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가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문화언어강사가 겪는 겨울마다 반복되는 고용불안을 멈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아울러 이들은 대신 이중언어강사로 취업을 돕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대책을 비판했다. 다문화언어강사는 주40시간 전일제이기에 퇴직금, 연차, 4대 보험 등 노동법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중언어강사는 1주일 노동이 15시간 미만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초단시간노동자'여서다. 

다문화언어강사 나유키 마사에 씨는 "교육청은 전일제가 아닌 주15시간 일하는 이중언어강사를 하라고 유도하고 있다"며 "다문화언어강사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이중언어강사는 싫다고 하면 우리가 이기적이라고 한다. 누가 이기적인가? 흐름에 따라 필요 없게 됐다고 10년 동안 일해온 사람을 이런 식으로 잘라도 되는 거냐"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배치기준이 아니라 상황이 바뀐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학교의 수요와 다문화언어강사 인원이 거의 일치해 최대한 조정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어나 베트남어는 오히려 강사가 부족하고 일본어와 몽골어는 희망하는 학교가 적다 보니 오랜 기간 다문화강사로 활동한 분들도 배치되지 못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다문화언어강사의 주업무는 해당 언어 다문화학생 지원이며 세계시민교육 등은 부수적인 업무"라며 "여러 학교에서 수업 가능한 이중언어강사로 활동을 원하면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문화언어강사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시교육청 안으로 들어가 고용안정 대책 마련 요구 등이 담긴 서한을 조희연 교육감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막혀 1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실랑이 끝에 담당 부서인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과장이 모습을 드러내 조순옥 지부장을 비롯한 다문화언어강사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이중언어강사로 일하며 두 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으나 지부는 "그런 상황이면 다문화언어강사가 두 개 학교를 묶어서 순회강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지부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이 내용을 고민해보기로 했으며 27일에 다시 면담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이윤희 공무직본부 본부장을 비롯한 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교육청 관계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기자회견을 마친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이윤희 공무직본부 본부장을 비롯한 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교육청 관계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조순옥 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지부장이 조희연 교육감에게 전달할 서한을 들고 서울시교육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조순옥 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지부장이 조희연 교육감에게 전달할 서한을 들고 서울시교육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공무직본부 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공무직본부 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한을 전달하겠다며 들어가는 공무직본부 조순옥 지부장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막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한을 전달하겠다며 들어가려는 공무직본부 조순옥 지부장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막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담당 부서인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가 나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담당 부서인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가 나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공무직본부 간 실랑이가 계속되자 경찰이 출동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공무직본부 간 실랑이가 계속되자 경찰이 출동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한 시간 정도 실랑이 끝에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과장이 나와 공무직본부와 면담하러 서울시교육청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한 시간 정도 실랑이 끝에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과장이 나와 공무직본부와 면담하러 서울시교육청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