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여성노동자에 대해 생각하다
[취재후기] 여성노동자에 대해 생각하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3.04 00:00
  • 수정 2020.03.0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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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끝났다. 마무리를 지었는데 시원한 기분이 드는 건 아니었다.

1910년, 러시아 혁명의 붉은 장미로 불리는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나 콜론타이(Aleksandra Mikhailovna Kollontai)는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에서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과 함께 여성의 날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가 됐다. 콜론타이와 클라라 체트킨이 한 제안에 힘입어 1911년 3월 19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에서 여성 참정권, 일할 권리, 여성 차별 철폐 등을 외친 것이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 행사였다.

<참여와혁신> 3월호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 여성노동자의 삶을 돌아보았다. 1960년대 일했던 여성노동자부터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노동자까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반백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성노동자들은 여전히 차별과 싸우고 있었다. ‘차별’은 여성에게 원치 않는 일자리를 강요했으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이 ‘차별’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커버스토리를 진행한 기자들과 함께 뒷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은영 기자(이하 ), 손광모 기자(이하 ), 임동우 기자(이하 )가 함께 했다.

왼쪽부터 임동우 기자, 강은영 기자, 손광모 기자
왼쪽부터 임동우 기자, 강은영 기자, 손광모 기자

 

1. 커버스토리를 마무리하며

: 이번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예민하게 다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젠더 이슈이다 보니 여성노동자를 다루기 위해서는 젠더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한국사회에 젠더 갈등이 심하다보니 기사를 쓰는 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고, 결과를 만들어낸 상황에서도 아직도 잘 다뤘는지 모르겠다.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성노동자를 잘 대변했는지 모르겠다. 찜찜함이 남았다.

: 취재를 하면서 단어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어떤 말을 써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기도 했다. 이숙희 위원장과 인터뷰를 위해 질문지를 보냈을 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수정·보완을 해주기도 했다. 지적을 받고 기사를 쓸 때 말을 어떻게 조심히 써야 하냐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

: 초기에 커버스토리를 기획하다보면 어떤 내용을 가지고 갈지 논의를 한다. 이번에는 다뤄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됐다. 그만큼 여성노동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에 우리는 시대별 여성노동자의 삶을 돌아봤는데 어떻게 보면 색다른 접근이었던 것 같아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2.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노동자들을 만난 소감

: 나는 형제자매 중 막내인데, 이번에 만난 분들이 어머니 세대랑 비슷하다. 내 어머니도 일을 하지 않다가 일을 하게 된 케이스다. 그래서인지 공감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인터뷰를 한 두 분은 다른 삶을 사셨던 분들이었다. 각자의 멋이 느껴졌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당당한 게 아니라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노동운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꾼 분들이었다.

: 2000년대 노동운동을 하셨던 분들이라, 현재도 노동운동을 하시고 계신 분들을 만났다. 덕분에 현재 여성노동자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어머니 나이 또래여서인지 감정이입이 많이 된 것 같다. 자식을 위해 일을 시작한 것이 나를 비롯해 다른 가정의 이야기와 비슷해서 그 분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

: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보지 못 해 그 시절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분들은 어찌 보면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인터뷰를 하며 짧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분열을 조장하거나 감정적으로 양극화하자고 말하는 분은 없었다. 실질적으로 연대하며 갈등과 차별을 해소하자는 말에 공감했다. 성별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 본다면 여성노동 문제나 젠더 문제 같은 첨예한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3. 여성노동자들이 말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 포괄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구분 짓고 편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크게 구분을 짓는 것이 남자와 여자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보인다. 남자와 여자로 편을 가르면서 많은 문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 원인이 두 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여성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 같다. 두 번째는 여성들이 연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마련돼 있지 않다.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 노동 문제나 차별을 함께 외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게 문제인 것 같다.

: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노동자 안에 여성노동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문제도 노동조합이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4. 해결방안은 있을까

: 큰 맥락에서 제도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성노동자 문제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투쟁을 할 때 많이 공부하고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한다. 여성노동과 관련해 연계돼 있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이것이 옳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투쟁을 디테일하고 현명하게 해서 남녀 불문하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끌어내야 한다.

: 사회적으로 성역할이 고정돼 있는 것 같다. 이 상황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여성운동이라고 본다. 성감수성이 생겨야 여성운동이 가능할 것 같은데 성감수성은 공부하는 만큼 생겨난다. 하지만, 공부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누군가가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게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이주희 교수와 인터뷰를 했을 때도 말했지만, 여성노동자에 대한 변화가 굉장히 더디게 진행됐다고 했다. 또, 관점이 바뀌기 시작한 게 최근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 변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변화를 위해서는 당사자인 여성들이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또한,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윗물이 아랫물로 흐르듯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화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