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문중원 기수 농성장 강제 철거 ... 유족이 막았지만 역부족
故문중원 기수 농성장 강제 철거 ... 유족이 막았지만 역부족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2.27 11:18
  • 수정 2020.02.27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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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 코로나19 예방 위해 행정대집행.. 인명피해 책임에는 묵묵부답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단 이낙연 선거캠프 점거농성 돌입
농성장 철거 후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유인물, 故문중원 기수의 얼굴이 들어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농성장 철거 후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유인물, 故문중원 기수의 얼굴이 들어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27일 오전 故문중원 기수 농성장이 종로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다. 유족과 시민대책위 및 시민사회단체가 전날 밤부터 분향소에 모여 행정대집행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27일 오전 8시쯤 종로구청 건설관리과장이 행정대집행 영장을 읽었고, 50여 분 동안 시민대책위·노동조합·시민사회단체와 용역을 동원한 종로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대치한 끝에 물리력을 동원해 농성장을 철거했다.

대치와 철거 과정에서 유족과 시민들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농성장 안에는 유족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지만, 용역들은 밖에서 천막을 강하게 흔들고 천막 천을 칼과 가위로 찢었다. 철거 과정에서 인명피해 책임에 대해 현장 종로구청 관계자에게 질문했지만 위험하니 비키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종로구청이 철거한 故문중원 기수 농성장은 유가족과 故문중원기수시민대책위, 시민사회단체가 바로 앞 시신이 안치된 운구차와 분향소를 지키고 노숙농성을 하는 공간이었다.

철거 이후에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철거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현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단 8명이 이낙연 선거캠프에 들어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대집행 용역이 농성장 천막을 찢고 들어오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행정대집행 용역이 농성장 천막을 찢고 들어오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철거의 타당성을 묻는 질문에 “(법적) 타당성에 앞서 시신있는 분향소와 농성장을 이렇게 강제로 철거하는 일은 드물다”며 “유족과 협의하는 게 보통”이라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철거한다지만 행정대집행을 하러 용역이 오고 막기 위해 시민들이 오고 오히려 더 모이게 된 지금 상황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높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대집행은 원래대로라면 26일 오전 7시로 예정돼 있었고, 24일 종로구청이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한 바 있었다. 곧바로 시민대책위는 故문중원 기수의 죽음의 이유가 밝혀지고 마사회의 시비가 가려지기 전까지 추모와 투쟁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전달했다. 이에 25일 오전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예고된 26일 행정대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민대책위는 “문중원 열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자 처벌 등 해결이 될 때까지 행정대집행을 연기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절차상 또 영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관측은 맞아떨어졌다. 시민대책위는 “26일 종로구청 관계자가 분향소로 찾아와 27일 오전 7시 행정대집행 구두로 통보했다”며 “영장은 이미 효력이 없고 구두로 이야기한 것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대책위는 “왜 말을 바꿨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청와대가 철거하라는 입장이 강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종로구청이 27일 행정대집행 전 현장에서 읽은 행정대집행 영장에 따르면 “자진철거를 계고했지만 지정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아 철거 한다”고 농성장 철거 이유를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서울시민을 모두 자택 격리하는 대응책도 아니면서 대규모 집회 및 시위를 하는 곳도 아닌 농성장을 철거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분향을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7일은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91일 되는 날이고,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고인의 시신을 분향소에 안치하고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광화문에서 농성한 지 63일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