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배달노동자, '감염 매개체' 되도록 방치할 것인가?
택배-배달노동자, '감염 매개체' 되도록 방치할 것인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2.27 17:06
  • 수정 2020.02.27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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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역사회까지 확산 … 택배-배달 수요 급증
택배-배달 노동자 감염 관리 전무 … 정부 차원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
27일 오전 11시 유튜브로 생중계 된 '코로나19 관련 택배-배달노동 분야 대책 요구' 온라인 기자회견. ⓒ 라이더유니온유튜브

코로나19가 지역사회까지 전파되면서 덩달아 택배-배달 서비스의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택배-배달 노동자는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고용형태 때문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수요 폭증으로 노동강도가 거세져 감염에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택배-배송-배달노동자 캠페인 사업단 ‘희망더하기’(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가 27일 오전 11시 ‘코로나19 관련 택배-배달노동 분야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관련 영상 : 라이더유니온유튜브)

택배-배달 분야, 정부 대책은 부실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업장 대응 지침>을 발표하고 24일까지 6번 수정판을 발행했다.

하지만 희망더하기는 “노동자 안전과 관련해 ‘고객을 응대하는 업종의 경우 자체점검, 대응계획 수립’하도록 안내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더구나 사업장 내에서의 감염 예방과 전파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수많은 사람을 접촉하는 택배-배달노동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배달노동자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배달업계는 ‘선결제 비대면’을 원칙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은 ▲마스크 지급 ▲비대면 유도 캠페인 진행 ▲공공기관으로부터 자가격리 판정 시 2주간 생계비 지원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배달노동자가 ‘사용자성’이 불분명한 특수고용노동자인 만큼, 배달노동자 보호책임 문제에서 배달플랫폼기업과 배달대행업체 간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특별한 생계대책이 없는 배달노동자들은 자가격리를 포기하기도 한다.

라이더유니온은 “메쉬코리아는 생계비 지원계획을, 바로고에서는 마스크 지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타 배달대행업체에서는 관련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일반 배달대행의 경우 배달플랫폼기업과 배달대행사업주 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영상을 통해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여한 익명의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특수고용직에 있는 라이더들은 법의 보호를 못 받았고,  지금도 라이더들에게 신경을 안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라이더들의 대책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② 택배-우정 노동자, 늘어나는 업무에 감염 취약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필품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택배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업무는 늘어났는데 인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택배노동자들은 휴게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감염에 취약한 건강상태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날 영상을 통해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전국에 전염병이 퍼져나가고 있고, 쿠팡맨은 전국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는데 급급할 뿐 안전은 뒷전이 되고 있다”며, “쿠팡맨이 처리해야 하는 물량이 적게는 20%,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등기우편은 비대면 수령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떤 형식으로든 집배원들이 수취인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수취인 연락처가 기재된 경우, 고객 희망 시 기재된 장소 외 배달 ▲수취인이 업무용 PDA에 서명 거부 시 별도 종이에 서명을 받아 PDA 카메라 촬영 후 보관 등 대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국집배노조는 등기 중 수취인 연락처가 있는 경우는 극소수이며, 종이 서명 후 PDA 사진을 등록하는 일은 업무 부하만 높일 뿐이라며 대응책의 실효성을 비판했다. 불필요한 등기 우편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승묵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은 “편지와 택배는 비대면 배송이 확산되도록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특별 송달이나 내용증명 같이 책임을 묻는 기록우편물은 접촉하며 배달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대면을 최소화하도록 관공서와 국가기관이 나섰으면 좋겠다.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국민에게 서비스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송노동 관련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택배-배달노동자의 감염병 예방 조치는 비단 노동자 개인만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업무 특성상 이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를 불러올 수 있다”며 “택배-배달노동자들이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공공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구체적인 대책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해 배송노동 관련 안전 지침 마련 ▲감염볍 예방 위해 기본 물품 지급 ▲비대면 배달 확대하는 선제적 조치 강구 ▲감염확인을 위한 조치 가능토록 자가 격리 시 노동자 생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